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쿠바를 여행하려 했는가
언제부터였을까. 셋이서 만나 취하는 어느 밤이면, 쿠바를 가자고 했다. 겨우 쿠바가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 알고, 겨우 피델과 체 게바라로 우리는 낯선 그 땅에 대해 이야기했다.
왜 쿠바를 여행하려 하니?
누군가에게 "저는 쿠바를 갈 겁니다"라고 하면 으레 여과 없이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왜일까,
내가 휴가 때 일본을 가려합니다 혹은 유럽을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면 묻지 않는 이유가, 유독 쿠바에는 따라다녔다.
그것은 짐작컨데, 낯선 것에 대한 의문이다. 우리는 행동에 대해 항상 동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으로 반복된 습관에서 형성된 것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낯선 것에는 그 동기를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궁금한 것이다. 무얼 하러 그 멀고 낯선 땅에 가려하느냐고.
그것은 작년 모로코를 여행하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것. 그곳에 가려고 하나, 왜 인지 알 수 없는 것.
아마 나는 그 이유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전혀 낯선 땅에 무의식에 이끌려 도착하고, 그 무의식적인 동기가 무엇이었는가, 또 그 동기는 내 안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가.
결국에 낯선 땅을 여행한다는 것은, 익숙한 것을 모두 버리고 나를 온전히 세계와 분리시켜 나를 인식하고 나를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나를 둘러싼 세계는 어찌 보면 무척이나 단조로워, 주중에는 부은 눈으로 하루 종일 일하고 주말에는 토요일부터 출근할 걱정에 시간을 보낸다.
이를테면 이것은 미완성의 고리 같은 것이다.
내가 주중에 일을 하건, 주말에 쉬고 있건, 내 정신은 하나의 예측된 세계에서 끊임없이 다음을 생각하고 온전하게 쉴 수 없는 것이다.
그 무한한 반복에서 우리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신청하여 북경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2016년 4/1 오전 9시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쿠바로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진짜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으면 이 정도는 각오할 인내심은 가져야 한다고 말레콩에서 부는 바람이 내 귓가를 스치는 듯했다.
꼬박 40시간이 걸렸다. 한국시간으로 토요일 오전에 출발한 우리는,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자정이 다돼서야 쿠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지독한 피로와 기내에서 그리고 라운지에서 먹은 술들로 정신은 멍했다. 캐나다를 경유하며 걸쳐 입은 옷들은 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반드시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