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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Feb 06. 2019

낯설고 아름다운 땅,  쿠바-6

쿠바를 마치며 - 1

마지막 이틀은 빠르게 지나갔다. 쿠바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 시점이 마지막 날 정오쯤이고, 지금이 저녁 6시쯤이니 나는 쿠바의 마지막 날은 쿠바 여행 중에 쿠바를 미리 끝내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목요일 아침 까사에서 식사를 마치고 센트로 아바나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그곳까진 이전 숙소보다 더 멀어져서 오늘은 최소한 10km 이상은 걸어야 할 것이다.

오랜만이야 티코찡

택시를 타고 가면 싸고 편하겠으나, 걷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는 뭉클한 장면을 올드 아바나 쪽에서 목격했다. 그것을 보기 위해 걷는 것이다.


학교라고도 할 수 없는 낡은 건물 1층에서 쿠바의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건물 밖에서는 아스팔트 위에서 뛰놀았다. 그곳에는 모래도 없고, 최소한으로 아이들을 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골목 양쪽에 쳐 놓은 얇은 줄 두 개만이 뜨거운 아스팔트를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그저 아이들은 꼬리를 잡고 부둥켜안고, 깔깔거리며 뛰었다. 그들에게는 그 흔한 축구공도, 편한 신발도 없었지만 분명히 그 세상 어떤 것보다도 순수했다. 언제 가진 적이 있던 순수였던가.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나는 신을 생각했다. 만약 당신이 실제로 계시다면, 그 아이들에게는 가난이 가져가지 못할 행복을 내리소서. 그 누구도 앗아가지 못하도록 마음속의 깨끗함을 지켜주소서.

운동장과 아이들

올드 아바나에 도착해서 저녁에 볼 공연 티켓을 예매하고 투어버스를 탔다. 우리가 오늘 돌아볼 곳들의 거리가 상당해서 버스를 타며 시간을 좀 아끼잔 생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탄 턱에, 투어버스는 하바나 외각을 향해갔고, 숙소 쪽도 지나고 말레꽁도 지나 한 시간 여를 허비하게 됐다.

후니 미안하다

버스에 내려서는 이층 버스에서 햇볕을 계속 받았던 터라, 바라데로에서 화상 입은 팔과 다리가 후끈거렸다.

탈 만큼 타버렸다.

마침 배고 고프고, 음악소리가 나는 곳에 자리를 잡고는 음식을 먹으며 밴드의 공연을 들었다. 여행의 끝무렵에 되어서야  처음으로 쿠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미안한데 밴드 안보이니까 얼굴 좀 치워줄래?

밴드는 훌륭했고, 그것보다 더 지나친 흥분으로 나는 그들의 cd를 사고 팁을 주고, 트럼페터에게 당신은 아스트로 산도발 못지않는다며 칭찬을 했다.
집에서 다시 들으면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프로큐반 올스타즈 못지않게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인사동 같은 거리에 들어서, 쿠바 작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러 갤러리도 들어갔다오고, 그토록 찾던 쿠바 국기 모양의 핀도 종문 이형은 살 수 있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갤러리.
그늘.. 그늘이 필요해

작년에 모로코 여행을 같이 하며도 그랬지만, 내 여행을 무엇인가로 남기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형의 가방은 다녔던 국가의 깃발이 그려진 핀들로 도배되어 있다. 나는 무엇으로 내 여행들을 남겼을까. 사진인가. 아니다 사진은 크게 의무적으로만 찍었을 뿐.


그렇다면 글이다. 글과 음악. 그 당시 들었던 음악. 머지않아 근 10년의 여행 사진과 글들을 정리한 블로그를 만들 계획이다. 어쩌면 너무 오래된 사진과 기억들은 희미하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해야 덜 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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