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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Jul 17. 2020

싱글브레스트 오버코트

오버코트 2

만약 당신의 워드로브에 단 한 벌의 오버코트만이 허락된다면, 500-600그램의 방모사 원단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얼스터, 혹은 가즈 코트를 고려하는 것이 현명할 테다.


방모사 소재의 더블브레스트 코트는 겨울철 남성 복식의 기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릎까지 오는 기장의 코트를 추천하는 이유는 그것이 추위를 막아주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첫 비스포크 오버코트로 가장 알맞은 선택은 역시 지난 포스트에서 다룬 가즈 코트, 얼스터 코트, 폴로 코트 중 하나일 테다.


Anglo Italia의 Jake Grantham 그레이 수트, 블루 셔츠, 그레이 타이의 보수적인 수트 차림에 트위드 발마칸 코트가 잘 어울린다.


반면 이번 포스트에서 다루게 될 코트들은 싱글브레스트 구성의 비교적 캐주얼한 오버코트들이다. 날로 캐주얼해져 가는 한국의 드레스코드를 감안했을 때, 이와 같은 코트들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테지만, 한 벌 이상의 '전투용'(workhorse) 오버코트가 이미 구비돼 있는 상황에서만 구매하는 일을 권장한다. 단 한 벌의 오버코트로 남성복 애호가의 욕심을 만족시키는 일은 어려운 것이기에 (대한민국의 추위는 오버코트 없이도 날 수 있을만한 만만한 것이 아니기에) 남성들의 워드로브 구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이번 포스트에서 자주 언급하게 될 '포멀함'과 '캐주얼함'의 기준에 대한 보편적 룰을 적시하자면, 기본적으로 오버코트의 포멀함과 캐주얼함의 기준은 수트와 재킷에 통용되는 그것과 같다. 재킷 원단 편에서 언급한 바처럼 아웃 스티칭, 패치 포켓, 가죽/금장/뿔 버튼, 라글란 소매 등의 독특한 디테일은 코트를 캐주얼한 스타일 쪽으로 치우치게 만든다. 많은 디테일이 가미된 오버코트가 캐주얼한 차림에 더 잘 어울리는 이유다.)



4) 발마칸 코트  


플라이 프런트/히든 버튼 구성의 발마칸 코트 차림의 야수토 카모시타, 팔에 낀 Document Bag과 둥근 라스트의 검은 옥스퍼드도 멋지다.


‘편안한’ 오버코트를 찾는 남성에게 발마칸 코트보다 훌륭한 선택은 없다. 칼라에서 곧바로 소매로 이어지는 라글란 소매 구성의 발마칸 코트의 가장 큰 이점은 역시 어깨선이 생략된 실루엣이 제공하는 탈착용의의 편리함과 그 곡선이 연출하는 ‘편안함'의 이미지다. (자연스레 하강하는 대각선을 그리는 소매 형태는 눈과 비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해주기에도 적합하다.)


가장 도드라지는 요소인 라글란 소매 덕에 애호가들 사ㅇ에서 ‘라글란 코트’라고도 불리는 이 코트는 수트/재킷의 딱딱함을 코트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상쇄시키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발마칸 코트의 암홀에서부터 밑단까지 일직선으로 떨어지는(허리선의 조임 없이) ‘루즈 핏’ 역시 캐주얼한 스포츠 코트, 혹은 니트웨어 착장을 즐기는 남성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선택이 되어준다. 군복 위에 착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여유로운 구조 덕에 두툼한 트위드 재킷, 플라넬 수트 위에 걸칠 외투로서도 무난한 선택이 돼준다.



또 한 번 등장하는 세르지오 로로 피아나. 발마칸 코트에 일반 테일러드 칼라를 접합시킨 코트다. 바지는 코버트 소재로 보인다. 캐주얼한 옷차림 역시 잘 어울린다.


방모사 소재(양모, 트위드, 캐시미어)와 발마칸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는 첨부한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탁월하다(가버딘 소재의 발마칸 레인 코트라는 남성 복식의 클래식 아이템 역시 매력적인 옵션이다). 코트 특유의 캐주얼함과 싱글브레스트 구조의 특성을 감안하여, 지나치게 포멀한 색상과 원단 (무지 네이비/차콜), 혹은 지나치게 두꺼운 원단 (600그램 이상의 원단)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린 혹은 브라운 색상의 트위드, 코버트 울, 울-캐시미어 혼방, 혹은 큰 패턴이 가미된 그레이 원단을 추천한다.


