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교
첫 등교
정확하게 3개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정상 등교는 3월 2일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등교일은 5월 27일이었으나,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주일이 연기된 것이다. 그렇게 딱 3개월의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에 정식으로 등교하게 되었다. 물론 매일 등교는 아니고 일주일에 2번의 등교.
1주일이 연기되면서 예정되어 있던 입학식도 취소되었기에, 현관 앞에까지만 입장하는 것이 허락되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회사에 연차를 쓰고, 와이프와 아들과 함께 학교로 걸어가는 길. 다행히도 2주 전에 교과서를 받기 위해 와이프와 함께 학교를 다녀와서 담임선생님과의 만남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학교 가는 길에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저 멀리서 보이는 학교. 아, 저렇게 많은 학부모들이 다 마음을 졸이며 아이들을 데려왔구나 싶게, 학교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한 명씩 한 명씩 올라가는 아이들과 부모들. 그 앞에서 선생님들이 환영을 해주고 있고 정문 플래카드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있었다. "너희들이 오니 학교는 이제야 봄이 왔구나"
전날에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한 준비물들을 가득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책가방 속에는 그동안의 온라인 수업을 통해 만든 작품 모음집, 학습일지, 공책, 교재는 기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개인위생 물품으로, 물티슈, 두루마리 휴지, 알코올 티슈, 마스크 2장, 개인 수저, 개인 텀블러도 함께 따로 준비했다. 책가방과 개인위생물품을 담은 종이백은 어른인 내가 들어도 무거울 정도였다.
그러나 결국 현관 앞에서는 민혁이가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발 한발 건물로 사라지는 민혁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수줍음이 많고, 학교 가는 걸 어려워하던 민혁이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학교 등교 연기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 수업은 학교에서 간단하게 입학 사진도 찍고 입학 증서도 받은 후, 점심시간을 지난 5교시까지 하고서야 하교를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는 말. "엄마, 아빠가 왜 학교 가면 재밌다고 하는지 알았어". 아, 학교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았나 보구나 싶다. 이제 뚜벅뚜벅 최소 12년의 학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의 그 재미가 더욱 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