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필 때 우리는

by 모래쌤


영민 씨 : 뭐 하러 여까지 오냐. 차 타고 슬슬 나가면 되는구먼 (내가 운전을 못하냐 뭘 못하냐)


: 한 차로 다니려 한 거죠. 꽃 보고 싶으시다며.

어디 내려서 걷고 그러실 거 아니잖아. 그러니 한 차로 슬슬 다니면서 보고 얘기도 하고 그래야지.


영민 씨 : 아니. 그렇다고 여까지 뭘 와 오길(맥락 없는 투정) 하아~ 꽃 좀 봐라 아앙 이쁘다 ( 갑자기 목소리

톤, 색깔 다 한 옥타브 올라간다.) 난 꽃이 피는 게 왜 이렇게 좋으냐. 너무 이뻐. 하유. 그냥 꽃만 보면 너무

좋아. 아니 조금 피었으려나 했더니 며칠 안 나와본 사이에 저렇게 피었네.



복순 씨 : 어머, 복숭아꽃도 다 폈다. 안 나와보니 알 수가 있어. 다음 주면 벚꽃이 아주 만개를 하겠네.

흐으응 세상에. 어머 저기 저기 복숭아꽃 저기도 다 폈네.(무한반복)




나도 꽃 좋아하고, 새싹도 좋아하고, 파란 하늘도 좋아하고 밤하늘의 별도 좋아하고, 바닷소리도 좋아하고, 바닷바람도 좋아하고, 차 타고 달리는 것도 좋아하고 경치 좋은 곳에 앉자 커피 마시는 것도 좋아했었다.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쁜 걸 보면 더 슬퍼서 봄이 되면 괴롭다. 예쁜 것들이 도처에 깔려서 눈을 둘 데가 없다.






어제는 아이들이 교회에서 늦게 마친다고 하여 엄마 아버지와 칼국수와 전을 맛있게 먹고, 카페에 앉아 요즘 엄마 아버지 푹 빠진 아이스크림 커피( 아포가토)를 시켜 드렸다. 엄마는 커피를 잘 못 드셔서 타는 시늉만 하시고 주로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드셨고, 아버지는 엄마가 남긴 커피까지 더 넣어 샷 추가한 느낌으로 일명 아이스크림커피를 즐기셨다. 꽃을 가까이서 보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셔서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공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간 공원에는 30대 젊은 부부들이 3-5살 정도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지 많이 나와 주말오후를 즐겼다. 아이가 없다더니 우리나라에 온통 아이들만 있는 것처럼 많은 아이들을 봤다. 엄마 아버지는 꽃 중에 제일을 아기라며 아기들을 보다가 꽃을 보다가 하며 행복해하셨다.


날이 정말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이어서 "그만 가자"소리 한마디 없이 이 얘기 저 얘기하시며 즐거워하셨다.




: 아이들이 빨리빨리 군대도 갔다 오고 장가도 가고 그러면 좋겠어요.



복순 씨 : 으으응? 네가 뭘 몰라하는 소리지. 자기네 식구끼리 살 때가 제일 행복할 때다. 그런 소리 마라. 아니 그런데 저기 저기 봐라. 애 아빠들이 애 보느라 고생이다. 우리 00가 나중에 어떻게 할지 눈에 훤히 보이네. 엉덩이 가볍고 싹싹해서 걘 진짜 잘해줄 거다.



영민 씨 : 좋은 여자 만나야지.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해. 여자 잘 못 만나봐라. 그리고 나이 어린 여자 만나라고 해라.


: 아빠는 연상의 여자를 만나 결혼하시고 그런 말씀을 ㅋㅋ.


영민 씨 : ( 입을 크게 벌리고 아차 싶은 표정으로 복순 씨의 눈치를 본다) 그렇긴 하지.


: 철없는 어린애들 보다는 철든 여자가 낫지 않을까요? 우리 OO이가 나이보다 정신연령이 높아서 더구나 나이 좀 있어도 괜찮아.


복순 씨 :......


영민 씨 : 하긴 복순 씨가 몇 번이나 떠나려다 참았지. 안 그랬음 나는 홀아비 되는 거였지. 밥도 못 얻어먹었을 거고. 복순 씨 덕에 살았지.


: 그러면서 무슨 그런 말씀을 하셔. 듣는 사람 앞에서.


복순 씨 : 아휴 시끄러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 (분위기를 바꿔야겠다 싶었다.) 저 까만 옷 입은 저 남자애 좀 봐봐 엄마. 진짜 잘 타네. (5-6살 되어 보이는 꼬맹이가 한 발을 힘차게 구르며 킥보드를 탄다. 공원에는 킥보드를 타는 꼬맹이들이 정말 많다.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도 많고.)


복순 씨 : 어머. 진짜. 재미있나 봐. 신나게 타네.

죠 옆에는 두 부부가 왔나 봐. 쟤들도 떡볶이 먹는다. (손주들 생각이 나시는 모양)


: 요즘 애들이 좋아해. 저런 떡볶이. 치킨도 있네. (우리 애들이나 다를 게 없네)


영민 씨 : 애들은 아직 끝날 때 안 됐나? (자꾸 시계를 보신다.)


: 오늘은 저녁 때나 온다니까요. 오늘은 못 만나요.


복순 씨 : 우리 애들이 착해서 매주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는 건데. 걔들도 일이 있지. 맨날 우리만 만나. 그만하라니까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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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오래오래 티격태격 싸우시며 이 모습 그대로 내 옆에 계셔 주시면 좋을 텐데. 아이들마저 출가라도 하면 나는 정말 입 뗄 일도 없이 혼자 동그마니 앉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다음 주엔 만개한 꽃 보러 또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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