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공부 시킬거잖아
준서의 꿈은 자주 바뀝니다. 지금까지 경찰관,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리사였고 지금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준서에게 얘기했죠. 무얼 하든지 책을 많이 읽고, 영어도 할 줄 알고, 더하기 빼기 곱셈 나눗셈 정도는 해야 한다고. 그래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니 꿈을 펼칠 수 있다고요.
그러자 준서가 생각합니다. 뭐든 별로 하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요.
"엄마, 그럼 나 엄마랑 계속 살래."
"그건 안 되지. 엄마 아빠는 너를 독립시키고 노후를 즐기려는 꿈이 있어."
준서는 조금 집요해집니다.
"그럼, 엄마 나는 나중에 뭐 하지?"
"글쎄... 어떻게든 훌륭한 사람이 되자."
준서는 그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훌륭한 사람이 안 되겠다고. 자기는 놀기만 한다고 떼를 씁니다.
"그럼, 엄마가 유산 안 물려준다."
"유산이 뭔데?"
유산에 대해 설명해 주니, 그럼 자기는 얼마나 받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통장에 500만 원이 있는데, 거기에 엄마 빚 300만 원을 갚으면 200만 원이 남아서 준서 다 준다고 했습니다. 왜 그렇게 엉뚱하게 얘기했냐면 뺄셈을 가르쳐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준서가
"나 유산 안 받을래." 라며 유산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저는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왜 포기하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유산 준다고 계속 공부시킬 거잖아."
준서는 기술을 가르쳐야겠어요. 공부로 승부 보는 직업은 좀 어렵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뺄셈을 가르치려던 저의 순진한 계획은 눈치 3백 단 준서에게 어이없이 K.O패 당해버렸습니다. 준서에게 이길 수 있는 것 중에 말빨은 빼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