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년 살기
"엄마... 나 한국 가고 싶어요"
'울지 마...... 나도 울고 싶잖아.'
뭔가 희망 가득한 설렘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주눅 들고 겁내면 안 되는데.
벌써부터 집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니.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인데.
그때 제복을 입은 직원 하나가 다가왔다.
앞사람과의 간격을 좁히라고 연신 외치며 줄을 관리하던 직원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제복 입은 외국인은 전부다 미국 경찰로 보여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미소를 가득 띤 얼굴로 아이들에게 말했다.
"안녕? 예쁜 공주님, 미국엔 처음 오는 거니?"
Yes 라던지 No라고 한마디도 못한 채 눈물을 꾹 참고 있던 아이들은 어느새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사실 진정이 되었다기보단 영어로 계속 말을 걸어오는 외국인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자기들이 계속 눈물을 보이면 이 사람이 계속 말을 시킬 것 같으니 시선을 주지도 않고 서 있었던 것이다.
내가 대신 웃으며 대답을 해주는 걸로 이 어색한 상황은 정리가 되었고, 그녀는 다시 길게 줄 선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자리를 떠났다.
기나긴 줄이 점점 줄어들며 어느새 우리 차례가 되었다.
'무슨 질문을 할까? 버벅거리면 의심한다고 하던데, 잘할 수 있을까? 수상하다고 입국 거부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의외로 질문은 간단했다.
"가족입니까?"
"미국엔 왜 왔습니까?"
"언제 돌아갈 겁니까?"
"네"
"남편이 1년 동안 공부하러..."
"1년 후에..."
심플하고도 허무한 입국심사가 끝났다.
미소를 지으며 입국도장을 찍어 주는 그를 향해,
"땡큐, 해브 어 나이스 데이."를 소심하게 중얼거리며 입국심사장을 황급히 빠져나왔다.
후아... 이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