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이 사라질까 불안했던 엄마의 이야기

by 모란비

엄마가 된다는 건... 참 묘한 조합이다.
기쁨과 불안, 사랑과 책임감, 달콤함과 매운맛이 한데 뒤섞여서 하루하루 마치 마라탕처럼 끓어오른다.
일하고, 아이들 챙기고, 집안을 굴리고, 너덜해진 체력으로 하루를 겨우 마치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왔다.

“어… 근데 나는 어디 갔지?”

마치 내 삶이 살짝씩 투명해지고 있는 느낌.
발끝부터 모래처럼 흘러내려 사라질까 봐 괜히 겁나는 순간들.
직장은 안정적이었지만, 마음은 안정되지 않았다.
“내가 다치면 어떡하지?”
“회사가 갑자기 사라지면?”
나... 이대로 진짜 괜찮은 걸까?”
이런 질문들이 밤마다 나를 깨우곤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이름으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
그게 왜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 걸까.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마음속에서 자꾸만 부풀어 올라 잠을 삼켜버릴 만큼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아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내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만들자.’

대단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작아도 괜찮았고 천천히 쌓아도 괜찮았다.
그저 내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한마디,
“이건 내 거야.”
그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마음이 결국 나를 그림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틈만 나면 펜을 들었고 짧은 시간이라도 종이에 선을 긋는 순간 내 마음은 잠시 멈췄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존재를 붙들어주는 빛이 되었고, 그 빛은 어느새 내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나를 살려준 작은 빛이 시작됐다.
그 빛이 쌓이고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엄마이자 직장인이면서 작지만 단단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
그 하루하루가 쌓여서 결국 나의 삶이 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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