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되면서 민혁이의 나이는 9살이 되었다.
8살과 9살은 숫자는 다르지만 1살의 차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학교에서 배우는 건 1살만큼 더 배움이 넓어졌다.
가장 결정적인 건 일기 쓰기.
1학년 때는 가끔가다가 쓰곤 했던 일기를 매주 쓰게 되었다.
일기 쓰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있을까 싶다.
어린 시절 방학숙제 중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방학 일기를 쓰는 것.
하루가 밀리면 이틀이 밀리고 그러다 보면 개학 전날에서야
지난 한 달간의 일기를 쓰게 되는 엄청난 숙제.
그 일기 쓰기가 2학년이 되면서 매주마다 숙제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일기를 쓰는 거에 대해서 민혁이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나 보다.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책상에 앉는 순간부터 한 숨을 내쉬고,
자세는 흐트러진다.
그때부터 내 역할이 시작된다.
이번 주에 기억나는 일 있어?
없어.
(한숨을 쉬고) 재밌는 일은?
업써어.
(아이고) 이번 주에 어린이날 있었잖아.
응.
그럼 어린이날 받은 선물을 쓰면 되지.
알았어. 근데 어디까지 써?
일단 써.
그러니까 어디까지?
일단 쓸 수 있는 데까지 써봐.
드디어 공책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민혁.
엄마 아빠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닌텐도를 받았다고 두 줄 쓰고 나서 하는 말.
끝!
뭐가 끝이야?
다 썼어.
민혁아, 어린이날 선물 닌텐도만 받았어? 할머니한테 너프건 받았잖아.
아, 그렇지.
그 얘기를 쓰고 또 끝.
그러면 나는 또 고모한테 받은 건, 사촌누나에게 받은 건 등등 계속 질문을 던지고,
민혁이는 아, 그것도 있지 그러면서 또 쓰고
결국 그러고 나서야 한 바닥의 일기가 쓰여진다.
그때서야 일기 숙제가 끝나게 되는 일과.
또다시 한 주가 흘러가면 다시 반복되는 일상.
이번 주는 갯벌에 다녀왔으니,
일기를 뭐 쓴다고 고민할 때,
갯벌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줄 수밖에.
갯벌에 다녀왔다, 하고 끝나버리면 어쩌나.
일기 숙제는 글쓰기를 위한 거지만,
사실 일기로 글쓰기 실력이 늘어날 아이들이 있다면,
그전에 이미 글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