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만 있으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없다

시간 관리는 능력과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

by 모라키무
능력만 있으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상관없다.

이 생각은 어떻게 보면 '세대차이'라는 단어와 엮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창 MZ세대를 이해해보겠다고 82년생 작가가 쓴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제목의 책이 공교롭게도 내가 입사한 해에 붐이 일었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워낙 악명만 높았던 책이라 가까이하기 힘들었다(사실 그냥 읽기 싫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진행했던 리버스 멘토링에서 본부장님과의 세대차이를 허물기 위해 주어진 미션을 하다 보니 내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여기서 네가 뭔데 그들을 이해하냐라고 말하는 꼰대들도 있겠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각자 이해해야 세대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대차이를 '적응'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했던 것 같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내 주변의 사회에 적응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던 것처럼 그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나날들의 사회생활은 지금의 그들을 형성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비혼을 외치고 딩크가 등장한 배경에는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집값과 취업률이 있었을 것이지만, 그들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많이 낳았던 시절에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전쟁터 같은 회사에 나가 돈을 벌면서도 집에 돌아와 아이들의 웃음이 그들에게는 삶의 이유가 되기도 했었을 것이다. 나랑 내 또래의 동료는 한 달에 하나씩 쌓이는 연차를 두세 개씩 모아서 쳇바퀴 같은 회사 생활을 벗어나는 수단으로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연차 촉진 개수 이외에는 모두 돈으로 받는 본부장님의 생활 방식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 생활에 있어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도 있지만 주변 사람이 어떠한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아빠와 상사들에게 배운 시간 개념은 '약속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차 출퇴근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회사와 약속됐든 사람과 약속했든 시간을 어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점은 세대차이가 나든 안 나든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인 것 같다.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 시간 개념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출근을 해서 아무리 일처리가 깔끔하고 모든 일을 해치운다 하더라도 지각을 밥먹듯이 하면 결국 그 사람의 이미지는 안 좋게 된다는 점을 배웠다. 솔직히 이 생각은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스무 살씩 많으셨던 분들이라 이렇게 생각이 정립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받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들에게 습득한 나의 사고가 내 밑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겠는가란 생각을 한다. 즉, 지각에 굉장히 민감하고 시간 약속에 예민한 상사들 밑에서 일을 배운 90년대생인 나도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지각에는 민감한 사람이 되어 있단 뜻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약속된 것을 행하지 않았을 때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인턴 생활을 하던 중 하루는 부장님께서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간'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신 적이 있다. 내가 만약 금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업무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 수요일 퇴근 쯔음이면 내가 과연 이 보고서를 금요일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목요일 오후에는 가능 여부가 나온다. 하지만 이때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는 한시라도 빨리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즉, 내가 약속을 어길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판단은 마감 기한이 되기 전에 미리 알게 되므로 상사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한을 못 지킬 것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미리 양해를 구하고 기한이 늘어난 채로 마음 편하게 꼼꼼하게 하는 것과 끝까지 말을 하고 있지 않다가 마감 시간이 되어서야 '못 했습니다'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나니 내 머릿속에는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머릿속에 '!!!!!' 느낌표 다섯 개가 그려진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친구들과의 약속 시간에서도 늘 내가 겪던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 집에서 약속 장소까지 30분이 걸릴 걸 알면서도 15분 전에 출발을 한다는 것은 약속 장소에 지각을 한다는 것이 분명했는데도 지각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짜증이 난 적이 많았다. 요즘은 지도 앱도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내가 언제 그 장소에 도착할지 몇 번의 터치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본인이 늦을 것을 알면서도 약속 시간을 지나서 내가 이미 그 장소에 나와있는데도 '왜 안 오냐'는 물음에 '가고 있는데 미안ㅠ'이라고 하는 것은 매번 화를 나게 하는 상황이기 마련이었다. 만약에 출발할 때 15분이 늦을 걸 알고 약속 시간 15분 전에 상황을 알려주었다면 나도 여유롭게 가거나 중간에 소품샵을 더 구경하거나 했을 텐데 말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회사 생활을 시작해서도 잊지 못할 습관을 형성하게 해 주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일지언정 사건 사고는 불시에 찾아오기 마련인데 이러한 생활 태도를 갖고 있으면 내 이미지에 10 정도 타격을 입힐 것을 줄이거나 영향을 안 줄 수도 있기 마련이다. 회사 생활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일을 잘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알고 있고, 하고 있고, 또 못하는 부분까지도 알고 있다는 점은 그 사람이 일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보다 '저 사람이 똑똑하다'라는 인상을 먼저 심어줄 것이다.


또 한 가지 시간 관리에 있어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아빠의 말이 있다. 나 스스로도 '9시부터 업무 시작이면 8시 59분에 앉아도 상관없다'주의이지만 아빠는

회사 생활에 있어서 출퇴근 시간만큼은 어겨서 안 되는 영역

이라고 하셨다. 나는 주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지하철의 경우 출근 시간에 세이프할 수 있는 열차의 하나 전 열차를 꼭 타라고 하셨다. 9시 출근이어서 지하철 역에 8시 50분에 내리는 열차가 있다면 그 하나 전인 8시 40분 차를 타라는 것이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위한 시간을 늘 대비하고 살라는 말씀이셨다.

회사 생활을 4년 정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이 '만약'의 시간을 사용할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지하철 시간표가 갑자기 바뀌었을 때, 이 생활 패턴을 갖고 있으면 절대 지각하지 않는다. 평소보다 열차가 안 오는데?라고 생각이 들어도 아예 안 오는 상황은 없기 때문에 지각한 적은 없다. 폭우가 쏟아져서 고무보트 타고 출퇴근하는 대한민국 근성이 여기에도 있나 싶다만 어찌 됐든 나보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아빠로부터 받은 조언이었고 다른 부분은 '으 꼰대'하고 넘겨도 시간만큼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기에 이런 생활 태도는 유지하고자 한다.


그래서 결론은 능력이 뛰어나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시간은 지켜야 한다. 능력이 뛰어나다면 능력이 모자라서 남에게 업무를 떠넘기는 식의 피해를 끼치진 않겠지만 시간을 어김으로서 남의 시간을 빼앗는 피해는 끼칠 수 있으므로 시간은 잘 지키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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