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병들게 한 청구서 | 르완다로 떠난 미국 변호사

총기 난사와 살인적 물가, '아메리칸드림'을 버리고 찾은 마음의 평화

by morasafon

모두가 선망하는 삶을 뒤로하고 아프리카 르완다에 살고 있는 미국 변호사 Alejandro(가명). 그는 왜 기회의 땅과 선망의 직장을 떠나 먼 곳으로 가야했을까.

미니멀.jpg


총기 사건과 정신 건강


대화는 최근에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십 수명이 사망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에 관해 묻자, 그는 담담하게 "미국에서는 불행히도 총기 난사(mass shooting)라고 부르는 일이 아주 많아요"라고 답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소유가 허용되는 나라. 하지만 그로 인한 비극이 끊이지 않는 곳. Alejandro는 이 현상의 원인으로 깊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많은 미국인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월말에 청구서를 낼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죠. 이런 경제적 어려움은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생활비,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극단적인 폭력으로 표출된다는 그의 분석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국 역시 경제난 등 여러 이슈 속에서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손에는 칼이, 그들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미국을 떠나 르완다에 정착한 변호사


"저 역시 그런 이유들 때문에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기로 선택했어요."


Alejandro는 현재 아프리카의 르완다에 2년째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케냐에서도 몇 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왜 하필 아프리카였을까.


"아프리카에 살 때 훨씬 더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문화, 날씨, 사람들 모두 좋았죠. 그리고 미국보다 생활비가 훨씬 저렴해요. 그래서 이곳에서의 제 삶의 질은 미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높습니다."


우리는 보통 더 나은 기회와 부를 찾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성취한 사회의 기준점을 떠나,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간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는 ‘삶의 질’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낮은 비용으로도 충분한 만족과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삶을 의미했다.


디지털 노마드와 미니멀리즘

노마드.jpg

그는 낯선 르완다에서 어떻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바로 프리랜서와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이었다.


"미국 밖에서는 변호사로 일할 수 없어요. 주마다 법이 달라서, 제가 자격증을 딴 주를 벗어나면 다른 주에서도 일하기 어렵죠. 그래서 저는 온라인으로 제가 속한 주의 법률 관련 프로젝트를 맡아서 해요."


그는 미국을 떠나기 전 미리 온라인으로 일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었다. 고용주에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선택하며 자신의 시간을 통제하는 삶. 이것이 그가 찾은 해답이었다. 물론 수입은 로펌에서 일할 때보다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저는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있어요. 넓은 공간이 아닌 작은 아파트에 살고, 지출을 매우 낮게 유지하죠. 덕분에 높은 청구서에 대한 걱정이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로펌에서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지금의 삶이 제 정신 건강에 훨씬 더 좋아요."


Alejandro의 선택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었다. 그는 세상이 정한 성공의 기준 대신, 덜어냄으로써 자유를 얻는 삶을 택한 것이다. 더 적게 소유하며 더 행복하다는 그의 말이, 대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돌았다.

매거진의 이전글뉴욕의 속도를 버리다 | 잔지바르에서 찾은 숨과 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