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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hsah May 15. 2019

#11. 여백의 시간

강제로 주어진 자유시간의 고통

“어휴 졸려... 오늘따라 업무도 많이 없고, 심심+무기력...”


“남친은 또 잠수모드... 하소연할 친구도 신혼여행... 폰이 넘 조용해”


“어오 짜증나 죽겠네. 다 지들 심심하고 필요할 때만 찾고....!”



“엉엉.........아무도 나를 이유 없인 찾지 않아, 사랑하지 않아......”
아침부터 분노가 차올랐던 날.
급작스레, 가까운 사람들이 날 필요할 때만 찾는 것 같은 감정에 휩싸여 힘든 마음으로 출근했더니, 오늘따라 루즈하고 나른한 일상. 늘 부탁이나 말이 많던 사람들은 그 자신의 일들이 바빠지니 잠잠하던 날.

상황만을 보자면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말씀을 들려주신다. “왜 이 상황을 허락하시는지를 생각하라”라고. 왜일까. 나와 관계하길 원하시는 건 아닐까.
잘 안 되지만, 분한 마음을 접어서 서랍 속 깊이 넣어두고 꾸역꾸역 책을 펴 든다. 그리곤 이렇게 잠잠해져야 나를 찾으시는 그분을 발견하려 애를 써본다. 오늘 하루를 생각하며 그림일기를 그린다.
언젠가는, 상황이나 상대의 반응에 화를 내지 않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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