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능의 욕망 Jul 10. 2020

오버코트의 종류

오버코트 1

표면적인 오버코트의 주된 기능은 남성을 추위, 바람, 먼지, 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버코트는 남성이 어딘가로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코트를 착용함으로써 남성은 그가 곧 그곳을 떠날 것임을 알리고, 그것을 벗음으로써 도착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입고 있던 오버코트를 탈의하는 일만으로 그는 그의 입장(入場)을 그곳의 모든 이들에게 알리게 된다. 반면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오버코트를 벗지 않고 있는 남성은 그의 조심성, 불신, 망설임을 내비친다. (Bernard Roetzel)


“얼마 후, 모두가 자리를 옮겼다. 주점에 도착한 그들은 전부 오버코트 차림으로 서성대고 있었다”  


단지 몇 글자만으로 [(작가) 맥스 피시는] 표면화되지 않은 갈등을 암시하고 있다. ... 우리는 때때로 오버코트를 적대적인 환경으로부터 우릴 지켜줄 보호막으로 활용한다 – 그것은 우리와 바깥 세계 사이 경계선을 그린다. (Bernard Roetzel)



난 오버코트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코트 한 벌과 캐시미어 스카프를 색상별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게 겨울용 워드로브를  장만하는 방법이라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다.


몸을 단단하게 감싸는 일을 좋아하기에, 로퍼보단 레이스업을, 오픈 넥 셔츠보단 터틀넥을, 스웻 셔츠/카디건보다는 스포츠 코트를, 싱글브레스트 재킷보단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내게 있어 목에서부터 무릎까지 내려오는 더블브레스트 코트보다 만족스러운 착용감을 제공하는 옷은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버나드 롯젤의 오버코트에 대한 소견을 적용시켜보자면, 난 바깥 세계로부터 날 분리시켜 줄 경계선을 그리는 일에 유별난 집착을 보이고 있었던 셈이다.


(블레이저, 수트 상의를 '코트'라고 부르는 영국식 용어 사용을 고려한다면, 보편적으로 우리가 '코트'라고 부르는 모든 의복은 엄밀히 말해 모두 ‘오버코트'’에 해당된다. 그러나 난 이번 포스트에서 가독성을 위해 '코트'의 용어를 조금 관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피렌체 Sartoria Seminara의 아틀리에에서 오버코트 가봉 중인 프랑코 미누치


많은 남성들이 내 이런 코트 사랑을 공유한다. 수트를 부담스러워하는 남성들 역시 추위가 매서워지기 시작할 때 즈음 코트를 꺼내 입는 일을 ‘과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나 역시 재킷/수트 구매에 앞서, '이걸 많이 입게 될까?' 하는 고민에 매번 잠기면서도, 코트에 있어서만큼은 대개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추위라는 ‘알리바이’는 커다란 칼라와 라펠, 휘날리는 스커트, 턴 백 커프의  화려한 코트조차 타인의 시선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착용하는 일을 가능케한다.


(몇 년 전 서울을 휩쓴 오버사이즈 코트 유행은 클럽 플로어 위에서도 굳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더블브레스트 오버코트 차림을 고수하는 ‘코트족’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그곳에서야말로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옷차림을 고수하고 싶었을 테지만, ‘실용성’의 알리바이가 사라진 실내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코트를 펄럭이는 그들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커다란 코트에 행군용 컴뱃 부츠까지 신었지만, 그들에겐 딱히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보편적으로 ‘언어화’되지 않았음에도, 오버코트의 상징성은 우리나라에서도 문제없이 이해되고 있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보편의 인식 수준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된 그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몸에 잘 맞는 슬림한 네이비 캐시미어 더블브레스트 코트와 네이비 터틀넥 스웨터,  Raw Indigo 청바지, 암갈색 스웨이드 부츠. 캐시미어 스카프, 갈색 가죽 장갑을 맞춰 입을 생각에 돌아올 겨울에 설레어하던 때가 있었다(다만 겨울 내내 비가 내리는 도시에 살던 내게 스웨이드 부츠 + 캐시미어 코트의 조합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반면 오늘 내가 선호하는 코트는 네이비 블레이저, 스포츠 코트, 혹은 수트 위에 걸칠 수 있는 오버코트 형태의 외투다.


