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성충이었다.
근데 그게 자산이 될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수익화’라는 단어는 나한테 거의 재난 수준이었다.
뭐랄까.. 눈앞에 갑자기 거대한 공룡이 나타난 것처럼 멘붕이 왔다.
“내 취향대로 하면 과연 팔릴까?”
“나는 뭘 좋아하는지 아는데, 사람들은?”
“뭐부터 해야 하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가 났다.
그때의 나는 진짜 허둥지둥이었다.
아이 셋 키우고, 일하고, 집안일하고.. 이미 하루 자체가 RPG 하드모드였는데,
거기에 ‘수익화’라는 미션까지 떨어지니까
그냥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생각도 했다.
“아.. 나는 그냥 감성충인가?”
살짝 비웃고, 살짝 자책하고,
“이런 스타일로 뭘 해먹겠어” 하면서 스스로 폄하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데,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다.
내가 가진 감성이 세상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일 때가 있었으니까.
근데 웃긴 건 말이지..
바로 그 ‘감성’이 지금 나의 가장 큰 자산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아, 이 반전 너무 재밌지 않나?
삶은 진짜 앞에서 보면 비극 같고, 뒤에서 보면 드라마라는 말이 딱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글도 그리고 그림도 그리면서 깨달았다.
내 취향을 억누르는 게 답이 아니었다는 걸.
‘이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하며 맞추려 했던 순간보다
‘그냥 나이니까 이렇게 한다’ 하고 그린 순간들이 오래 남았다. 더 깊게 닿았다.
공감 댓글도, DM도 그때 몰렸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묘하게 정직하다.
내가 진심을 꺼내 보이면, 그걸 알아본다.
내 취향이라는 게 결국 나의 언어고, 나의 세계관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후로 조금 다르게 살기 시작했다.
타협이 아니라 선택을 하기 시작한 거다.
남을 향한 시선을 먼저 생각하던 습관을 나를 향해 돌리는 연습을 했다.
이 그림이 좋으면 그냥 그리는 거고,
이 문장이 마음에 뜨면 그대로 쓰는 거고,
이 감정이 나를 흔들면 그걸 작품으로 옮기는 거다.
그렇게 조금씩 방향을 틀었더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더 모이기 시작했다.
팔릴까 걱정하던 내 감성은
팔리는 것보다 더 큰 걸 가져다줬다.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그 지점.
그게 오히려 나를 살리고, 내 브랜드를 만들고, 내 글과 그림을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들게 했다.
결국 나답다는 건,
그 어떤 전략보다 강력하다는 걸
이제야, 아주 천천히, 실감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