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락 Nov 29. 2023

미국마트 탐방기

미국에서 1년 살기

첫날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 들렀던 코스트코는 너무나 익숙한 느낌에 마치 옆동네에 새로 오픈한 코스트코 매장에 온 것 같았다.

시스템이나 매장에서 나는 향취까지 한국에서의 그것과 똑같았고, 커클랜드 마크는 한국 브랜드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숙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히려 코스트코를 한인마트보다 익숙하게 돌아다니며 너무나 미국적인 마트에서 한국에 향수를 느끼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집에서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코스트코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여 쌀이나 생수, 그리고 고기를 구입했다.

미국은 고깃값이 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높은 등급의 소고기는 한우 가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멋모르고 미국에 있는 동안 스테이크는 실컷 먹어보자며 고깃값 무서운 줄 모르고 동네 마트에서 최상등급을 골랐는데, 물가에 비해 절대 싼 게 아니라는 걸 알고는 점점 코스트코의 프라임에서 초이스 등급으로, 그리고 가끔 스튜를 만들 때면 셀렉트 등급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출발 전에 한국에서 연회원을 등록하고 왔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 없이 도착 첫날부터 코스트코에서 물건을 살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만들어온 회원카드의 단점은 코스트코 주유소의 무인기계에서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코스트코에 딸린 주유소에서는 가장 저렴하게 주유를 할 수 있어서 항상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결제를 할 때마다 관리자를 불러야 해서 번거롭기도 하고 매번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이것도 몇 번 하다 보니 그냥 하던 대로 하게 되었지만, 첫날 주유하러 가서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랐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집 주변에 이미 마트가 여러 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도시라서 그런지 곳곳에 새로운 마트들이 계속 생기고 있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트레이드 마크인 타겟(Target)은 우리 집 바로 길 건너에 있어서 가장 가주 갔던 마트 중 하나이다.

식료품부터 학용품과 전자제품, 그리고 의류까지 없는 게 없는 대신, 식료품의 종류가 많지 않고 신선도도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웬만한 건 다 있는 데다 minute clinic이 붙어있는 약국(CVS)이 있었는데, 아플 때 바로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응급 의료기관이 있어서 일 년 동안 매우 든든했다. 아이들 독감접종도 이곳에서 했다.


해리스티터(Harris Teeter)는 전형적인 식료품점으로 사과 종류만 해도 열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데다가 신선한 야채, 과일부터 피자나 감자튀김 같은 레토르트 식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었다.

집 앞 쇼핑몰 단지에 타겟과 나란히 붙어 있어서, 타겟에서 장을 보다 식료품이 부실하다 싶으면 해리스티터에 다시 들릴 정도로  먹을거리위주로 장을 볼 때 가장 많이 갔던 마트이다.

영수증을 아이들 학교 이름으로 적립하면 학교기금으로 포인트가 쌓였는데, 기부문화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이렇게라도 학교에 도움이 되겠지 하며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홀푸드(Whole Foods Market)는 '유기농'이라는 다른 마트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고수하는 마트였는데, 살짝 높은 가격에 처음에는 구경만 다니다가 아마존 프라임 회원 가입 후 할인이 돼서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UNC 메일 계정으로 아마존에 가입하면 학생 할인이 되어 6개월 동안 프라임회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홀푸드에선 지역 와인이나 맥주, 우유 등 근처의 농장과 연계된 신선하고 특색 있는 상품들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었는데, 유리병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라던지 지역 상품에 대해 추가 할인을 적용해 준다던지 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홀푸드 베이커리의 빵이나 케이크가 평균 이상은 돼서 맛있는 빵집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종종 이용했다.



이름만은 너무나 익숙했던 월마트(Walmart)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마트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타겟에서도 다양한 품목들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타겟에 세 개의 브랜드의 제품이 구비되어 있다면 월마트엔 거의 열개의 브랜드가 있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었고 마트 끝에서 끝까지 돌며 쇼핑을 하다 보면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유일한 마트였다.
매장 크기로 보면 코스트코와 비슷하지만, 코스트코는 대용량 제품들이라 정작 종류가 다양하진 않은데 월마트에선 진열대 하나하나가 다 다른 제품들로 채워져 있어서 구경하다 보면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계산대가 아무리 많아도 항상 길이 줄게 늘어서 있었는데, 사람이 많기도 많았지만 계산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우리나라에선 내가 계산을 마친 물건들을 가방에 담고 있는 와중에도 뒷사람이 바로 옆에 와 서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앞사람이 물건을 챙겨서 떠날 때까지 뒷사람은 절대 계산대에 진입하지 않았고, 아무리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도 계산원은 손님과 항상 스몰토크를 하며 천천히 봉투에 물건을 담았다.