안타깝게도 많은 한국 남성들의 코트에 대한 '호의'는 ‘오버코트’ 착장의 인기로 이어지지 않는다. 출근용 수트를 꺼내 입는 일조차 귀찮아하는 많은 남성들에겐 수트 위에 코트를 걸치는 일은 고민할 가치도 없는 ‘쓸모없는 짓’에 불과한 것이다. 수트 재킷을 부스럭거리며, 두 팔을 한쪽씩 좁은 코트 소매 속으로 억지로 밀어 넣어, 또 한 겹의 ‘불편한’ 옷을 어깨 위에 두르게 되는 일은 여간한 ‘희생’이 아닌 것이다. 날씨가 춥다면, 아무렇게나 팔을 쑤셔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암홀의 패딩을 아무렇게나 출근용 수트 재킷 위에 얹어 버리면 될 일. 재킷 위에 코트를 입는 일이 드문 여성들에게도 오버코트를 입는 불편함은 아마 생소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퍼레이트 룩 위에 리베라노 얼스터 코트를 입은 Bryceland's의 Ethan Newton. 최근  그는 꾸준히 놀라운 착장들을 보여주고 있다(Gezzasmenswear)



나 또한 클래식 남성복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나폴레탄 테일러링이 한국에 보급되기 전까지 오버코트의 착장을 '즐기는' 일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멋지지만 불편하기에' 다소 드물게만 즐기던 오버코트에 대한 내 인식에 변화가 찾아온 시점은 해쉬태그 멘즈웨어 운동이 남성복 시장을 휩쓸기 시작하고 있던 2009년이었다. 자주 찾던 가게에서 나폴리 테일러링 브랜드의 그레이 플라넬 재킷을 챙기고선, '또 뭐 가져갈 것이 없나...' 하는 생각에 집어 든 같은 브랜드의 코트 한 벌은 그것을 집어 든 내 손 아래로 종잇장처럼 축 늘어져버리고 있었다.  어깨 패딩은커녕, 두꺼운 체스트 캔버스, 심지어 등 부분의 라이닝조차 생략된 캐시미어 싱글 오버코트의 첫인상은 옷답지 못한 ‘옷감 조각’의 그것이었으나, 코트를 막 구매한 플라넬 재킷 위에 그것을 걸쳐 보는 경험은 내가 가지고 있던 오버코트에 관한 선입견을 단숨에 뒤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만약 기성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오버코트 착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고 벗는 것을 편리하게 해 줄 코트의 가벼운 구조와, 재킷과 코트 간의 상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재킷과 코트 사이 부피, 어깨 너비, 암홀의 너비, 소매의 각도가 불화한다면, 오버코트 착장은 오직 불편함을 의미할 뿐이다. 또한 코트가 지나치게 타이트하다면, 그것을 수트 위에 착용하는 일은 재킷에 주름을 입히거나, 심할 경우, 재킷 어깨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20년 전 오치아이 마사카츠는 일본인들이 조금 더 재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지와 재킷의 색상과 소재가 동일하지 않은 세퍼레이트 착장이 제공하는 가능성/어려움이 ‘멋내기’의 학습에 있어서 더없이 훌륭한 '숙제'가 되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남성들이 가장 먼저 답습해야 할 것은 올바른 재킷과 수트 착장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오버코트 착장에 대한 학습은 조금 뒤로 미뤄져도 무관할 것이다. 겨울에만 도래하는 오버코트의  필요성은 기본 모델 몇 벌의 구매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트보다도 가격이 비싼 경우가 대부분인 오버코트의 구매는 나름의 큰 투자를 의미하기에, 오버코트의 모델들과 그들의 특징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자신이 구상하는 이상적인 제품을 찾아내는 일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업으로 다가올 수 있다. 


더블 브레스트 수트, 얼스터 코트, 셔츠와 타이, 거기다 모자까지. 오늘날 여간해서는 찾아볼 수 없는 30년대 미국 남성의 이상향을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는 프레드 아스테어.




오버코트의 종류를 나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전통 서양복식의 범주 안에서도 남성이 그의 환경, 취향, 실용성을 고려하여 선택하게 되는 오버코트들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코트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의 통일이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Die Workwear의 Derek의 글에서 필요한 정보의 상당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1. 가즈 코트 (Guards Coat)

카멜 색상의 가즈 코트를 그레이 수트 위에 갖춰 입은 찰스 황태자. 샤프한 라펠 라인에 주목해보자.


격식 있는 코트를 원하는 남성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오버코트는 Guards Coat,  바로 체스터필드 코트의 더블브레스트 버전으로도 알려져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더블브레스트 오버코트다.


에드워드 8세(훗날의 윈저 공작)의 근위보병 제1 연대가 착용하던 가즈 코트는 윈저공의 테일러 숄티가 드레이프 스타일의 모델로 삼았던 코트였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적 형태의 가즈 코트는 더블브레스트 형태로, 피크 라펠,  6개의 버튼, 플랩 포켓의 앞면과 하프 벨트와 Inverted 주름이 잡힌 마틴게일 구성의 뒷면을 가진다. 턴 백 커프는 원래 장갑을 보관하는 고안됐지만, 오늘은 그저 소매를 장식하는 디테일로서 인식되고 있다(Die Workwear).


