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틱 캐나다는 캐나다 대서양에 위치한 4개의 주(뉴 브런즈윅, 노바 스코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뉴펀들랜드 래브라도)를 말한다. 이 중 노바 스코샤의 케이프 브레턴 섬(Cape Breton Island)은 주도(主都)인 핼리팩스가 있는 반도(半島)와 둑길로 연결되어 있다. 토론토에서 출발해 장장 스무 시간의 운전 끝에 섬의 호반 마을, 배덱(Baddeck)에 짐을 풀었다. 내일은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캐벗 트레일(Cabot Trail)을 만날 것이다.
시계 vs. 반시계
탐험가 존 캐벗의 이름을 딴 300km의 이 길은 섬의 북쪽을 한 바퀴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몇 주 간 계속 고민했던 것은 고리 형태의 캐벗 트레일을 '시계 방향으로 돌 것인가, 반 시계 방향으로 돌 것인가'였다. 사실 신중하게 논쟁할 만한 문제였다. 선택한 방향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풍광과 스릴이 달라지는데, 일단 출발하면 5시간의 드라이브 길에서 선택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abot trail, clockwise or counter-clolckwise' 같은 검색어가 구글 자동완성되는 것이 이 고민의 보편성을 증명한다. 시계 방향은 해안의 내부 차선에 있게 되기 때문에 커브나 급경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안전과 관련 있다. 시계 반대 방향은 해안 절벽에 딱 붙어 가는 만큼 전망과 스릴을 보장할 것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인 Daniel Ross의 블로그에 따르면, 18%의 사람이 시계 방향을, 60%의 사람이 반 시계 방향을 택했다고 한다(22%는 선호 없음). 장고 끝에 나는 시계 방향을 택했는데, 결국 이 방향으로 가야 이 동네 맛집 Dancing Goat를 들를 수 있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시계방향 하이라이트(나의 계획)Baddeck - Dancing Goat (밥)- Chéticamp (방문자센터) - Skyline Trail (하이킹) - Rusty Anchor (밥) - Whale Interpretive Centre (고래 학습) - Black Brook Cove Beach - Lakies Head - Ingonish Beach - Baddeck
시계 vs. 반시계
탐험가 존 캐벗의 이름을 딴 300km의 이 길은 섬의 북쪽을 한 바퀴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몇 주 간 계속 고민했던 것은 고리 형태의 캐벗 트레일을 '시계 방향으로 돌 것인가, 반 시계 방향으로 돌 것인가'였다. 사실 신중하게 논쟁할 만한 문제였다. 선택한 방향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풍광과 스릴이 달라지는데, 일단 출발하면 5시간의 드라이브 길에서 선택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abot trail, clockwise or counter-clolckwise' 같은 검색어가 구글 자동완성되는 것이 이 고민의 보편성을 증명한다. 시계 방향은 해안의 내부 차선에 있게 되기 때문에 커브나 급경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안전과 관련 있다. 시계 반대 방향은 해안 절벽에 딱 붙어 가는 만큼 전망과 스릴을 보장할 것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인 Daniel Ross의 블로그에 따르면, 18%의 사람이 시계 방향을, 60%의 사람이 반 시계 방향을 택했다고 한다(22%는 선호 없음). 장고 끝에 나는 시계 방향을 택했는데, 결국 이 방향으로 가야 이 동네 맛집 Dancing Goat를 들를 수 있는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시계방향 하이라이트(나의 계획)
Baddeck - Dancing Goat (밥)- Chéticamp (방문자센터) - Skyline Trail (하이킹) - Rusty Anchor (밥) - Whale Interpretive Centre (고래 학습) - Black Brook Cove Beach - Lakies Head - Ingonish Beach - Baddeck
노란 색 부분이 드라이브 코스인 Cabot Trail
샌드위치 빵의 폭신한 식감과 적절한 염도에 감탄한 후 방문자 센터를 갈 겸 어촌 마을 셰티캠프(Chéticamp)를 먼저 들렀다. 이곳은 17세기 영국과 프랑스 간 식민지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카디안의 커뮤니티라 불어권 거주지이다. 그래서일까, 마을의 상징인 등대는 프랑스 국기를 90도 돌린 모습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가정마다 건조기가 있는 나라인데 빨랫줄에 수건과 옷가지가 널어놓은 집이 많았다. 그만큼 햇빛이 강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차 대시보드에 경고등이 켜져서 손을 보고 다시 출발했다. 드라이브만 5시간에 주유소를 찾기 힘든 코스라 기름을 가득 채웠는데, 그때 주유구가 제대로 안 닫힌 게 원인이었다. 잠깐 헤맸지만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색(色), 계(戒)
이제 곧 6km 하이킹을 할 예정이다. 케이프 브레튼 하이랜드 국립공원은 난이도가 다양한 하이킹 트레일이 있는데 그 중 Skyline Trail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원래 겁이 많지만 하이킹을 할 생각을 하니 긴장이 되었다. 왜냐하면 예전에 토론토 출신의 한 19세 포크 가수가 여기서 혼자 걷다가 코요테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즉시 신고를 해서 핼리팩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녀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후 그 코요테들은 수색 끝에 사살되었다. 이런 사고가 잦은 편은 아니지만 야생이 날뛰는 캐나다의 국립공원에서는 늘 예기치 못한 일들을 대비해야 한다.
