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9
그저께까지 내리 비가 왔다. 또다시 장마가 도래했다. 우중충한 건 날씨인데 내 기분도 우중충해졌다. 해야 할 것은 많은데 습하다는 이유만으로 빈번히 짜증이 났다. 어쩌면 내가 하기 싫은 마음인 것을 날씨 탓으로 돌려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에야 들었다.
학원에 가는 데 늘 같이 가던 그 애가 없어져서 슬펐다. 어디 슬프기만 했던가, 내리는 비를 핑계로 걸어가는 이십 분 내내 울었다. 학원 선생님께는 우산이 없어 비를 맞았노라 했다. 선생님은 말을 아끼시더니 갑자기 에그타르트 하나를 내오셨다. 에그타르트를 먹는 데 다시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이럴 때는 마스크로 입 말고 얼굴 전체를 가려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내가 혼자서는 완전해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일상의 기저에서 언제나 불안함을 느끼는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서 설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믿어주는 한 사람만으로도 불안함이라 불렸던 것들이 얼마나 가실 수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안다.
슬픔이 끝나면 새로운 계절이 오고, 어정쩡한 자세로 맞이한 계절은 이전의 슬픔 따위는 없었던 일인 양 지워버린다. 그리고 지워졌지만, 언제든지 그 애의 꿈을 꾸는 내가 있다. 그리고 내 앞에 닥친 시험이라는 또 다른 일상, 신기하게도 바쁜 일상은 너무 깊어진 감성을 지워버린다. 우울해질 때면 자주 듣던 노래가 있다. 이것만 들으면 그때의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내일이면 세상이 끝날 것 같던 새벽의 기억. 창문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고, 나는 그저 올라타면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편안한 느낌과 포기하려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고요 속의 유일한 소음.
이 노래를 들으면 언제든 온 마음을 다해 그 애를 생각했던 새벽이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