가즈 코트의 이러한 모양새는 등판 구조와 소매의 커프를 제외한다면 영국식의 포멀한 더블브레스트 수트 재킷의 '긴 버전'을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점은 역시 가즈 코트의 포멀한 인상을 설명한다.



가즈코트를 수트 위에 착용한 찰스 황태자 플라워 홀에 까워진 포피로 미루어보나 Remembrance Day 행사에 참여하는 길인 듯하다.


특유의 포멀함 때문에 캐주얼한 차림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가즈 코트는 주로 수트 위에 착용되고, 따라서 수트를 위한 어느 정도의 여분의 볼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단된다. 그러나 폴로 코트 등의 캐주얼한 코트들에 비한다면 몸에 조금 더 밀착된 실루엣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슬림하지 않으면서, 몸에 가까운 핏을 유지하는 군형을 맞추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코트 뒷면의 주름들이다. 가즈 코트 뒷면의 접힌 주름들은 필요에 따라 펴지면서, 필요에 또라 추가적 공간을 제공한다.


Martingale Back이라 불리는 등판의 구조다. 뒷면의 주름이 펴지면서, 코트 안에 필요한만큼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출처: Sartoria Tofani)


남성 오버코트 모델 중 가장 포멀한 코트 중 하나인 가즈 코트는 네이비, 그레이, 혹은 카멜 색상의 솔리드 원단과 가장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가즈 코트의 원형은 무릎 아래 15cm의 기장으로, 매우 포멀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코트의 기장이 전체적으로 짧아진 오늘의 유행은 발목에 지나치게 가까이 내려오는 코트의 착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새빌로의 테일러인 스티븐 히치콕(Steven Hitchcock)은 가즈 오버코트의 올바른 길이를 무릎 아래 5cm 정도라 규정한다. 지나치게 긴 코트는 차를 타고 내릴 때에 바닥에 쓸릴 위험이 있다.


Sartoria Chiaia의 가즈 코트. 카멜 소재로 제작됐다. 샤프한 라펠의 형태가 가즈 코트 특유의 샤프함을 잘 보여준다.





2. 얼스터 코트 (Ulster Coat)


리베라노의 얼스터 코트. 등판은 역시 마팅게일 식으로 제작된다. 리베라노의 얼스터는 일반적인 얼스터 코트보다 살짝 더 포멀한 인상을 준다. (출처: The Armoury)



같은 더블브레스트 코트이지만, 가즈 코트보다 조금 더 캐주얼한 모델의 코트로는 얼스터 코트가 있다. 아일랜드 얼스터 주의 고유한 트위드 코트에서 유래한 얼스터는 원래 코트 위에 망토가 부착된 형태로 탄생했지만, 20세기 초반부터 망토는 점차적으로 생략됐다. 얼스터 코트는 커다란 칼라, 낮은 각도의 라펠, (수평 혹은 그보다 낮은 선을 그린다) 턴백-커프 슬리브, (소매의 끝이 뒤집힌 형태) 하프 벨트와 마틴게일 폴드 형태의 뒷면과 6개의 버튼으로 구성된 코트다. 재킷의 캐주얼함을 강조하기 위해선 패치 포켓이, 조금 더 격식 있는 형태의 코트를 위해선 플랩 포켓이 선택되고, 따라서 수트 뿐만이 아니라, 캐주얼웨어 혹은 세퍼레이트 차림과도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물론 원단 선택의 영향을 받는다).



가즈 코트와 비교했을 때, 역시 얼스터 코트의 가장 큰 특징은 칼라의 크기와 라펠의 각도다. 커다란 칼라와 노치 형태의 아래쪽을 항하는 얼스터 코트의 라펠은 코트의 깃을 세우는 일을 용이하게 해 준다. 얼스터의 큰 칼라와 노치 라펠은 착용자가 깃을 세웠을 때, 얼굴을 멋지게 감싸 주고, 라펠이 얼굴을 찌르는 일을 막아준다. (가즈 코트의 경우, 깃을 세웠을 때, 피크 라펠이 얼굴을 찌르게 된다. 게다가 가즈 코트의 칼라는 얼스터의 그것만큼 크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그레이 플라넬의 얼스터 코트 차림의 리베라노 소속 비토리오. 굉장히 많은 색상이 가미된 착장이다. (출처: The Armoury)



클래식 남성복 세계에서 얼스터 코트를 대표하는 모델은 역시 피렌체의 대표 사르토리아, 리베라노의 얼스터 코트다. 별다른 특이한 디테일의 추가를 꾀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실루엣만으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 코트는  7000유로를 넘는 끔찍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칼라, 깔끔한 (다트가 생략된) 앞판, 플랩 포켓이 구현하는 멋을 향유하고자 하는 남성복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리베라노 얼스터 코트의 특징이라면, 보통의 더블브레스트 코트와는 달리 버튼을 잠그지 않고 오픈된 형태로도 멋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긴 기장보다는 무릎 정도의 기장을 선택하는 것이 권장된다.