처음엔 마음이 급했던 남편이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기가 물건을 봉투에 담았는데, 계산원이 정색하며 손도 못 대게 한 다음부터는 꾹 참고 기다렸다.

한국보다 얇은 봉투라 그런지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봉투를 꺼내 나머지 물건들을 담다가 또 새 봉투를 꺼내길 반복하기 때문에 장을 보고 돌아오면 항상 비닐이 잔뜩 남았다.

일 년 동안 쓰레기통을 따로 사지 않고 마트 비닐에 매일매일 쓰레기를 담아 버리기에도 충분할 정도였다.


'저렴함의 끝판왕' 알디(ALDI)는 가격이 정말 싸다.
대신 항상 같은 제품이 있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잘 쓰던 제품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장을 보러 간다기보단 가끔 들려서 그때그때 저렴한 것들을 쟁여놓을 때 이용하곤 했다.
질 좋은 버터라던지 토핑이 엄청 실하고 맛있는 피자, 마블링이 훌륭한 대용량 스테이크 고기, 당도 높은 복숭아 등등 우리가 애용했던 제품들이 꽤 많아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방문했던 곳이다.
알디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카트사용방법이었다.
미국의 어디에서도 카트를 아무 데나 놓고 가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카트관리라는 것 자체가 없었는데, 알디에서는 25센트(쿼터) 동전을 넣어야 카트사용이 되기 때문에 꼭 제자리에 꽂아놓고 갔다.
100원짜리를 넣고 카트를 이용하던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시스템이었지만, 미국 사람들에겐 꽤나 귀찮은 일이었을 것 같다. 가끔 카트를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카트를 돌돌돌 밀고 들어가 쇼핑을 하고 나중에 카트를 반납하고 25센트를 돌려받아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퍼블릭스(Publix)는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신세계 스타슈퍼 같은 느낌이랄까?
과일들도 살짝 비싸지만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것들로만 진열되어 있었는데 당도 높고 맛있는 과일이 먹고 싶을 때 퍼블릭스에서 사 오면 항상 맛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카트를 주차장까지 대신 밀어주는 직원이 있다는 거였다.

오픈초기라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처음 퍼블릭스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를 나오는데, 한 직원이 다가와 "주차장까지 카트를 밀어줄까?"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너무 당황해서 "yes"라고 말하는 바람에 카트를 넘겨주고는 직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무거운 대형카트도 아니었고 일반 슈퍼에서 사용하는 미니카트였는데, 걸음은 또 어찌나 느리던지...

아무 말 없이 졸졸 따라가는 그 어색함이란...

돌돌 굴러가는 카트바퀴소리가 주차장에 울리는 게 유난히 크게 들렸다.

팁을 줬어야 했나 싶지만 첫날엔 너무 당황해서 고맙다는 말만 하고 카트를 넘겨받았고, 그다음부터는 "No, Thank you."라고 항상 거절을 했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에 대해 팁을 줘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트레이더조(Trader Joe)는 특색 있는 제품들을 구비하고 있어서 꼭 여길 가야만 살 수 있는 제품들이 몇 가지 있다.

특히 반조리식품 몇 가지는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서 종종 솔드 아웃되곤 했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꼭 살게 없더라도 가끔 들려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집과는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가진 못했지만, 남편학교 근처에 있기 때문에 라이드 해주며 중간에 시간을 보낼 때 들리면 아주 좋은 나의 놀이터였다.


