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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hsah May 15. 2019

#10. 피로사회

존재와 성과는 반대말


(오전, 직장)

둘이 각각 한 시안씩 내야 하는 업무.

후임이 너무나 잘 해왔다. 기특해야 하는데 괜히

트집을 잡고 싶고, 심사가 배배 꼬인다.

“얘보단 잘 해야 내가 위신이 설텐데... 얘는 왜케 배려가 없지?”

(점심, 퇴직한 옛 선임과 식사)

막상 내가 선임이 되니 후임이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를 이야기했다.

전 선임이 있을 땐 그 피로가 더했단다.

나 때문에 얼마나 자괴감을 느끼셨는지를 들었다.

“애용대리는 더했어. 내가 늘 작아졌었지...”

(퇴근 후, 엄마와 영화관 데이뜨)

영화관을 자주 안 다니는 엄마와 코믹 스릴러

영화를 보았다. 한창 고요하고 조용할 때 엄마가

너무나 큰 소리로 한마디를 해, 당황했다.

“얘! 주인공 죽나보다~~~어쩌면좋아!.”...........“엄마 쉿;;;;;;;;”

(영화가 끝난 후)

당황스러운 우리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반팔 가디건에 긴팔 골프티를 겹쳐 입은, 새파란 바지에 썬캡까지 쓴 꽤 독특한 차림이더라도, 음식에 돈을 안 쓰려고 빵과 우유를 다 집에서 싸들고 오셔도, 지전거로 퇴근하며 무단횡단으로 마음을 졸이게 하셔도, 영화관에서 신발을 벗고 크게 이야기하셔도


엄마라는 자체로 좋다.

“조금 부끄러워도, 이래도 저래도 엄마랑 와서 좋다!”
엄마에게 느끼는, 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감정을 회사에서도, 어디에서도 느낀다면 사회생활이 이렇게 피로하지 않을 텐데. 참사랑이 자본과 얽히면 쉽지 않다.
더 이상은 피로하기 싫기에. 존재를 보아주는 눈, 절대평가가 늘 내 안에 자리 잡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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