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바나, 그 모순에 대하여
알베르 카뮈의 자서 이방인은 전후 세계 도처에 뿌리내린 허무함과 인간에 대한 경멸의 세계관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그것은 인간이 사는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신과 미신 그러한 모든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는 모순 속에서 인간은 그것을 그대로 인식하면서 인간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를 둘러싼 세계의 차이들을 정확하게 인식함으로써 인간이 인간으로서 사유하고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hola, gracias.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적지 않은 여행에서 내가 얻은 팁은 이것이다. 인사만 그들의 언어로 해도, 어느 정도의 적개심은 무너진다.
쿠바에 여행을 온 여행객들은 대부분 casa라는 곳에 묵게 된다. 까사는 현지인들이 본인들의 집을 여행객들과 공유하는 숙소 같은 곳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인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공유경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공산주의가 뿌리내린 쿠바의 땅에서 까사는 그들에게 큰 생활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평균 근로자들의 월급이 만원에서 십만 원인 이 나라에서 일박에 칠팔만 원을 지불하고 하루 이틀 집을 내어주는 것은 굉장히 큰 소득이다.
우리가 처음에 묵은 까사는 old havana와 vedado 경계에 위치하고 뒤로는 malecon이 펼쳐진 그러한 곳이었다. 가장 쿠바다운 곳, 쓰러질듯한 6~70년 이상 된 낡은 건물을 아무렇게나 보수해놓고 대강 페인트칠하고 사는 그곳. 운 좋게 우리는 첫날부터 쿠바에 강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환전소에 도착해서 환전을 하고는 점심을 먹었다. 과연 쿠바에서 먹는 즐거움을 기대하지는 말라더니, 점심은 형편없었다. 딱딱한 피자, 죽과 구분하기 힘든 스파게티. 그들은 대게 점심을 생략하기 때문에(그것은 경제적인 이유이다) 오로지 점심은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었고, 그다지 쿠바 음식은 그것을 배려하진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늘에서 쉬었다 가길 여러 번, 숙소 근처를 둘러본 후 시원한 맥주를 사서 말레꽁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해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60년도 넘게 도로를 달린 차들에선 하나같이 검은 매연이 뿜어져 나왔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이 씻어주면 그만이었다.
얼마 만에 올려다본 하늘이었나, 드디어 마음이 여유가 생겼다. 여행을 온 것이다. 그것도 지구 반대편의 쿠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