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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Feb 06. 2019

낯설고 아름다운 땅, 쿠바 - 4

아름다운 카리브해, 그리고 미국.

아침에 우리를 하바나(아바나, 아와나) 근교의 바라데로라는 휴양지로 데려다 줄 택시가 도착했다.

우리의 6일간의 쿠바 여행은 2일간 아바나에 묵고 하루는 바라데로에 갔다 나머지 3일은 아바나에 있는 것으로 짜였다.

전자식 장치가 거의 없는 구형 올드카. 그래도 잘 굴러간다.


 그날은 그 중간에 있는 바라데로에 가는 날이다. 하루쯤은 카리브해의 해변에서 여유롭게 누워 맥주를 마시고, 해양스포츠를 하고 싶어서 바라데로를 선택했다. 그곳은 아바나 근교 2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택시를 타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바라데로 가는 도중 택시에서 찍은 풍경

열한 시 반쯤 도착해서 운 좋게 얼리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수영복을 갈아입고 해변을 나갔다.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동남아 휴양지에 바다가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라면, 카리브해의 바다는 미치도록 푸르고 맑다. 그 색감은 아무리 유려한 말로 수식을 해도 담을 수 없다. 오직 눈으로만 보고 기억으로만 느낄 수 있는 그 해변에서 종문이형은 윈드서핑을 하고 나랑 동훈이는 카약을 하며 바다를 즐겼다.

식사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올 인클루시브 호텔에 투숙했기 때문에, 술과 음식은 항상 무료였다. 맥주 맛이 좋았다. 라이트 한 크리스털과 묵직한 부카네로, 쿠바의 두 맥주를 번갈아 가며 마시고 쉬었다.

에메랄드의 빛의 카리브해, 사실 무서웠다.
해 지는 바라데로 해변과 리틀 무니

원 없이 물에서 놀고는 저녁까지 먹고 낮에 만난 캐나다 친구가 추천해준 비틀즈 바에 가보기로 했다. 그녀는 어썸한 곳이라 했지만, 어쩐지 그런 감성은 뻔해 보였다.


큰 야외테이블과 비틀즈 넷의 흉상, 사진, 앨범 재킷들이 즐비한 그곳에선 미국 감성을 흉내 내는 쿠바의 밴드가 미국의 대중적인 락을 연주했다. 사람들은 흥에 겨워 모두가 들떴지만 어쩐지 나는 불쾌했다. 아니 불편했다. 밴드가 수준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그것보다 이 쿠바 땅에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은 적어도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본 여행을 가서 미사리 같은 바에 가서 hot나 god를 듣고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비틀즈 바. 본조비의 음악에 열광하는 미국인들.

그러나 더 불편했던 것은, 자본의 힘이 이렇게나 강하다는 것이다. 공산국가로서 미국과 반세기 동안 적대하던 쿠바 한복판에 미국인 유럽인들이 한데 섞여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춘다.


그것 봐 너네도 어쩔 수 없이 우리한테 굴복하게 돼있어.


나는 어쩐지 중세의 항해왕자 엔리케, 콜럼버스를 떠올렸다. 21세기에는 자본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 무력에 의한 정복이 강압적인 것이라면. 자본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에 압도적인 것이어서 그들 스스로 돈을 경배하게끔 한다. 비틀스 바를 만들고, 쿠바 밴드에게 본 조비를 연주하게 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아니다. 다름 아닌 쿠바인들 스스로 시장을 읽고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왜 쿠바에 오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다. 재작년 쿠바와 미국이 국교 정상화를 하고 미국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기 전 마지막 시기에 쿠바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올드카와 낡은 건물을 보며 가난하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내 기억에 가장 쿠바다운 모습은 올드 아바나의 어느 꽃에 있었다.


떨어져 나갈 듯한 베란다에 위태롭게 심어진 나무와 식물들 사이로 꽃이 펴있다. 색도 아름답다. 빨간색 노란색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가난은 불편하지만 불행하진 않다. 우리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나라에서 불편하진 않다 그러나 불행하다.
벽이 낡으면 고치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꽃을 심었다. 보란 듯이.

이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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