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돌아보며
한 학기를 돌아보며
아직 방학 중인 민혁이의 한 학기를 돌아본다.
1) 코로나 19의 창궐
훗날 2020년이 어떻게 기록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올해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시작된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2월 말에 시작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민혁이의 어린이집 졸업식이 취소되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입학식을 넘어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될 줄이야.
2) 온라인 수업
학교 수업은 5월 말까지 오로지 온라인 수업으로만 진행되었다.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게 되는 선생님, 친구들. 이런 세상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기에, 부모 입장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집에서 와이프의 역할이 커졌으나, 그 결과 민혁이와 와이프는 더욱더 지쳐갔다. 뉴스에서도 온라인 수업의 개학은 엄마들의 지옥이라는 기사가 넘쳐날 지경이었으니.
3) 등교 수업
6월이 시작되면서 드디어 주 2일의 등교 수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화요일과 목요일. 처음으로 대면하는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 책상에는 투명 아크릴판으로 가림막이 있고,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모습. 수줍음이 많은 민혁이는 그나마 3개월의 온라인 수업을 지내면서 친구들 이름도 외우고, 학교에 등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모의 걱정보다 더 잘 크고 있었다. 7월 이후부터 8월 중순 방학하기 전까지는 학원 가는 아이들을 빼고 남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오기가 일쑤였다. 땀을 비 오듯 쏟고 와서 샤워를 마치고 나서야 학교 숙제를 하다 보니, 밤늦은 시간까지 잠을 못 자기도 일쑤.
4) 영어, 그 영원한 굴레
영어유치원을 다녔다면 좀 덜했을까. 사립이라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 때 봐서 알았지만, 이미 영어 정도(?)는 읽고 쓰고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그중에 민혁이는 영어를 처음 배우는 편이었다. ABC도 모르는데, 처음 배우는 건, This, It, 이런 수준이었으니, 영어를 싫어하는 게 당연. 그나마 방과 후 온라인 영어수업 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외국인 선생님을 만나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이제는 영어로 말하자고 할 정도이나, 여전히 마이 네임 이즈, 아임 해피 수준이긴 하다. 아, 영어는 정말 누구에게나 굴레인가.
5) 학원, 학습지, 문제지의 홍수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고 있다. 많은 아이들은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민혁이는 아직 학원은 어디도 다니지 않고 있다.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고 학습 능력이 올라갈 리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원도 안 다니는 아이를 뭔가 정상적인 루트를 밟고 있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 이 정도 수준의 학습지, 문제지 정도는 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은근히 내비치고. 그렇지 않으면 또 이상하게 여기고. 물론 사립이 학업에 욕심을 가진 이들 위주로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꼭 그렇게까지 여길 필요는 없을 텐데. 그 속에서 민혁이만 속없이 잘 크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 학기를 돌아보면, 결국 남들이 보기에는 위태롭지만, 우리가 보기엔 잘 크고 있는 민혁이. 다독이며 칭찬하며 뒤처짐 없이 따라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 가족 누구 하나 지치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