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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Feb 06. 2019

낯설고 아름다운 땅, 쿠바 - 5

돌아오는 길에

                                                                  

현지시간 4/5 수요일 아침. 쿠바에서 이틀하고 반나절이 지나갔다. 아직 수, 목, 금 3일이 남았지만, 어쩐지 곧 떠나야 할 기분이었다.

 

카리브해가 아쉬웠다. 우리는 여기서 하루 더 숙박을 할까 했으나, 이내 체크아웃을 늦추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2시에서 5시로 체크아웃이 늦춰지니 바다에 좀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일인당 이만 원 꼴의 비용을 지불하고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스폿까지는 바람으로 항해하는 작은 배를 타고 20여분을 나아갔다. 우리 셋 말고 캐나다인 엄마와 아들 딸 여섯 이서 같이 바다를 즐겼다. 첫 10분은 너무도 벅차고 신기하고 내가 마치 하늘에서 육지를 내려다보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바다는 깊었지만 맑았다. 그러나 이내 한번 빵을 물고기에게 주자 무서움이 엄습했다. 바닷속에서 그들이 빵과 함께 내 손을 물었다. 자칫하면 큰 상처가 남을 뻔했다. 만약 나를 먹이로 생각하면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죽을 것이다. 심지어 물고기들의 감정 없는 눈들이 순간 나를 전부 바라보면 소름 끼치도록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바다는 깊고, 두려웠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어쩌면 84일 만에 잡은 대어를 아바나의 항구에 끌고 오며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바다에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늙은 노인의 고집일 수도, 생의 마지막 의지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고결하고 인간적인 몸부림인 것이다.


바라데로를 떠나는 마지막 두 시간은 기억이 꽤 좋지 않다. 어쩌면 그 기분은 스노클링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캐나다인 여자애는 바람을 알지 못하고 배가 해변으로부터 멀어 저 간다고, 언제 도착하냐고 징징거렸고 나는 그 소리에 약간 기분을 망쳤다.

뭔가 홀린듯이 찍은 사진. 빨래가 아름답다.

돌아와서는 배가 고파서 스낵바에 햄버거 3개를 받으러 갔으나, 주문을 하고 50분 가까이를 기다려서 다 탄 햄버거를 받을 수 있었다. 바라데로에서 내내 느낀 감정은 내가 피부색 때문에 무시를 당한다는 생각이었다. 같은 여행객뿐 아니라, 종업원들까지도 우리를 백인들과 구분하여 대하는 듯했다.


반발심에 가까운 감정이  내 입속에서 샘솟았다.  나는 당신들보다 훌륭한 infra를 가진 나라에서, well-educated 된 사람들과, 더 많은 salary를 받고 산다. 너희 누구도 우리를 피부색만으로 무시할 순 없다는 말이 맴돌았다. 그러나 유치해서도 그렇지만, 소름 끼치도록 내가 한국에서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서 타인을 대한적이 없나 하는 생각에 이르러 뉘우치게 되었다. 세상은 한쪽에서만 다른 쪽이 보이는 불투명한 유리창과 같아서, 다른 쪽에 서있지 않아 보곤 완벽하게 반대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5시에 바라데로를 떠나 7시에 아바나에 도착해 쿠바 음악을 들으러 바에 가려했으나, 햄버거 때문에 50분, 결국에는 잃어버린 선글라스를 찾다가 30분, 택시를 기다리다 1시간을 허비하고 나서야 아바나로 출발을 했고, 9시 반이 돼서야 아바나에 다시 도착했다.


두 번째 까사는 개발된 동네여서, 주위에 깔끔한 식당도 있고 숙소도 깨끗하지만 쿠바스럽진 않았다. 이런 것을 기대했다면 유럽을 가면 그만이었다. 어쨌거나 숙소에서 럼을 한잔 하고 잠에 들었다.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그리고 졸다가 언듯 찍은 해지는 말레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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