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불행 대신 선택한 낯선 행복
캐나다 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다 50대에 돌연 남프랑스의 화가가 된 Raviin(가명). 공무원. 듣기만 해도 ‘안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직업이었다. 그녀는 동료들은 좋았지만, 일 자체는 지루하고 그다지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랬던 그녀의 삶에 균열을 만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예기치 않은 시간이었다.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이 고스란히 그녀의 것이 되자,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그릴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사무실 책상보다 이젤 앞의 삶을 훨씬 더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선택지를 꼼꼼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저는 50대 은퇴를 선택했어요. 연금은 줄어들었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했죠.”
55세가 되던 해, 그녀는 미련 없이 퇴직했고 바로 다음 주에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 4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따스한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정착해 꿈에 그리던 화가의 삶을 살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선택은 막연한 동경이 아니었다.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 결과였다. 안정된 연금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남은 인생의 행복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늘 변화를 꿈꾸면서도, ‘언젠가’라는 막연한 시간표 뒤로 모든 계획을 미뤄두곤 했다. Raviin이 이야기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바로 지금 바꿔야해요. 언젠가 인생이 마법처럼 바뀔 것이라는 어떤 거창한 순간을 기다리지 마세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마법은 없었다. 그녀의 새로운 살은 지극히 현실적인 ‘시도’들의 합이었다. 팬데믹 시절, 그녀는 점심시간에 산책하며 디지털 노마드나 예술가의 삶에 대한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팟캐스트에서 언급된 책을 찾아 읽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사소하게 흘려보내던 시간들이 모여 변화의 씨앗이 되었다. 그녀는 조언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관심 있는 수업을 듣거나, 정기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라고. 요리든, 스포츠든, 어떤 행사든, 일단 해보고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작은 시도들이 새로운 만남과 기회로 이어지고, 삶은 그렇게 점진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트는 법이다.
그녀의 최종 정착지가 남프랑스였던 이유는 단순했다. “예술과 문화, 그리고 역사가 있는 곳에 살고 싶었어요.” 예술에 둘러싸인 환경 자체가 그녀에겐 풍요로운 경험이었다. 물가가 비싼 파리 대신 소도시를 택한 것 역시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캐나다보다 생활비가 저렴했고, 이전에 머물던 곳보다는 비싸지만, 지금 느끼는 행복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지출이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현재 Raviin은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지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큰 수익을 위해서라기 보다,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블로그에 여행과 삶을 기록한다. 그녀의 꿈은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집에서 해변을 산책하고, 수영하고,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한 폭의 유화 같은 삶이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마법이 아니다. 오늘의 내가 내딛는 아주 작은 한 걸음, 점심시간에 듣는 팟캐스트 하나, 용기를 내어 등록한 그림 수업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Raviin은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들—그림, 예술, 남프랑스의 햇살—을 향해 기꺼이 삶의 방향을 틀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나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작은 변화’는 오늘,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