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순간에 감사! 'Pura Vida' !
'나의 삶'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 남들은 괜찮다고 하는 길을 걷고 있지만, 어느 순간 불쑥불쑥 느껴지는 공허함과 허탈감. '안정'이라는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익숙함.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느껴지는 두려움. 이대로 괜찮은 걸까?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살다, 지금은 코스타리카에 머물고 있는 Harutoith(가명)를 만났다.
Harutoith는 유치원 교사였던 미국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한국에 왔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직후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9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녀가 낯선 한국에서 그토록 오래 머문 이유가 궁금했다.
"미국에서는 제 월급의 거의 모든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했어요. 월세나 다른 공과금을 내고 나면 겨우 50달러, 많아야 100달러 정도만 남았죠. 정말 비상사태가 생기면 쓸 돈이 없었어요. 월세를 몇 달치나 모아두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달랐어요. 원어민 교사에게 주어지는 세금 혜택 덕분에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어요."
특히 그녀가 강조한 것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었다. 미국에서는 보험이 있어도 너무 비싸서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웠지만, 한국에서는 마음 놓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혜택이 제가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미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병원에 갈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안정적인 저축과 의료 혜택.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Harutoith는 한국에서의 9년이 자신을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와 사고방식은 미국과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돌려 말하는 소통 방식과 '체면(face)'의 개념은 낯설고 어려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게 당연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해서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았죠.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왜 나에게 그냥 말해주지 않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혼란스러웠죠."
그녀는 이러한 문화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이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축제(festival)'를 꼽았다.
"벚꽃 축제, 딸기 축제 등 한국에는 정말 다양한 축제가 많더라고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시골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여러 축제에 참여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워낙 힘든 노동 문화(work culture) 속에서 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삶의 작은 기쁨이라도 찾아 축하하려는 것 같았죠. 저는 한국에서 그 점을 배웠어요. 일상 속에서 사소한 즐거움을 찾아 축하하는 법을요."
'워낙 힘든 노동 문화' 그리고 '작은 기쁨을 찾아 축하'. 그녀는 이를,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찾고 즐기려는 한국 사람들의 지혜로 해석했고, 이를 자신만의 행복 찾는 비법으로 만들었다.
Harutoith는 현재 코스타리카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남미 국가 중 코스타리카의 물가가 가장 비싸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처럼 치안이 좋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곳은 관광객이 많아서 관광객처럼 생활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현지인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스페인어를 배워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그들처럼 소박하게 사는 방법을 익히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러면 생활비가 훨씬 줄어들죠."
코스타리카에는 '푸라 비다(Pura Vida)'라는 특별한 인사말이 있다고 한다. "순수한 삶(Pure Life)"이라는 뜻으로, "잘 지내?"라고 묻는 인사말부터 삶의 모든 순간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
"저는 이제 '푸라 비다'를 실천하며 살고 싶어요!"
미국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코스타리카로 이어진 그녀의 여정은 단순한 이주가 아닌, '나의 것이 아니었던' 삶에서 점차 '나만의 푸라 비다'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각 나라에서 그녀는 삶의 지혜를 스스로 발견하고 터득했다. 한국에서는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는 법과 사소한 것들을 축하하는 지혜를, 코스타리카에서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며 매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다.
그녀가 한국에서 배운 '사소한 즐거움을 축하하는 법'과 코스타리카에서 실천하고 있는 '푸라 비다'는 결국 같은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삶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녀는 '나의 것이 아니었던' 삶에서 '나의'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푸라 비다 (Pura Vida)
스페인어로 '순수한 삶(Pure Life)'을 의미하는 코스타리카의 유명한 인사말이다. 이는 단순한 안부 인사를 넘어, 느긋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푸라 비다'는 모든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삶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만끽하자는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철학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