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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Feb 06. 2019

낯설고 아름다운 땅,  쿠바-7

쿠바를 마치며 -2

공연이 9시였던 터라, 조금 더 걸어 다닌 후 어느 바에서 모히또를 먹으며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이 모히또 맛을 잊을 수 없다.

어릴 적 이야기부터, 부모님 이야기, 쉽게 하지 못할 가정사들. 이 무렵에 나는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한국에선 하지 못할 이야기들도 이 먼 땅에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할 수 있었다.

해가 진 말레꽁. 언듯 보면 광안리 같기도 하다.



 "부에노 비스타 소셜클럽"의 타이틀로 연주되는 음악은 훌륭했고, 그것은 공연보다는 쇼에 가까워서 이것저것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중 백미는 쇼 중간에 손님들의 국적을 물어보고, 그때마다 그 나라의 가장 유명한 음악을 틀어주고 손님을 무대 중앙으로 불러내여 그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다.

수십 명의 관객 중 동양인은 우리 셋밖에 없었으며, 우리가 수 꼬레아(남한)에서 왔다고 하자, 강남스타일을 틀어주며 춤을 추게 했다.


무니형이 그 춤을 다 외우고 있는 턱에,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전까지 없는 사람인 듯 바라보던 그들의 시선이 친근해지고, 살가워졌다. 너도나도 정말 재밌고, 대단하다며 칭찬을 했다. 나는 왠지 머쓱해져서 담배를 태우러 나왔다.


가장 큰 소득은 "부에노 비스타 소셜클럽"의 원년멤버인 셀레나의 노래를 들은 것이다. 20년 전의 영화여서 등장인물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남은 사람들은 쿠바에 그들을 보기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쿠반을 들려주고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나는 남아서 쉬기로 결정했다. 내 기준에서는 이번 여행에는 찬찬히 저녁에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부지런히 다녔고 부지런히 취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게을러 하루 정도의 여행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다.


동훈이와 종문이형은 내가 같이 다녔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어쩐지 나는 고민하다가도 계속 쉬고 싶은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남아 있기로 결정을 했다. 곧 친구들이 돌아올 터이다. 그전에 이 글을 마무리하고 모히또에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지.

각자 특색이 잘 나타나는 사진

이 글을 왜 쓰기로 마음먹었을까. 사실 모로코에서는 자연스레 매일매일을 틈틈이 기록해서 정리했었는데, 쿠바에서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통째로 일정을 포기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쿠바는 너무 느끼는 바가 커서, 미처 그때그때 정리하기엔 내 생각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글을 마치는 이 시점에서도, 새로운 생각과 쓰지 못한 풍경들이 떠오르지만 그만 끝낼까 한다.
하룻밤이 남았고, 인천까지는 이틀은 남았다. 사실상 여행은 끝이 났지만, 아직 내 여행은 진행 중이다.


몇 개월 후 다시 생업에 완전히 적응하고 쿠바가 그리울 때쯤 이태원에서 다시 뭉쳐 모히또를 시켜놓고 여기에 다 하지 못한 말들을 할 것이다.


같이 여행 다니느라 너무 즐거웠고, 당신들의 사려 깊은 마음 덕에 행복했습니다. 이 추억은 가지고 갑시다. 고마운 친구들 후니와 무니형과 이 글을 공유하며 마칩니다.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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