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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락 Aug 09. 2022

일탈? 어쩌면 모험?

미국에서 1년 살기

평온한 나날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소소한 일들로 오전을 보내다 보면 돌아오는 하교시간.
매일 방과 후에 몇몇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러 오기도 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중국어 스터디, 또 다른 하루는 문화센터 강좌를 듣다보면 적당히 생산적이고 보람찬 일주일이 지나갔다.
주말이면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하고, 가족 나들이를 다녀오거나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가볍게 동네 마실이나 다녀오는 아주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들.
일상을 통해 느껴지는 행복감이 충분하고 만족스러웠다.

잔잔한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 건 작년 초였다.
남편이 회사에 1년 휴직과 해외 연수 신청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회사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는 결혼 초에 들어 알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이 그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하였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일 수도 있다.
안정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벗어나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두려움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남편이 이 기회를 얻기 위해 얼마나  회사일에 헌신해왔는지 알기에 "가고 싶지 않다" 고 말하는 건 쉽지 않았다.
"생각해 볼게..."라고 말은 했지만, 이미 나의 마음속에선 '가고 싶지 않다!' 고 결론을 내버렸다.
다행히(?) 남편은 그 해 대상자로 선발되지 않았다.
그 후로 1년이 지난 올해 초, 남편은 다시 한번 연수 신청을 했다.
그런데 작년 이후로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남편이 정말 바라고 원하던 기회인데 응원해주고 싶다는 것, 아이들에게 다시없을 경험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1년 정도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것.

일단 마음을 돌리고 보니, 모든 생활을 하는데 '미국에 갈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리게 되었다.
사야 할 물건들의 구입을 미루게 되고, 문화센터에 수소문해서 헤어컷 기술을 배우기도 하고, 중국어에 밀려 아예 제쳐뒀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냉동실에 쟁여뒀던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비우기 시작하고, 5학년인 첫째에겐 화상영어 학습을 권하고, 1학년인 둘째는 파닉스 연습을 시작했다.


미국에 갈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자니 거짓말처럼 남편은 올해 해외연수 대상자로 발탁되었다.
일단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보니 그다지 놀랍진 않았다.
다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지만, 앞으로 겪어 나가야 할 일들은 현실다.
4월 말에 발표가 되었고 출국 예정은 7월 말.
앞으로 2달 반 동안 1년살이의 거의 모든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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