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티브이 드라마나 예능프로에서 보면 먼 미래의 자신에게 영상 편지를 띄우거나 타임캡슐을 만들어 나중에 꺼내 보자고 약속한다. 미래의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되어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바뀌어있길 기대하면서. 초등학교 때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 한 구석 어디쯤 묻어놓은 것 같은데 아직도 보존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장래희망이나 꿈을 위해 노력했을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편지를 썼겠지.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제 중년이 된 내게 미래의 모습을 써보라고 한다면 어떤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른 새벽에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 부지런히 하루를 살아갈까?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리면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텃밭에는 각종 허브를 기르거나 제철 과일이나 채소에 물을 주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 남편과 가까운 숲길을 산책하며 바람을, 흙을 만지며 숲을 느끼며 살겠지. 간혹 내 자녀들과 다음 세대 간의 교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주 있을 수도 있겠지. 왜냐면 나는 내 딸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말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되면 손주들을 초등학교 다닐 동안만이라도 농촌지역에서 양육하고 싶기도 하다.(멋모르고 하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손주들이 사계절을 느끼고 자연을 접하면서 풀과 나무 벌레등과 함께 자라고 성장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들을 위해서 책도 읽어주고 그림도 함께 그리면서. 흙에 생기가 불어나는 봄에는 모내기를 배우고 여름에는 땀 흘리며 잡초를 뽑고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는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게 해주고 싶다. 농촌 지역사회에 문학의 밤 행사를 열어 책과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집 옆에 선룸을 지어 북카페를 열어서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커피는 무료로 드리고 간혹 맛있는 음식을 해서 한 끼 푸짐하게 식사도 하면 좋겠다. 된장 고추장 간장은 직접 만들어서 도시에 사는 동생들이나 친구들에게 친정엄마처럼 푸짐하게 퍼주고 싶다.
명절날 긴 고속도로 행렬의 지루함을 느껴보고 싶다는 조카들에게 시골 할머니집 같은 고향을 만들어 줘야지. 봄에 돋아나는 온갖 나물을 캐러 오고 집 앞에 흐르는 냇가에서 물놀이하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삼겹살도 구워주면 밤 하는 별만큼이나 행복함이 쌓이지 않을까.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겨울에 눈썰매장은 무조건 오픈이다.
방 한 칸짜리 게스트하우스도 지어놔야겠다. 농촌 생활 체험을 하고 싶은 가족들에게는 언제나 왔다 갈 수 있는 구조로 말이다. 마당 한쪽에는 황토방을 지어서 장작불에 몸을 지지는 일상도 꼭 만들어야 한다. 동치미와 함께 먹는 군고구마는 환상이겠지. 단풍잎이 짙게 물든 초겨울에는 한여름 뙤약볕을 견뎌낸 붉은 고춧가루로 버무린 김장을 할 것이다. 김치 냉장고에 가득 채워 넣고 수육과 막걸리로 온 가족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주면 일 년 농사는 얼추 끝나가겠지.
위에 쓴 것들은 내가 노년이 되었을 때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타임캡슐에 굳이 넣을 필요도 없는, 조만간 곧 다가올 일이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도시에서 살아왔으니 느림의 미학이 있는 노년에는 농촌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살아보고 싶다. 농촌이라고 느리게 사는 건 아니지만, 시골에서의 부지런함이 바쁘고 여유 없는 도시 생활의 피곤함을 치유해 줄 것이다.
대부분 노년이 되었을 때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즐겁고 건강하다고 한다. 최근 자주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 중 「건축탐구 집」에서 모녀가 외할아버지가 마련해 둔 터에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그 어머니는 나이 들어서 이렇게 소일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축복이라고 말씀하셨다. 건강이 허락하는 경우 소소한 일을 찾아 하는 것이 좋다. 몸을 망가트리는 일만 아니라면 말이다.
한 달 후 일도 일주일 후 일도 내일 일도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가다 보면 지금처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삶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진 것 중 나눌 수 있는 것을 베풀며 사는 삶이야 말로 가치 있고 부유한 삶이 아닐까.
그나저나 집 짓고 나면 10년은 늙는다고 하는데 그때 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요양원이 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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