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낙원은 누군가의 눈물 | 남아공 노동자 이야기

우리가 외면한 진실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에 대하여

by morasafon

그림 같은 해변, 유럽풍의 아름다운 도시, 광활한 초원과 폭포. 미디어를 통해 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풍경은 평화롭고 고요한 휴양지의 모습, 낙원과 같았다. 누구라도 그곳의 삶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받으면, ‘여유’와 ‘낭만’ 같은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남아공의 건설 현장 관리자 Avais(가명)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얼마나 차가운 현실 위에 서 있는지를 들려주었다.



안전이라는 환상, 남아공 치안의 현실


그는 아름다운 해변 도시에 산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 속 풍경은 상상 그대로였다. 새파란 바다와 하얀 집들이 어우러진, 누구나 꿈꿀 법한 낙원의 모습. 와! 감탄하며 그런 멋진 곳에 살아서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 이미지를 깨뜨려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집 안에 있다고 해도 항상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곳이죠.”


과거 근처 도시에 살던 시절,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거실의 TV와 시계, 값나가는 물건 등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잠든 사이, 누군가 전기 울타리를 뚫고 뒷문으로 들어와 집 안을 휘젓고 나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그 경험을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흔한 일이죠 일부죠”라며 어깨를 으쓱인다. 침입한 강도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신은 다치지 않아 운이 좋았고, 도난품은 보험 처리를 해서 괜찮았다고. 그의 너무나 덤덤한 태도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초연함일까, 아니면 체념이었을까.


수십억짜리 낙월을 짖는 건설 노동자의 삶


Avais는 바로 그 아름다운 해변 도시에 고급 주택을 짓는 건설 현장 관리자였다. 의사, 다국적 대기업 CEO 같은 부유한 외국인이나 현지인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한 주택들이다. 그가 보여준 완공된 주택 사진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했다. 통창이 번쩍이는 으리으리한 건물, 넓은 정원과 반짝이는 수영장을 갖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집이었다.


나는 그 집들의 가격이 궁금해졌다. 그가 최근에 지은 집은 미화로 약 85만 달러(한화로 약 12억 원), 현재 짓고 있는 집 중 하나는 무려 250만 달러(한화로 약 35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집들을 직접 손으로 짓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그 집을 짓는 건설 노동자들은 얼마나 받나요?”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에, 아! 하는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좋지 않아요. 한 달에 약 280달러(한화로 약 40만 원) 정도 벌어요.”


한화로 채 40만 원이 안 되는 돈. 수십억짜리 낙원을 짓는 노동의 대가였다. 이것이 바로 남아공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Avais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관리자이지만, 주말 근무나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했다. 일주일에 7일을 일하는 경우에도 정해진 월급 외에는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근무가 없는 주말이면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추가로 돈을 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의 이 말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우리가 꿈꾸는 그 아름다운 풍경은, 누구의 눈물과 땀으로 지어졌는가. 누군가의 안락함은, 정당한 보상조차 지불되지 않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 위에 세워지고 있었다. Avais가 짓는 그 화려한 집의 담벼락은 단순한 벽이 아니다. 그것은 정당한 땀의 가치를 헐값으로 만들고, 그 희생 위에 올라선 이들을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불공정의 장벽이었다.



1.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948년 국민당 집권 이후 공식화된 제도로, 백인 소수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인종 기준으로 거주지, 교육, 직업, 결혼 등을 법제화해 극심한 차별을 실행했다. 흑인, 백인, 컬러드, 인도/아시안으로 구분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정치적 불평등이 제도화되다. 1990년대 초 FW 드 클레르크의 개혁 및 넬슨 만델라의 활동 끝에 1994년 첫 다인종 선거를 통해 폐지되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그로 인한 갈등의 상처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2.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빈부격차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소득 및 부의 불평등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월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가 국가 전체 부의 약 70%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60%는 약 7%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니계수는 약 0.63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로 뿌리 깊은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다. 높은 실업률, 빈곤, 범죄율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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