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어진 것에서부터
#가장깊은브랜드는고유의것
디앤디파트먼트의 대표 나카오카 겐메이는 브랜드를 통해 올바른 디자인을 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디자인이란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고 앞으로도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 롱 라이프 디자인이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디엔디파트먼트 서울 매장 역시 우리나라의 전통 소쿠리나 송월타월과 같은 전통과 역사를 보유한 물건을 발굴하고 고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고객 참여형 프로그램 디스쿨을 개최하여 짚공예 장인들을 강사로 섭외하고 새끼를 꼬는 법이나 짚 냄비 받침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제품을 외국의 브랜드를 통해 만난다는 것이 어째 부끄럽기도 한 일이다. - 164p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외국의 브랜드와 외래문화를 무분별하게 들이고 기존의 것을 무조건 새것으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훌륭한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동시에 선조들이 이룬 업적과 유산을 소중히 여겨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고유의 브랜드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 165p
#편리와행복은어쩌면반대
불편함을 개선하고 편리함을 누리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중략) 그러나 편리함과 행복감은 다른 문제이다. 지하철은 교통 체증 없이 원하는 목적지에 정확하게 우리를 데려다 주지만, 오후의 햇빛과 바람이 주는 상쾌함은 거기에 없다. 전자 결재로 올리는 기안 문서는 클릭 몇 번이면 간단하게 끝나지만, 사람들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고 결재에 앞서 안부를 묻는 광경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편리와 행복은 어쩌면 대척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이유는 수치와 통계에 기반한 정확한 예측이나 효율성이 아니다. 무언가를 행하고 부딪치며 성취하고 때로 실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의 삶은 이미 충분히 편리하다. 오히려 약간의 고생이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친밀하고 따스한 것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