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did country music originate?
로드트립이 시작됐다. 광활한 대지, 길게 뻗친 도로, 아무것도 없는 풍경, 지평선 끝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 서부시대 개척자들처럼 SUV를 타고 네바다-애리조나-유타-다시 네바다로 크게 원을 그리며 미 서부의 자연들을 구경하는 일정을 계획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떨어진 첫날, 이래저래 시간이 지연된 탓에 시내구경은 마지막으로 미뤄둔 채 일찍 잠에 들었다. 전형적인 미국식 타운하우스식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묵는 경험은 꽤 재밌었다. 나중에 미국에 살아볼 일이 생긴다면 한 번 이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할 정도로.
간단하게 멕시칸 스타일의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첫 행선지인 후버댐으로 차를 몰았다. 댐을 짓는 공사를 하며 라스베이거스가 발전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어림잡아도 아파트 100층 높이는 거뜬히 넘는 듯했다. 여기서 조절한 물로 LA전체의 식수를 공급한다는 말이 이해되는 규모였다.
좀 더 내륙으로 차를 몰아 그랜드캐년으로 향했다. 거의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해가 산봉우리에 걸릴 무렵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의 남쪽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워낙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터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 처음 보자마자 그 규모에 압도당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더니 그 의미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왜 이 협곡에 Grand라는 단어를 붙였는지, 아무리 사진으로 담으려 해도 그 광활함은 담기지 않았다.
다시 온 길을 거슬러 돌아가 Williams라는 작은 마을에 묵었다. 근처 브루어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한국을 좋아하는 한 종업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명함을 주었다. 꼭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은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쉽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내향적인 사람은 살아남기 어렵겠지.. 한국에서는 가끔 이런 내 성격이 오해를 살 때도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 없이 미덕(?)이 되니 너무 편했다.
캐년 투어 둘째 날, 동이 트기 전부터 차를 몰아 출발했다. 이 날이 가장 운전을 많이 하는 날이었다. 세도나라는 작은 마을까지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해 불교유적지(?)를 방문했다. 미국 전역에서 ‘기‘가 가장 센 곳이란다. 사원이 있었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안내문도 보였다. 사원 옆 방명록엔 각종 언어로 자신들의 바람을 담은 편지가 적혀 있었다. 다음 행선지는 언덕 위에 지어진 교회였다. 빨간 사막 위 지어진 교회는 작았지만 그 광경은 장엄했다. 언덕 위 위태롭지만 굳건하게 서 있는 교회의 모습이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교회 안을 들어가니, 가시덤불과 함께 큰 예수님의 동상이 있었고 뒤로는 애리조나의 절경이 펼쳐졌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나조차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개인적으로는 50여 개국 여행을 다니며 본 교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로 느껴졌다.
마을에 유명한 카페에서 건강식 브런치를 먹고(사람이 너무 많았다) 모뉴먼트 밸리로 향했다. 세도나와 모뉴먼트 밸리는 동생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흥미 있어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마음이 힘들었던 시절 모뉴먼트 밸리에 방문하고는 근심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사라졌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졸음을 참아가며 도착한 모뉴먼트 밸리는 황량한 사막 위 돌기둥(산)이 우뚝 서 있었다. 거친 사막 속에 깎여가고 있지만, 그 세월을 우뚝 서서 견뎌내고 있었다. 그 자체로 숭고함이 느껴졌다. 인생을 살아가며 때때로 우리는 얼마나 나약한가, 수 없는 고난과 사람에 대한 상처들로 스스로의 뿌리마저 흔들리는 경험 누구나 하곤 한다. 그러나 깨지고 삭혀내고 나이가 들어 변할지라도 버텨내는 그 자체가 인간의 존엄일지 모른다. 엄마도 비슷하게 느꼈을까? 숙소에 돌아가면 영상통화를 한 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30분 정도 소요되는 모뉴먼트 밸리의 오프로드 드라이브 코스를 달렸다. 아내는 캐년투어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고 손꼽기도 했다.
해는 서쪽 언덕을 향해 기울어지고 있었고, 우리도 한 시간여를 더 달려 페이지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한식을 먹고 싶다는 아내와 동생 말에 최근에 오픈한 한식당을 갔다. 미국에서 경험한 한식당은 대부분 메뉴가 비슷했다. 고기부터 국밥까지 각종 메뉴를 한꺼번에 팔곤 했다. 구글평점을 보니 외국인은 형편없는 평점을, 한국인은 맛있었다고 만점을 주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무슨 말인지 딱 알아버렸다. 삼겹살이나 찌개 등 대부분의 음식은 맛있었다. 그러나 서비스가 체계도 없고, 서비스마인드도 엉망이었다. 나라별로 무엇을 식당에서 기대하는가(중요하게 생각하는가)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팁을 주는 문화가 아니니 때때로 맛이 있으면 서비스가 형편없어도 그런대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팁을 주는 미국에서는 맛만큼이나 서비스도 식당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재밌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서비스 수준은 한국 식당이 훨씬 높았다.
피곤했던 탓에 목욕을 하며 피로를 풀려고 했는데, 물을 받다 보니 곧 뜨거운 물이 다 떨어져 버렸다. 물이 다시 데워질 때까지 씻지도 못한 채로 시간을 하릴없이 보냈다. 엄마와 통화도 하고 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밤이 깊어갔다. 하나 확실히 이해한 것이 있다면, 광활한 대지에서 드라이브를 하며 듣는 음악은 컨츄리 말고는 어울리는 것이 없었다. 왜 미국인이 컨츄리음악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