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자발적인 “을”
결국은...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어, 며칠간 연락이 안 되던 남친에게 계속 불편함과 분노가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의 톡을 보낼 짬도 없는 건 아닌 상황임을 알기에. 그러다가, 혼자 왜 이렇게 신경 쓰고 있어야 하나 자존심이 상해 ‘연락이 오더라도 받지 말아야지. 먼저 하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그런데 세 시간이 넘도록 잠이 오지 않는 거다. 톡을 보내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똑같이 내가 먼저 불편함을 표현했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징징댐도 곁들여서.
행위 자체로 을이 되는 것이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말해야지.
그분도 나에게 똑같으시겠지. 잘 되고 편안하면, 행복하면 지지리도 그분을 안 찾는 나에게 굳이 찾아와서 늘 먼저 말씀하신다. 불편하다고. 나 좀 봐달라고. 쉽게 고쳐지지 않는 나를 포기할 때두 됐는데, 하고 스스로에게 주눅들다가도 그분의 성실하심에 다시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