우리 가족이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랜드 아시아 마켓(Grand Asia Market)

아시아 식재료들을 팔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중국 마트인 게 분명했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중국음식 재료들이었다.
그래도 H마트가 생기기 전까진 한식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마트였을 것 같고, 처음 보는 중국 향신료들과 동남아시아 재료들까지 모두 구할 수 있어 장 볼 때마다 너무 신나는 곳이었다.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이나 고기의 특수 부위까지 정말 이색적인 식재료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중국요리들을 바로 포장해 갈 수 있는 푸드코트가 있었는데 저렴하고 양이 많은데 맛있기까지 해서 우리 가족들이 아직까지도 그리워하는 마트이다.



그리고 너무나 고마웠던 H마트.
H마트 덕분에 일 년 내내 김치는 아주 쉽게 사 먹거나 배추랑 무를 사서 아예 김치를 담글 수도 있었다.
한국의 반찬가게처럼 조리된 밑반찬들까지 팔 정도로 H마트에 가면 정말 한국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확실히 한국사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고, 한국의 무언가가 그리울 때마다 먹었던 푸드코트의 돌솥비빔밥은 우리 가족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다만 한 두 브랜드의 제품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진열돼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고,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제품이 오히려 수입품이라 한국에서의 가격보다 훨씬 비쌌다.
굳이 한식만 고집하지 않다 보니 미국 마트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를 살 때만 가서 오히려 자주 가진 않았다. 

아이들에게도 여기에 있는 동안에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하나라도 더 먹어보라며 한국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잘 사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 3호는 미국에서 먹었던 바나나킥이 여태까지 먹었던 바나나킥 중 가장 맛있었다고 추억한다.



노스캐롤라이나 파머스마켓(NC State Farmers Public Market)은 우리나라로 치면 가락시장 같은 농산물 직판장이다.

도매가격은 저렴하지만 한두 개 사는 소매가격은 일반 마트와 별 차이가 없는 것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박스째 구입하는 것 외엔 별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핼러윈 시즌엔 온갖 종류의 호박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것처럼 각 시즌별로 특색 있는 시장의 모습은 구경할 만하다.
특별히 좋아하는 과일이 있으면 박스째 구입해서 실컷 먹을 수 있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한 박스를 사서 반씩 나누는 진귀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파머스마켓(Durham Farmers' Market) 은 우리나라의 5일장이나 9일장 같은 지역 장터로 지역 주민들이 키운 채소나 과일, 벌꿀, 맥주 등을 판다.
각 동네마다 주차장이 넓은 곳에서 주말마다 열리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내려서 소소한 시식을 하며 쓱 한 바퀴 돌아오는 재미가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땐 현금 계산을 해야 하는 걸 모르고 전혀 준비가 안 돼있다가 미국 동전으로 계산하느라 진땀을 뻘뻘 흘렸다. (여전히 센트, 니켈, 다임, 쿼터는 쓸 때마다 헷갈려서 애를 먹는다.)


남편과 참새방앗간처럼 가장 자주 간 곳은 TJMAXX(티제이맥스) 나 ROSS(로스), Home Goods(홈굿즈), Marshalls(마샬) 같은 이월상품 매장이었다.

처음에 갔을 땐 정말 신세계였다.

보물 찾기를 하듯 매장 구석구석에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하다가 정상가에 비해 90%까지 할인을 하는 상품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져 거의 중독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게 되었다.

남편은 여기서 폴로 피케셔츠를 $9.99에 구입하다가 정상매장에서는 쇼핑을 할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소비에서 오는 힐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트를 구경하며 장을 보는 건 아무리 오랜 시간을 돌아다녀도 힘들지 않은 일이었고, 필요한 먹거리들을 사는 돈이라고 생각하니 쓰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소소한 힐링이자 행복이었다.
친해진 이웃들이나 ESL 친구들로부터 각 나라마다 어떤 브랜드의 양념이나 향신료가 유명한지, 뭘 사야 하는지에 대한 팁도 받으며 음식 만들기에 재미가 더해졌다.
그래서 삼시 세끼, 집밥 이선생으로 일 년을 보냈다고 하면 다들 '고생했다.', '힘들었겠다.'라고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새롭고 재미있는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https://go-with.tistory.com/category/%EB%AF%B8%EA%B5%AD%EC%97%90%EC%84%9C%201%EB%85%84%20%EC%82%B4%EA%B8%B0


작가의 이전글 한국 급식이 그리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