트위드 소재로 리베라노의 얼스터 코트를 주문한 사이먼 크롬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인 듯하다. 재킷을 착용하고 있지만, 사진엔 보이지 않는다. (출처:PS)


턴백 커프와 라펠의 아웃 스티칭이 주는 캐주얼함과 커다란 칼라와 라펠, 마틴게일 등판의 구조가 연출하는 포멀함이 공존하는 얼스터 코트는 남성에게 편안함과 함께 스마트한 화려함을 부여해주는 코트로서 가즈 코트보다 조금 더 범용성이 좋은 코트를 원하는 남성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3. 폴로 코트



카멜 헤어 색상의 벨트식 구조를 보여주는 폴로코트의 원형을 착용하고 있는 리처드 기어


영국의 폴로 선수들이 경기 중간 휴식 시간에 즐겨 입던 코트에서 기원한 폴로 코트는 20세기 초 폴로와 함께 미국으로 수입됐고, 1930년을 기점으로 라쿤 코트를 제치고 아이비 스타일의 대표 코트로 그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시간이 흐르면서 폴로 코트 역시 발마칸 레인 코트에게 아이비 스타일의 대표 외투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폴로 코트의 원형은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허리 부분을 동여매는 벨트가 부착된 랩(Wrap) 스타일의 코트였으나, 경기장을 벗어나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버튼이 벨트를 대신하게 됐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폴로 코트'는 여유 있는 핏, 커프 슬리브, 패치 포켓, 마틴게일 뒷면으로 구성된 오버코트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됐다. (폴로 코트의 하프 벨트는 가즈 코트와 어스터 코트의 그것보단 조금 더 느슨하게 매달린 형태를 띠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초창기의 폴로 코트는 100% 카멜 헤어 소재로 만들어진 코트를 지칭했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카멜 헤어 특유의 내구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모와 카멜 헤어가 섞인 원단들이 활용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폴로 코트의 색상은 더 이상 카멜색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바디에 걸려 있는 직접 제작한 폴로코트를 손보고 있는 안토니오 파니코. 라펠과 패치 포켓에 가미된 눈에 띄는 바느질 디테일이 코트를 한층 캐주얼해 보이게 만든다. (출처: PS)



사실 이처럼 대중적인 모습으로 변모한 폴로 코트의 모양새는 얼스터 코트와 그 차이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 영국, 미국에서 제작되는 폴로 코트와 얼스터 코트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난 사실 그들이 규정하는 얼스터와 폴로 코트의 차이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폴로 코트, 얼스터 코트를 제작하는 이들 역시 그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에서 제작되는 폴로 코트와 얼스터 코트는 스티칭, 포켓, 라펠-칼라의 형태 등의 매우 미세한 디테일의 차이를 통해 서로 구분 된다(사실 둘 사이에 별다른 구분을 두지 않는 사르토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난 나폴레탄 사르토들이 만들어내는 폴로 코트들을 좋아하는데, 라펠과 패치 포켓에 가미되는 나폴리 특유의 더블 스티칭은 코트를 훨씬 더 캐주얼하게 만들어주고, 이와 같은 더블 스티칭이 생략된 플랩 포켓 형태의 피렌체식 얼스터는 비교적 포멀한 인상을 준다. 둘 사이 라펠과 칼라의 형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드라마틱하게 큰 칼라와 라펠을 자랑하는 얼스터 코트와 달리 파니코 폴로 코트의 라펠과 칼라는 다소 일반적인 비율을 보여준다. 따라서 트위드 소재의 코트에는 나폴리 스타일의 폴로 코트가, 더 포멀한 색상과 원단의 코트에는 피렌체/리베라노식 얼스터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이먼 크롬턴의 트위드 얼스터 코트의 예시가 보여주듯, 그 경계를 무시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사르토리아 파니코의 폴로 코트의 뒷면이다. 역시 마팅게일 구조다 (출처: Bespoke Dudes)


벨트식 구조의 카멜 헤어 코트에서 한결 실용성 높은 형태로 거듭난 폴로 코트는 아이비 스타일의

대표적 외투로서 ‘양산화'의 운명을 맞이했고, 기성복 브랜드들이 만들어내는 여유 있는 핏의 폴로 코트는 그것을 캐주얼웨어에도, 수트에도 모두 잘 어울리는 코트로 거듭나게 해 주었다.



발마칸 코트, 로덴 코트 등, 비교적 캐주얼한 싱글브레스트 오버 코트 모델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킷 원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