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이 속속들이 파헤쳐진 기분
밀란 쿤데라 대단한 사람이었네.
그래서 고전이었구나.
너무 유명한 책이라 읽었다고 착각하고 살았는데
어쩌면 정말 읽다가 덮었을 수도 있다.
중간까지는 정말 힘들었으니까.
이 책의 인물들은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가 없다.
보통 악인과 선인이 있기 마련인데.......
토마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외과 의사. 테레자를 사랑하지만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는 생활은 포기하지 못한다. 그에게 여자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모험이란다. 아휴 그러나 그는 치사하지 않다. 위선적이지도 않다. 중요한 선택의 국면마다 그는 심지가 굳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쁜 놈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하기가 좀 그럼.
테레자
내면이 예민하고 순수한 여성. '무거움'의 대표. 토마시를 사랑하지만 그의 여성 편력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 순간 토마시의 인생이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를 생각하며 아파한다.
사비나
토마시의 수많은 애인 중 테레자를 제외하고 1번. 화가. '가벼움'을 추구한다. 전통과 권위를 싫어하는 개성적 인물.
프란츠
사비나를 사랑하는 철학 교수. 사비나를 사랑하다 못해 추앙하는 사람이다. 이상주의자. '무거움'의 상징
남녀 간의 사랑, 삼각관계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참을 수 없는 인간들의 악함을 비판하는 이야기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갈등하는 인간들의 모습.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가볍다. 그래서 모순 투성이인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이 겪고 있는 일들도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며 자칫 무거움에 빠지거나 가벼움에 치우치거나 하여 곤경에 처한다. 체코가 공산화되는 과정 속에서 겪는 어려움도 작품 곳곳에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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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책의 말미에 나오는 '키치'에 대해 이해한 대로 정리해 보자면 "똥의 존재가 부정된 세계" 즉 실존적인 것은 배제하고 이상적인 것만 추구하고 그것만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가짜라는 것을 말하는 것. '키치'는 실제 존재하는 것을 무시하고 아름답고 완벽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은 프레임이나 이데올로기처럼 만들어진 것들이고, 우리는 그것에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너무 아프고 힘든데,
-다 힘들게 살아
-조금만 참아
-다 잘되려고 그러는 거야
-슬프지만 다 추억이 될 거야
-엄마는 강해야지
-주님의 뜻이 있을 거야
뭐 이런 것들도 다 '키치'가 아닐까
물론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전혀 없을 수 없다. 우리 인생에 꼭 생기는 것들이다.
또 누구나 죽고 나면 그 사람의 실수, 부족함 모순 등을 기억하지 않고 그의 좋은 면만을 기억하며 추억한다고도 한다. 이것 또한 키치라고.
"토마시, 당신 인생에서 내가 모든 악의 원인이야.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나 때문이야.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당신을 끌어내린 것이 바로 나야."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견디며 토마시 옆에서 살아온 테레자가 하는 말이 이런 말이라니...
그러면서 테레자는 토마시에게 당신의 임무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이었다고. 그 일을 못하게 된 것도 다 나 때문이라고 절규한다.
토마시는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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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찌 보면 열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믿었던 누군가의 날카로운 발톱에 할퀸 상처로 아파하기도 하고, 이것만은 절대 할 수 없다거나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거나 하는 신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주변을 어렵게도 하는 것. 내가 사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라는 변수가 거기에 더해지면 인간은 더 심한 소용돌이를 겪으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무거움이기도 때로는 가벼움이기도 한 것이 인간인지라... 어쩌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면서도 미워할 수는 없는 존재가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다시 첫 장을 펼쳐보고 싶은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