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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지 Aug 29. 2023

주는 낙으로 사는 어머니들

엄마들은 자식들이 굶고 사는 줄 아나보다.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시는 시어머니는

이른 봄이면 새순이 돋는 나물부터

늦가을 바싹 마른 시래기며

오골계가 낳은 청란까지 모아두셨다가

우리가 갈 때마다 바리바리 싸주신다.



도시에 사시는 친정엄마는 또 어떤가

젊어 한 때 요리로 명성(?)이

자자하던 실력으로

주말마다 장어탕이며 육개장을 끓여

놓으신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되면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주말에 와서 가져가~



간혹,

시어머니가 주시는 농작물을

친정엄마가 요리를 해주실 때도 있다.


나와 남편 그리고 두 딸은

덕분에 포동포동하다


때때로, 자주

남은 음식은 처치곤란하여

아무도 모르게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곤 한다.


한 열흘 머위 나물을 줄기차게 먹은 후

시골에 가면

시어머니의 냉동고에는

바위만 한 머윗대며 취나물이 나온다.

자칫하다간  발등 찍힐 수가 있다.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들에게

가지, 고추, 각종 나물을 나눠주기도 하는데

요즘은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늘도 나는 호박전을 부치거나

가지를 볶는다.


간혹 국적불명의 요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식구들은 한두 숟가락 예의상 먹지만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


자칭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전기밥솥도 없이 사는데

뭔지 모르는 까만 비닐 돌덩이로 맥시멈이 되어간다.


엄마들은 우리가 못 먹고사는 줄 아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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