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으나 함께 하지 못하는

by 모래쌤

엄마 아버지의 대화.



41년생 영민 씨 :

나 보고는 꼬질꼬질한 옷 입고 다닌다고 뭐라고 하더니 자기는 글쎄 저번에 병원 가는데 보니까

어서 이상한 시꺼먼 잠바를 입었더라고.

38년생 복순 씨 :

하하하
그래서 오늘은 이걸 입었잖아.

(뒤 돌아 딸을 보며) 저번 날 그 롯데에서

쌍둥이엄마 있잖아 그 쇼호스트, 걔가 판 거잖아.

값도 싸고 신축성도 있고 모자도 달려있고

이거 너무 괜찮아. 너도 하나 사 입어라.



41년생 영민 씨 :

그러게 이건 보기 좋네 색깔도 좋네.

나한테 맞는 건 없나






남편이 가고 삼 년째에 접어드니 큰애가 운전을 다 하고 둘째도 대학생이 되어 살도 빠지고 멋있어졌다.

주일예배 일정이 끝나면

엄마 아버지와 여섯 식구가 차를 타고

바람을 쏘인다고 여기저기 다녔다.

그럴 때 남편이 잡던 운전대를

재작년부터는 오롯이 내가 잡았었는데

오늘은 큰 애가 그 자리에 앉았다.




남편이 있었으면 엄청 좋아했을 거다.

나한테 운전 맡기면 미안해해야 하지만

아들이니까

자기를 쉬게 해 줄 만큼 믿음직하니

자랑스러워했을 거다.

아이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저리 재미나게 하는가

멋진 청년들이 된 모습을

뒷자리에 앉아 흐뭇하게 봤겠지.

엄마 아버지의 티격태격을 듣다가

푸흡 웃으며 나랑 눈이 마주쳐 또 웃었겠지.




아이들을 보는 뿌듯한 그이의 눈을.

엄마 아버지를 보고 장난스럽게 미소 짓는

그이의 표정을 보고 싶다.


잠깐이지만 뒷자리에 앉아 여유를 즐겼을 그이와

함께 여유로웠을 그 시간을 가져볼 수 없구나.


결국 눈물이 결국 터졌다.

그 분위기에서 울 수는 없어 숨을 죽였다.

그나마 맨 뒷자리에 앉아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