역시 공원 안에는 곳곳에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무스, 토끼 등을 볼 수 있으며 곰을 보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내용이다. 남편 가방에 곰 딸랑이를 달고 네 명 모두 떨어지지 말고 붙어서 걷기로 한다. 베어베리(Bearberry) 같은 희귀식물이 자라는 북쪽 숲(Boreal Forest)을 가로질러 자갈길을 1시간 정도 걸었더니 드디어 사진에서 많이 봤던 판잣길이 눈에 들어왔다. 흰 바탕에 가장자리를 파란색으로 칠한 보드워크다. 이걸 따로 만든 이유는 자연과 사람을 함께 보호하기 위한 것. 즉, 짓밟힘에 취약한 초목을 보호하고, 하이커들이 가파른 절벽 쪽으로 가지 않게 하는 목적이다. Keep it wild, keep it safe.
부모보다 다리가 짧은 아이들은 걷는 게 더 힘들었을 것이다. 헉헉 대는 숨소리와 "얼마나 남았냐", "진짜 거의 다 왔어"의 도돌이표를 몇 번 돌린 끝에 마침내 수고와 인내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트레일이 평지에서 내리막길로 바뀌는 순간, 곶 절벽에서 빛이 요동치는 대서양을 만난 것이다. 황홀하다. 바다가 한없이 아득하게 다가왔다. 살다 보면 나를 감싼 고민들이 다 부질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황망한 부고를 접할 때, 그리고 순응할 수밖에 없는 대자연의 광활함 앞에 설 때가 그런 때다. 혹시 고래 한 마리가 솟구쳐 오르지 않을까 해서 눈을 부릅떠보지만 파도는 잔잔할 뿐이었다. 저 심연 아래에 아바타의 세계가 꿈틀거린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간다.
어딜 가나 겁을 상실한 여행자들이 있는 법. 십 대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데크를 벗어나 절벽에 바짝 붙어 서서 건너편 산을 향해 자갈을 던지고 있었다. 팔을 저렇게 휘젓다 까딱 잘못하면... "얘들아, 산책길을 벗어나면 저승길이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캐나다는 인간과 자연을 동급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립공원에 펜스가 거의 없다. 방심은 금물이다.
Skyline Trail의 무법자들은 곧 안전하게 비켰다.
선택의 결과
주차장에서 출발해 하이킹을 하고 차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꼬박 3시간이 걸렸다. 다시 드라이브를 하는데 생각보다 시계 방향 길이 마음에 들었다. 길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척 구불구불해서 자동차 광고 찍기에 딱 좋아보인다. 급경사 고개를 미끄러져 내릴 때마다 앞에 굽이진 만이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커브를 돌 때마다 운전자 쪽으로 바다가, 조수석 쪽으로 수목이 빼곡한 산악 구릉지대가 모습을 바꿨다. 과연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어도 이런 산세를 볼 수 있었을까? 지금 8월이 아니라 단풍이 이글거리는 10월에 왔었다면? 그랬다면 나의 여행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캐벗 트레일을 어떻게 여행하느냐는 완전히 여행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나는 감탄했을 거라는 거다.
Cabot Trail
뷰포인트 싸인이 보일 때마다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수시로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계획한 다른 곳들을 가기도 전에 길이 어둑해져 버렸다. 이곳은 전화나 인터넷도 안 잡히고, 가로등도 없다. 여기서 뭔가 더 시도하는 건 안전불감증이지, 지금 바로 숙소로 가도 운전만 2시간인데. 아쉽지만 남은 일정을 모두 지웠다. 사람들이 캐벗 트레일만 4~5일씩 계획해서 온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
Baddeck - Dancing Goat (밥)- Chéticamp (방문자센터) - Skyline Trail (하이킹) - Rusty Anchor (밥) - Whale Interpretive Centre (고래 학습) - Black Brook Cove Beach - Lakies Head - Ingonish Beach - Baddeck
7시를 지나며 하늘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숙소로 가는 길은 전설의 고향이 따로 없었다. 비포장 도로도 거칠어 아이들은 멀미가 난다며 괴로워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은 상향등을 끄지 않아 욕이 한숨이 나왔다. 원래 야간운전을 싫어하는 남편이 몹시 피곤해 보인다.
무사히 배덱에 돌아와 걸음수를 확인해 보니 17,083으로 올해 최고를 찍었다. 다리가 짧은 아이들은 2만 보가 넘었을 것이다. 숙소 의자에 털썩 앉고 나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중요한 사실이 오늘 낮의 모든 경탄에 앞선다. 오늘 모두. 정말. 수고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