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스타트업 업계에 있다보면, ‘풀스택 개발자’ 라는 개념/지시어/호칭(?)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단어를 자주 접하는 것에 비해, 당사자를 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다가 사실 사람마다 정의도 다양하다. 혹자는 MEAN스택을 활용한 서버와 클라이언트단을 고루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라 하고, 또다른 사람은 거기에 주요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iOS) 의 어플리케이션까지 모두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하게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범위가 어찌되었든 결론은, 개발에 한정하여 ‘혼자서 어느정도 서비스를 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 회사 개발자님과 많은 스타트업의 1인 개발자 분들을 무척 존경한다)
이에 대한 오마쥬로 쓴건지, 아니면 정말 이렇게 표현하는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스타트업의 디자이너 채용공고에서
“풀스택 디자이너 구합니다"
라는 문구를 보았다.
도대체 어떤 디자이너를 구하는 건지 궁금해 구인공고를 찬찬히 읽어 보았는데, 업무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고, 단지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라고 써 있었다.
과연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 이란 무엇일까? 상기한 ‘풀스택 개발자’의 경우를 떠올려본다면,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혼자 서비스를 굴릴 수 있어야 한다’ 라고 해야할까?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하나의 서비스를 구성하는 디자인적 요소(와 필요 능력)는 대략적으로 이렇다.
-브랜딩(로고타입/심볼/아이덴티티/컬러)
-UX디자인/서비스 디자인(discover-define-develope-deliver)
-GUI디자인 (웹/iOS/Android 등)
-프론트엔드 개발 혹은 퍼블리싱 (HTML/CSS/JAVASCRIPT)
-그래픽/편집디자인 혹은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패키지/전단/배너 등)
+ 사진과 영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등 나열하려면 끝이 없고, 사실상 부분부분 모두 연결된 분야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학부 시절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었고, 다양하게 두루두루 섭렵하려 했다(사실 한가지에 집중을 잘 못했다). 그렇게 하면 취업이 힘들거라며 교수님에게 핀잔을 듣기도 할 정도로.
결론적으로는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스스로 전공과 커리어에 대해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끼곤 한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보고, 배우려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고.
스타트업에겐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너럴리스트가 많아져야, 전반적인 한국의 디자인적 퀄리티(비단 시각적인 부분만이 아니라)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모두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누군가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트랜드를 이끌고 디자인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 다만 한가지 우리가 주의해야할 점은, 당신이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가 많은 범위를 커버하지 못한다고 폄하를 한다거나, 스페셜티를 갖지 못했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다).
그들은 단지 필요한 지점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