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를 맞이한 낯선 미국 땅의 한국인

조교, 대학원 생활, 인턴십 때문에 미쳐 돌아가는 와중에 남기는 글

by 모라키무

정말 미친 듯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숙제가 주어지고 단번에 정답을 알아채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ChatGPT에게 그저 도움을 받을 뿐이라며 합리화하며 어찌어찌 대학원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겠는 와중에 인턴십 관련해서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레퍼럴', 즉, 지인이 추천해서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기에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정작 그 방법을 몰라서 방황하고 있긴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교 네트워킹 플랫폼을 통해서 여러 사람에게 레퍼럴을 부탁했고 10명 중에 한 명이 나에게 답장을 줬다. 하지만 약어로 쓴 탓에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어려워 친구들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라고 물어보러 3층에 갔다. 미국에서의 '레퍼럴' 개념을 잘 몰랐던 터라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얻고 친구들이 링크드인은 이렇게 써야 한다, 너의 링크드인에서 이 부분은 약간 애매하니까 수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얻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10분쯤 지났을까, 친구 중 한 명이 내 방문을 두드리며 내일 우리 놀러 가는 일정을 체크하러 왔다. 물론 일정을 체크하러 왔지만 단번에 이 친구가 내 감정을 살펴보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5분쯤 지났을까, 또 다른 친구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이미 한 친구가 내 방에서 나랑 수다를 떨고 있던 와중에 다른 친구가 방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웃겨서 셋이서 빵 터졌다.


그리고 친구들은 솔직하게 나에게 물었다. 우리가 너에게 너무 몰아붙인 것은 아닌지, 혹시 나의 마음이 상하진 않았는지 걱정되어 내려왔다고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뭐랄까. 그냥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글로나마 그 감정을 남겨야겠다 마음먹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링크드인과 네트워킹에 관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주었을 때, 나는 무언가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와, 진짜 이 정도로까지 해야 한다 말이야?"라며 문화차이가 너무 커서 약간의 충격을 먹었다. 네트워킹, 네트워킹 듣기만 했지만 이 정도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는 몰랐다. 숙제에 치여서, 조교 일에 치여서 어찌어찌 학기를 진짜 "해내고"있던 와중에 친구들이 인턴십 관련해서 쏟아내는 조언들이 고마우면서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들이 하나둘씩 방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이 너무 웃기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아직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나에게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던 너희들인데 이렇게 되려 나에게 다가와서 나의 감정을 살펴준다니. 이 고마움을 짧은 영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미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진심을 다해서 표현했던 것 같다. 나는 정말 너희들이 있어서 행운이라고, 너희들 덕분에 내가 지금 무엇을 해나 갸야 하는지 갈피를 잡고 있다고. 진짜 너네가 그런 말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이다.


솔직히 아직 나는 자신이 없긴 하다. 이 낯선 땅에서, 그리고 대규모 해고가 행해지고 있는 이 tech industry에서 인턴십을 찾을 수 있을지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여름에 내가 인턴십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아직 나는 준비가 안 됐다고 위로를 삼으려고 한다. 아직 영어도 갈 길이 멀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비록 인턴십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그리고 나는 잠시나마 친구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다. 서른 살이 되어서도 아직까지 나를 찾아가는 이 길 한가운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지금, 저렇게 진심을 다해서 조언해 주고 또 나의 감정을 되살펴주는 친구들을 얻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어쩜 내 주변에는 고마운 친구들밖에 없는지 다시금 행복을 느낀다.


한국을 떠날 때도 진심으로 아쉬워하던 친구들과 잘 해내고 오라고 응원해 주던 친구들을 하나둘씩 나의 일기장에 새겼던 날처럼 이렇게나마 고마웠던 순간을 기록해 본다. 친구들에게 받은 사랑을 항상 간직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내일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