브라운 발마칸 코트에 스카프와 스웨이드 싱글 몽크 슈즈를 매치시킨 벱 모데네세



발마칸 코트가 최근 클래식 남성복 업계에서 얻고 있는 인기는 망토를 둘러매듯, ‘툭’ 걸칠 수 있는 특유의 편리함이 오늘날 한결 간소해진 남성들의 복식 문화와 잘 맞물린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20세기 후반, 남성복의 클래식 아이템 발마칸 코트를 각색하여 대중에 소개했던 것이 이브 생 로랑, 랑방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었다면, 오늘날 발마칸 코트를 재발굴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 남성복의 과거를 답습하는 일본의 Coherence, 영국의 Drake's등의 브랜드들이다.



5) 로덴 코트


로덴 코트 특유의 녹색이 도드라지는 사진이다. 두툼한 턴업이 잡힌 밑단이 넓은 바지와 견고해 보이는 구두, 트위드 캡, 가죽 장갑이 로덴 코트와 멋지게 어울린다.


로덴은 오늘날 로덴 원단과 로덴 코트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내포하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트위드라고도 불리는 녹색 로덴 원단은 오스트리아 서부 알프스 산악 지역 타이롤 주 농민들과 사냥꾼들이 수백 년간 애용하던 옷감이었으나, 19세기 초 그곳을 통치하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요한 대공(황제 프란츠 2세의 동생)이 즐겨 입었던 로덴 산악용 코트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처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Gentleman’s Gazette)  ‘로덴/Loden’의 어원은 ‘거친 옷감’을 가리키는 독일식 고어  “lodo” 다.


19세기 낭만주의의 영향은 서유럽의 귀족 남성들로 하여금 대자연을 상징하는 로덴 원단을 찾게 했고, 20세기 중반(미국에서는 80년대 이후)부터 동일한 이름의 원단으로 제작되던 ‘로덴 코트'는 지방에 별장을 둔 귀족들의 전유물에서 도시에서도 사랑받는 남성 복식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거듭나게 됐다.


녹색 빛깔의 전통 로덴 옷감은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양들에게서 채취된 양모가(때론 알파카 혼방으로 제작된다) 성글하게 짜인 후, 밀링과 빗질 과정(실과 원단 포스트 참조)을 통해 특유의 기모를 얻게 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부드러우면서도 탁월한 방수효과를 보여주는 로덴 옷감은 눈, 비, 추위에 강한 코트용 원단으로 수백 년간 타이롤 지방의 농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로덴 코트에서 쉽게 발견되는 디테일 중 하나인 어깨까지 올라오는 깊은 센터 벤트다. 로덴 코트의 착용감을 망토처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출처: Cordings)


언급했듯이 ‘로덴'은 '로덴 코트'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프로이센 칼라(접힌 칼라를 목 아래까지 잠글 수 있는 구조), 뒷면의 싱글 벤트, 어깨에서부터 밑단까지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루즈 핏으로 구성된 로덴 코트는 그 활용도에 있어서 발마칸 코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뭇가지들로부터 가죽 버튼을 보호해주기 위해 고안된 플라이-프런트 (히든-버튼)와 날개뼈 위치까지 올라오는 매우 깊은 센터 벤트 역시 발마칸 코트에서도 손쉽게 발견되는 디테일이다.


히든 버튼 구조가 아닌, 도시용 로덴 코트, 브라운 색상의 버튼과 커다란 주머니 장식, 프로이센 칼라가 코트의 캐주얼함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로덴 코트는 발마칸 코트와 거의 동일한 활용성을 보여준다. 두 모델 모두 샤프한 그레이 수트보다는 캐주얼한 트위드 재킷과 플라넬 바지, 또는 니트웨어 차림에 더 잘 어울리는 형태의 코트다.


따라서 로덴 코트 역시 특유의 초록색과 가장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의 트위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1980년대까지 로덴 코트는 유럽식 프레피 스타일의 중심적 아이템 중 하나였다. 유럽 상류층에게 있어 로덴 코트의 상징성은  해리스 트위드가 미국의 상류층에게 의미하던 그것과 유사한 듯하다. 1980년대 뉴욕 타임스는 로덴 코트를 가리켜 유럽내 사회적 카스트를 나타내는 표식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Die Workwear).


