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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Mar 02. 2020

<아프리카와, 그리고 상관없는 이야기> -7

희망봉, 그곳에 담긴 의미

1.8일째 되던 날, 그러니까 귀국 전날 우리는 투어버스를 타고 희망봉으로 향했다. 남아공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희망봉을 보기 위함이기도 했다.


2. 전날 무리한 등산으로 다리가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평소에 운동량이 부족한 탓에, 갑자기 과부하가 걸려 근육이 놀란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열심히 걸었다.


3. 육지에서 바라보는 희망봉은 탁 트인 시야와, 아름다운 곶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봤을 땐, 항해의 첫 반환점이자, 미지의 땅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였을 것이다.

희망봉!

4. 길고 고된 항해 끝에 드디어 육지다!!라는 희망을 담아 희망봉인 줄 알았는데, 전시관의 설명을 읽다 보니 그곳이 바람이 거세고, 파도를 예측하기 힘들어 엄청나게 많은 배들이 희망봉을 돌지 못하고 좌초했다고 한다. 희망봉을 어렵게 돌아도, 원주민에게 붙잡혀 처형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제발 저기만 넘으면 희망의 땅이 기다릴 거야..라는 뉘앙스로 희망봉이랄까.


5. 나는 문명의 이기가 첨단으로 발전된 시대에 산다. 오지라 불리는 곳들도 꽤 다녀보았으나, 대부분 인터넷이 연결되고 구글 지도에 표시가 된다. 처음 가는 낯선 땅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는 것, 예약한 숙소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것. 그리고 그들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 이런 것들 모두 어려운 것이 별로 없다. 다니면 다닐수록, 해를 거듭할수록, 여행이 가져다주는 고난은 경험하기 쉽지 않다. 돈만 어느 정도 있다면 대부분의 불편들은 전부 해결된다.


6. 반면 대 항해 시대의 항해를 떠난 유럽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떠났을지..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환경에서 배의 닻을 올리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살아서 돌아올 확률보단,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는 낯선 곳에서 변사체가 될 확률이 더 높았을 텐데 참 용감한 결정이었다.


7. 한편으론 기술과 문명의 발전, 그로 인한 편리는 매우 상대적이란 생각을 했다. 먼 훗날 기술의 발달로 언어의 장벽이 완벽하게 사라지고, 초 음속 여객기로 지금 24시간이 걸리는 남아공을 30분 만에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사는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저 위험한 비행기를 24시간씩이나 타고 무엇을 위해 낯선 곳에 가려했을지 궁금해할 것이다.


8. 인류는 기술과 함께 진 일보 하지만, 한 편으론 인간에게 소중한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뺏는다.

지금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 키즈카페뿐인 것은 너무나도 슬픈 사실이다.

일이십 년 후엔, 실외의 공기를 그대로 호흡하는 것이 매우 치명적인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간에 의해 스스로를 인간이 만든 울타리에 가두고, 정해놓은 가상의 현실과 기계적인 시스템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파란 바다와 백사장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인생일대의 소원 혹은 죽어서나 갈 수 있는 지상낙원인 것처럼 여겨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9. 자연 친화적인 제품들도 결국에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불과 2~300백 년 만에 산업혁명 이후 지구는 인간에 의해 병들고 있다. 솔직하게 모두가 내가 살아생전엔 지구가 안 망할 것이라며 무책임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의적인 활동은 그린피스도 아닌 일반 개개인이 실천하기에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10.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이것 또한 극복할 것이라 믿고 있지만, 어느 순간 매우 치사율이 높고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할지 모른다. 과거의 흑사병처럼 이번에도 지구의 자정작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엔 인간의 목숨은 삶 혹은 죽음으로 귀결될 뿐이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가치 있는 죽음이니, 운이 없다느니 하고 평가할 순 없을 것이다.


11. 자연의 질서 앞에선 인간 또한 하나의 생물이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장엄한 자연의 풍경 속에선 새삼 느낀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2차 대전 이후 니체는 신은 죽었다며 실존주의를 알렸다.

수많은 가치들의 모순 속에서 우리는 곧잘 길을 잃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절대자의 뜻 속에서 진리를 찾으려 종교생활을 하곤 한다.


12. 아프리카는 상당히 재밌는 여행지다. 그중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을 느끼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 잠비아 탄자니아 같은 백인이 없는 정말 잘 못 사는 아프리카에 방문해보길 권한다.

그곳에서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길 바란다. 물론 해답보단 또 다른 질문이 머릿속을 채우게 될 지라도..


매일 들렀던 숙소 근처 마트
공산품이 귀하고, 수공예품이 널린 아프리카
야생의 성원숭이 나타났다!!!
의외로 채식주의자
이거 먹어볼라 그랬는데 실패
5만 원 주고 산 가방의 끈이, 이틀 만에 떨어졌다. made in south africa..
이 셔츠는 진짜 잘 샀다. 만델라가 자주 입던 브랜드라나.. 저 폰케이스도 그렇고
해보는 시간
다시 돌아온 케이프타운, 포르투갈 요리를 기다리며
와인 거나하게 먹고, 저녁에 또 와인? 이탈리안 퀴진
매일 들렀던 카페. 근묵자흑이랄까..
앙~펭귄 띠
인천공항에서 헤어지기 전.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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