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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 Jun 16. 2020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한번 배우면 잊지 않는다

한번 배우면 잊지 않는다


내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보라매공원이 생기기 전, 그 앞에는 마치 옛날의 여의도공원처럼 긴 아스팔트 도로가 비어있었다. 그 동네의 많은 아이들이 그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배웠고, 그 안에 나도 있었다. 그렇게 타게 된 자전거는 성인이 된 후 더 빠르고 더 가벼운 것으로 바뀌어서 내 곁에 있었다.


초등학생이 된 민혁이는 작년에 샀던 네 발 자전거를 이제야 타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나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자전거 탈 만한 체력을 길렀다. 그리고 네 발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고 두 발 자전거를 연습했다. 누구나 그렇듯이 뒤에서 잡아주다가 손을 놓으면 멋지게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그림을 생각하며. 그런 그림은 그냥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였던 걸까? 꽤 연습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회사에 나갔고, 와이프와 민혁이는 또 자전거를 타는 생활. 그러다 와이프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네 발 자전거의 보조바퀴가 떠있었고, 두 발로 자전거를 타는 민혁. 저녁에 가 보니,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보조바퀴 자체를 떼어버렸다. 그렇게 며칠 지나니 완전히 두 발 자전거 선수가 되었다.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아니면, 아침마다 일어나 "아빠, 자전거 타요"라고 말을 한다. 아침 라이딩에 맛을 들였다. 이렇게 타다 보면 결국 같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게 될 것 같다.


어느 날 민혁이가 자전거를 타는 데, 초등학생 형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민혁이 자전거를 보며 한 학생이 말을 했다. "하, 헬로카봇이네. 큭". 이 말을 민혁이가 들었다. 초등학생이라도 자존심이 상했던 거다. "아빠, 다른 자전거 사주면 안 돼요?" "왜?" "그냥, 헬로카봇 싫어서" 그렇다. 결국 그때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지만, 그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나 보다.  하지만 아직 지금 자전거도 쓸 만하고, 높이도 적당해서 다른 걸 사주기는 적절치 않았다.


"민혁아, 헬로카봇이 싫어?" "응" "그럼, 헬로카봇을 다 떼어버리면 어때?" "응, 떼줘" 그래서 바퀴 살 옆에 플라스틱으로 그려진 헬로카봇 그림판은 모조리 분해되어 분리수거통에 들어가 버렸다. 이제 헬로카봇 그림은 자전거 프레임에 조금 남아있어서, 얼핏 보면 헬로카봇 자전거라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자전거를 사줘야 될 것을. 자전거는 한 번 배우면 잊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자존심도 한 번 상처 받으면 잊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존심의 상처는 아무런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전거가 반창고가 될 것이다. 그 자전거를 사게 되면, 정말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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