지난 해 겨울, 난 우연히 피렌체식 비스포크 네이버 코버트 소재의 로덴 코트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코버트 특유의 단단함과 로덴 코트의 캐주얼한 구성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로덴 소재가 아닌, 코버트, 혹은 브라운 트위드 소재의 로덴 코트 역시 훌륭한 결과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


6) 탑코트



브라운 탑코트에 백팩을 걸친 유키오 아카미네. 캐시미어, 카멜 헤어 등, 비교적 내구성이 떨어지는 원단으로 제작된 코트를 착용할 땐, 백팩을 메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수트의 기본적 형태와 가장 유사한 구조를 보여주는 탑코트는 언급된 오버코트 중 단연코 가장 ‘쉬운’ 선택이다. 이와 같은 탑코트의 기본적 구성은 19세기 귀족 남성의 유니폼이었던 프록코트를 연상시킨다


(영국의 신진 비스포크 테일러/남성복 쿠트리에 마이클 브라운은 재킷 위 착용되는 '오버코트'가 아닌, 니트웨어, 혹은 셔츠 위 프록코트처럼 착용되는 ‘바디 코트’를 제작하고 있고,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킷이 아닌 니트, 혹은 셔츠 위에 착용되는 용도로 제작되는 마이클 브라운의 바디 코트 (출처: Permanet Style)



독특한 디테일이 생략된 탑코트의 심플한 구조는 코트를 제법 포멀해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미드 나이트, 다크 차콜 그레이 등 짙은 색상의 탑코트는 가즈 코트 못지 않은 격식 있는 차림을 연출할 수 있다. 이러한 탑코트의 포멀함이 부담스러운 남성들에겐, 턴백 소매 커프, 패치 포켓, 아웃 스티치 등의 디테일들을 추가하는 것이 추천 된다. 탑코트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비교적 짧은 기장으로 제작돼도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큼지막한 하운즈 투스 패턴의 탑코트 차림의 야수토 카모시타.


탑코트의 심플함은 동시에 그 매력을 설명해준다. 루즈핏 구성의 발마칸 코트와 로덴 코트와 달리, 탑코트는 아래 자리하는 재킷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착용자의 몸의 실루엣을 따르는 테일러링 특유의 멋을 향유하게 해준다(그런 의미에서 블레이저/ 스포츠 코트 대용으로 바디 코트를 제시한 마이클 브라운의 발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발마칸 코트와 로덴 코트가 캐주얼한 착장에서 빛을 발하는 코트들이라면, 탑코트는 포멀한 수트 위에서도, (알맞은 디테일이 추가될 경우) 캐주얼한 차림 위에서도(첨부한 유키오 아카미네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 무리 없이 빛을 발하는 코트다.



피크 라펠, 플라이-프런트의 짧은 기장의 탑코트 차림의 전 타이 유어 타이(Tie Your Tie)의 수장 프랑코 미누치


오늘, 탑코트는 기본 형태의 싱글-브레스트 오버코트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편의를 위해 탑코트라 불리는 코트들 중에는 비교적 포멀한 체스터필드 코트 (칼라에 벨벳 디테일이 추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코버트 코트 (코버트 소재의 코트. 소매와 코트 밑단에 네 줄의 스티칭 디테일이 자리한다)와 크롬비 코트 (가장 기본적인 탑코트)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업계에서 사용되는 오버코트 관련 용어들은 일관성이 전적으로 결여돼 있다). 이탈리아 사르토리아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모델은 눈에 띄는 디테일이 발견되지 않는 크롬비 코트다.


벨벳 칼라가 가미된 코버트 소재의 체스터필드 형태의 코트를 착용 중인 파브리찌오 세르벤테, 스카프의 프린트가 재미있다. 코버트 코트 특유의 소매 디테일은 생략됐다.



이제 오버코트에 관한 포스트를 마치고자 한다. (피코트/자꼬네, 트렌치 코트 등의 외투에 대한 포스트는 추후에 준비해보도록 하겠다)


한 마디만 더 보태자면, 만약 기성 오버코트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즐겨 입는 수트 브랜드와 동일한 브랜드, 혹은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코트를 구매하는 일을 권장하고 싶다. (오버코트의 수선은 필수적이다) 같은 브랜드, 혹은 비슷한 미적 관점을 공유하는 브랜드의 재킷과 코트를 선택하는 일은 어깨 너비, 암홀의 높낮이, 디테일이 서로 불화하는 사태를 방지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폴리의 대표적 기성복 브랜드인 아톨리니(Cesare Attolini), 키톤(Kiton), 스틸레 라티노(Stile Latino), 이사이아(Isaia), 혹은 나폴리식 소프트 테일러링을 답습한 Lardini, Ring Jacket, De Petrillo, Sartoria Partenopea, L.B.M 1911등의 브랜드들 안에서, 코트와 수트/재킷을 선택하는 것은 비교적 안전한 전략일 수 있다.)


난 지난 포스트에서 심각한 ‘이미지’ 문제를 겪고 있는 수트와 달리 '추위'라는 알리바이 덕분에 오버코트 차림으로 주말의 번화가를 활보하는 일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곧 찾아오게 될 가을 겨울의 추위가 남성복 애호가들을 아쉽게 만들지 않을만큼 사납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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