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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Sep 14. 2020

쓰디쓴 초심자의 행운

떡상 가즈아~!!!


<초심자의 행운>


오래된 투자 격언 중, 초심자의 행운을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이미 동서양 가리지 않고 진리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다.

물론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는 2017년 초가을,

회사에 입사한 지 2년쯤 지났을 무렵,

슬슬 주위에서도 재테크의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식은 부모님이 호되게 당해서,

난 절대 주식하지 않으리.


안빈낙도의  YOLO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던 내게도,

당시의 비트코인의 소식은 불타는 야수의 심장을 가지기에 충분한 뉴스였다.


열 배가 올랐다더라, 어떤 건 100배가 올랐다더라,

누구는 천만 원으로 시작해서 서울에 집 샀다더라,

하나 둘 이런 소식이 들려올 무렵

내 첫 투자가 시작된다.



잠 오지 않던 일요일 밤,

"그래 얼마면 잃어도 괜찮을까?"

생각하던 와중 거금 300만 원을 털어 퀀텀과 리플에 투자한다.

당시 퀀텀은 13000원, 리플은 250원.


그 300만 원이 두 달이 지나 2000만 원이 됐다.


난 내가 투자 천재라고 생각했다.

넣는 것마다 상한가를 쳤다.

잠도 안 자고 코인 백서를 보고 해외 뉴스를 뒤지며, 소식을 날랐다.

익명 코인 단톡 방도 만들어, 소식도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수저를 바꿔야 했다.

이대로 월급으론 서울에 집도 못 산다.

(심지어 그땐 지금 9억인 주택이 4억이던 시절이었다. 대출은 70%까지 나오던 시절)


조급함이 나를 부채질했다.

모아둔 쌈짓돈을 털어 넣었다.


내 돈은 원금 300+이익금 1700+투자금 2000이 더해져 거금 사천이 비트코인에 들어가 있었다.


랠리는 멈추지 않았다. 일억이 눈앞이었다.

정부는 비트코인은 희대의 사기라며,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말을 불신했다.


김치가 세계 코인 시장을 리드한다며,

나날이 코인 예탁금은 신기록을 경신했다.


50억씩 벌어 퇴사하는 내 또래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나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어느 날 송도에서 여자 친구와 초밥 오마카세를 먹었다.

일인당 15만 원짜리 초밥은 이제는 나에게 별것도 아니었다.

총 15p의 초밥이 한 점 한 점 나오는 동안

그날 희한하게 미친듯한 랠리가 이어졌다.

한 점 먹을 때마다 백만 원이 올랐다.

초밥을 다 먹고 나오니 내 평가금이 정확히 1500만 원이 늘어나 있었다.


일부를 찾아 동생에게 용돈을 보냈다.

동생은 그것으로 기타를 샀다.


인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억만 벌어서, 한강 보이는 신축 30평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자며

애써 자기에게 집중 못하고 업비트만 들여다보는 나에게 서운한 시선을 보내는 여자 친구의

마음을 무시했다.


그날 마통을 풀로 뚫었다.

업비트에는 이제 내 이익금과 원금 포함해 억이 넘는 자금이 돌아가고 있었다.

투자한 지 고작 3개월 차 투린이. 사회생활 2년 차 직장인에게는 정말 큰 금액이었다.


그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거짓말같이 2018년 1월 2일부터 버블은 터지기 시작했다.


주식을 하는 지금도, 그 하락세는 코로나 때도 보지 못한 하락세 었다.

주식에서는 전고 대비 40% 빠지면 대폭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인은 -95%까지 내려갔다.


존버는 승리한다며 외치던 전우들도

전장의 시체로 하나둘 사라져 갔다.


그 많던 코인족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애써 부인하다가, 이익금을 다 날리고 원금도 조금 잃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손절했다.


'초심자의 행운을 조심하라'

투생아로서는 상당히 쓴 교훈을 얻었다.

존버는 꼭 승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성을 잃은 탐욕은, 현명한 의사결정을 불가능하게 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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