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아닌, 나만의 언어로 부를 정의할 때
더 이상 돈 때문에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삶, '경제적 자유'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삶이다. 중국계 부모님 아래서 자란 미국인인 Zaydan(가명). 그는 모두가 한창 경력을 쌓아 올릴 나이에 이미 조기 은퇴를 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의 돈을 관리하고 불려주는 프라이빗 뱅커였다. 그가 이른 나이에 조기 은퇴를 꿈꾼 이유는 단순했다. 주 80~90시간씩 일해야 했던 살인적이고 지독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함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을 나에게 했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수영장 딸린 큰 집이 필요했을까요? 저는 수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루이비통이나 롤렉스 시계는 꼭 있어야 할까요?"
그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먼저 정의했다. 그에게 부유함이란 값비싼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결정해야 했어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싶을 때 ‘아, 너무 비싸’라고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여행할 여윳돈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러자 제 목표는 훨씬 달성하기 쉬워졌죠. 천만 달러, 이천만 달러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먹고 싶을 때 망설임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원할 때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바로 그가 정의한 ‘충분함’의 기준이었다. 이 기준은 그의 경제적 자유를 향한 목표를 훨씬 명확하고 현실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막연히 수천만 달러의 자산가를 꿈꾸는 대신, ‘내가 원하는 삶을 살 만큼’의 돈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 것이다.
중국계 부모님과 미국에서 태어난 자신 사이에는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젊은 시절, 돈을 벌자마자 Audi와 BMW를 샀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조언했다.
“집도 없는데 왜 차부터 사니? 돈을 모아야 한단다. 언젠가 좋은 사업이나 주식에 투자할 기회가 왔을 때, 돈이 없으면 어떻게 투자하겠니?”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잔소리는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꾸준히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으로 그는 은퇴 후에도 자신을 지켜줄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바로 내가 일하지 않아도 매달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구조, 즉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저는 제 집을 사고 나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작은 집을 몇 채 더 샀어요. 그 집들이 매달 저에게 월급을 가져다주는 거죠. 이걸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패시브 인컴이라고 부르죠. 매달 돈이 들어오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에게 부동산 투자는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적인 도박이 아니었다. 월급처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그의 경제적 자유를 떠받치는 단단한 기둥이자 든든한 안전망이었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라는 기반 위에서 그는 더 큰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연사로 참여한 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테슬라는 문제가 많은 신생 전기차 회사에 불과했다.
"맞아요. 테슬라는 신생 회사라 문제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약속합니다. 테슬라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가 될 것입니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눈빛과 확신에 찬 목소리는 Zaydan의 투자 원칙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자동차나 회사가 아닌,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주식이 20~30달러였던 시절에 한 투자였으니, 결과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을 덮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공포에 떨며 자산을 팔아치울 때, 그는 기회를 보았고 항공, 극장 등 무너졌던 산업에 과감히 투자했다. 위기가 지나면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고, 큰 부를 안겨주었다.
Zaydan은 조기 은퇴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돈과 삶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에 이야기했다. ‘얼마나’ 벌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나에게 ‘충분함’이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경제적 자유가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기회를 잡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위기의 순간에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젊을 때 절약과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조기 은퇴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며, 70% 이상을 모으기도 한다. 목표 시점은 보통 30~40대 은퇴로, 직업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이는 단순한 은퇴가 아니라 돈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