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과 인생의 공통점
여름의 끝무렵인 8월 마지막 주, 가장 친한 친구와 발리로 꿈같은 휴가를 떠났다. 우리의 여행지가 발리로 정해졌던 이유는 단연코 ‘서핑’ 때문이었다. 몇 년 전, 발리에서 행복한 서핑을 즐긴 동료와 생애 첫 서핑을 앞두고 있는 나. 우리는 들뜬 마음을 안고 발리를 찾았다.
다음 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서핑스쿨로 향했고 3일 동안 나의 선생님이 되어줄 Faisal과 인사를 나눴다. 옆에 있는 선배 서퍼들을 따라 얼굴에 서핑 크림을 꼼꼼히 바르며 서핑 보드를 다루는 방법, 보드에 올라타는 방법, 다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자 이제 드디어 바다에 들어갈 시간이다. 전 날까지 한국에 있던 내가 무려 발리에 와서 서핑을 탄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무척 설렜다.
그런데 어라? 보드가 굉장히 무겁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아 한국에서 헬스 열심히 할 걸’ 머릿속에 잠시 스쳐가는 생각을 지우고 다시 웃으며 바다로 향했다. 바다에 들어가니 보드는 2배, 아니 3배로 무겁게 느껴졌다. 여기에 인정사정없는 파도는 자꾸만 나를 덮쳤고, 속수무책으로 짜디짠 바닷물을 삼켰다. 서핑은 고사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가 먼저 통과해야 할 미션이었다.
바닷물을 꽤 거하게 먹고 난 후 드디어 바다 안쪽에 도착했다. Faisal이 보드를 밀어주면 파도의 타이밍에 맞춰 보드에서 일어나기 위해 애썼다. 아, 아무래도 간절함과 실력은 반비례인가 보다. 10번 중 10번을 모두 바닷속으로 풍덩 빠졌다. 보드 위에 서는 것조차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의지는 불타올랐다. 기필코 보드 위에 올라서서 서핑을 즐기기라. 서핑을 끝내고 숙소로 가는 길에서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마지막 3일 차. 드디어 보드에 올라타 제대로 된 서핑을 맛봤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바다 위에서 서핑을 즐기며 깨달았다. 아 이게 서핑의 매력이구나.
한 번의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거센 파도를 뚫고 바닷물과 사투를 벌이며 안쪽까지 나아가야 하고,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적절하게 보드에 올라타야 한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적절한 파도가 오지 않으면 서핑을 할 수 없다.
그렇게 수십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보드 위에 일어나고 나면 몇 십 초 간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이 찰나의 행복을 위해 긴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과 꾸준한 도전을 해야 하는 우리의 삶과 서핑은 매우 닮아있었다.
나에게 3일간 서핑을 가르쳐준 Faisal에게 서핑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I don’t know but it is happy!"
Faisal의 대답에 머리가 띵해졌다. 그래, 어떻게 모든 것에 명확한 이유가 있을 수 있을까. 그저 좋으니까, 행복하니까 계속하는 거지. 그거면 충분하다.
보드에 올라탄 10번 중 9번은 제대로 서지 못하고 넘어져서 물만 먹었지만, 파도에 자꾸만 휩쓸려서 바다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한참이었지만,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서 속상했지만, 다리는 온통 멍들고 팔은 알 배기고 여기저기 아팠지만, 그럼에도 정말 재밌었다. 도전해 보기를 참 잘했다.
잘하는 건 마음대로 안 되어도 좋아하는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서핑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