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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락 Aug 16. 2022

가장 처음, 가장 후하게

미국에서 1년 살기

생각보다 쉽게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으러 컨베이어 벨트로 가보니,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에서 우리가 가장 마지막으로 내린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이미 다음 비행기의 짐들이 돌아가고 있었고, 우리의 짐들만 한쪽 벽에 가지런히 내려져 있었다.

다행히 분실되거나 파손된 짐 하나 없이 8개 모두 누가 정리해놓은 듯 너무나도 가지런히 모아져 있어서,  순간 얼떨떨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비슷비슷한 짐들 속에서 잘 찾을 수 있게 형광 테이프도 덕지덕지 붙여놨었는데...


그때, 미소를 띤 채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으니...

이미 여러 블로그에서 읽어 알고 있던 '포터', 이른바 공항 짐꾼이었다.

국내선으로 경유를 하려면 수하물을 찾았다가 다시 부쳐야 하는데, 그때 카트에 실어서 옮겨주고는 팁을 받는다고 했다.

애초에 포터에게 짐을 맡길 생각은 없었지만 짐 8개 모두 수하물 허용 무게를 꽉꽉 채운 데다가 두 개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무게를 늘린 탓에 많이 무겁기도 했고, 기내용 캐리어 4개에 각자 배낭도 하나씩 매고, 무엇보다 이제 막 입국 심사를 마친 얼떨떨한 상태에서 포터가 뭐라 뭐라 하며 적극적으로 카트에 짐을 올리는데 제지할 정신도 없었다.

이때 말했어야 했는데...

"No, thank you."

아직은 영어로 한마디 내뱉기도 주저하던 우리는 조용히 팁으로 줄 20불짜리 한 장을 손에 쥔 채 포터 뒤를 졸졸 따라 이동했다.

불과 50미터 정도 카트를 끌고 갔을까?

수하물 수속하는 곳은 정말 바로 코앞에 있었다.

포터가 해 준 일이라곤 카트에 가방 8개를 차곡차곡 쌓아서, 아주 매끄러운 공항 복도를 약 50미터 정도 밀고 와서 검색대에 내려준 것뿐이었다.

'팁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할 겨를 도 없이 얼떨결에 20불을 팁으로 내밀었다.

받아 드는 그도 역시 의외라는 듯 흠칫 놀라며 환한 미소로 우리에게 연신 땡큐를 남발했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선 탑승하는 곳까지 따라와선 검색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둥, 주머니에 있는 건 다 꺼내라는 둥 계속 뭔가를 알려주고 싶어 하며 엄청난 친절함을 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5불이면 충분했을 팁을 20불이나 받았으니 그로서도 얼마나 횡재였을까...

이 호구 같은 아시안들이 고마우면서도 짠해 보였을까?

'이 어리바리한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막 느껴질 정도였다.

덕분에 애틀랜타 공항에서의 미국의 첫인상이 '친절함 가득한 환영'이었던 것으로 20불의 가치는 충분했던 것 같기도.

누워있다가도 이불 킥을 하게 만든 이 사건은 그 후로 팁을 줘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20불이 팁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포터한테도 20불이나 줬는데 뭐... 이 정도 서비스에 5불은 아무것도 아니지.'

 팁 주는 걸 아까워하는 대신, 미국의 팁 문화를 이해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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