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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Jul 24. 2020

재킷의 어깨

수트 해부 1

Jeremy Kirkland:     “지금 패션의 경향이 이래... 소비자들은 천 불짜리 테니스화를 사고 나서, 그게 금세 더 이상 쿨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돼 버리는 거야. [헛돈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남자들은 그냥 티셔츠에, 청바지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거지...  옷 사는 일이 마치 라스베가스 슬롯머신을 하는 것 같으니까”  
Ethan Newton:     “글쎄. 난 남자들이 너무 줏대가 없다고 생각해. 네가 좋아하는 옷이야? 네가 봤을 때 멋져? 네가 입었을 때 멋져? 그럼 그냥 사. 그게 괴상한 모양의 운동화면 어때. 난 그들이 확신을 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스스로 구매하는 물건에 대해서 자신을 좀 가져야 해."

2018년 가을에 방송된 Blamo! 팟캐스트 16화에서 Bryceland의 수장 Ethan Newton과 호스트 Jeremy Kirkland 사이 오고 간 대화를 번역한 내용이다.


WW Chan의 쓰리 피스 수트, Porter & Harding 원단으로 제작됐다. 커다란 라펠 장식품과 조끼에 달린 채인이 눈에 띈다. 차콜 그레이 수트엔 역시 블랙 슈즈다.


Armoury(홍콩의 대표적 멘즈웨어 스토어)의 Founding Partner로 처음 클래식 남성복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10년부터, 도쿄 Bryceland의 수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현재까지, 그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역력히 과시해온 Ethan Newton의 옷에 대한 소견을 듣는 일은 흥미로웠다.


그는 많은 시간과 돈을 멋내기를 위해 지불하고서도 패션계가 임의로 결정하는 유행과 선전에 휘둘리는 갈대와도 같은 '줏대 없는' 남성들을 무수히 접해 왔을 테다. 난 다소 과격하게 들리는 그의 일침이 안타까움에서 비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군 치노 팬츠와 싱글브레스트 네이비 블레이저 차림의 Ethan. 가죽 벨트와 가죽 로퍼. 시계의 가죽 스트랩이 돋보인다. 멋진 착장이다.


Ethan 자신이 스스로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르는 남성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리베라노 쓰리 피스 수트 차림으로 홍콩 센트럴의 뱅커들을 상대하던 과거 그의 모습과 아메리칸 밀리터리 치노와 네이티브 주얼리를 매치시킨 과감한 세퍼레이트 차림으로 도쿄 하라주쿠에서 각양각색의 손님들을 맞이하는 그의 차림은 대체될 수 없는 그만의 멋을 공유한다. 포멀과 캐주얼, 두 장르의 착장을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소화하는 그에겐 어색함, 억지스러움, 지나친 자의식 따위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스스로의 옷차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브라이스랜드의 히트 상품 레이온 셔츠를 치노 바지와 브라운 더비와 매치시킨 Ethan.


이처럼 매력적인 착장을 보여주는 남자의 말에 토를 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다. 다만, 난 그의 일침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몇 마디가 첨언돼야 한다고 느낀다. 확신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신경 쓰지 않을 테다!’라는 다짐 따위로 싸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주장하듯,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이는 천박한 인간들뿐이다”


상대방의 옷차림으로 그 사람의 질감에 대한 대강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 이는 드물다. 처음 만난 사람의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를 샅샅이 훑어내리는 일이 생활화된 한국인들 사이에서 


"난 내가 입은 옷이 마음에 들어!"라는 확신을 지켜내는 일은, 


"난 누가 뭐래도 나의 학벌/재산/외모에 전적으로 만족해!"의 자부심을 지속시키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옷에 있어서 지켜야 할 TPO(켄스케 이시즈-일본과 아이비리그 스타일 포스트 참고)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상황과 장소에 따라 옷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네의 스타벅스에서 친구들과 떠들기엔 괜찮았던 내 옷차림이 차로 5분 거리에 불과한 옆동네의 스타벅스에선 멸시 담긴 시선을 살 것이라는 사실을 감각할 수 없다면, 혹은 감각하면서도, ‘난 멋져!’라는 확신을 고집할 수 있다면, 아마 그는 대한민국에서 유년기/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에 비해 일부 미국인들은 진정으로 용감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겸손과 부끄러움을 애초에 배우지 못한 무시무시한 존재들이다.)


WW.Chan의 크림 리넨 재킷 차림의 Ethan. 크림색과 옅은 블루색의 조화가 멋지다. 라펠 위 버튼홀이 유별나게 큼직하다.


Dressing the Man의 저자 알란 플루서는 올바른 옷차림을 갖추는 방법을 배우는 일을 올바른 골프 스윙을 배우는 일에 비유한다. 배우지 못한 골프 스윙, 배우지 못한 야구 투구, 배우지 못한 농구 슛 폼(누군가를 답습하지조차 않은)은 오랜 시간에 걸쳐 룰을 공부하고, 그것을 실습한 이들의 눈에 우스꽝스러울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겉모습에 대한 '무관심'을 분연하게 선언한 이들에겐 안타까운 사실일 테지만, 옷차림은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만 하는 스포츠다. 남성복에 있어서도 명백한 ‘룰’이 존재하고, 대한민국에도 그 룰을 답지하고 있는 남성들의 수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젊은 세대 사이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당신은 “난 이게 좋아!”라는 선언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을 고수할 수 있을 테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괴상한 골프 스윙을 필드에서도, 연습장에서도 꿋꿋이 고수할 테다. 그러나 그 누구도 검증해주지 않는 ‘나만의 스타일’에 대한 확신을 지켜내는 일은, 그것이 골프 스윙이건, 의복의 스타일이건, 진정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F. 스콧 피츠제랄드가 말하듯,

옷이나 태도에 무관심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 (F.S. 핏츠제랄드)


티셔츠와 청바지로 귀환한 남성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느 곳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그곳이 조금이라도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곳이라면 -에 대한 걱정 속에서 불안에 떨며 곁눈질을 멈추지 못하는 시간들이다.  물론 옷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는 일 역시 그의 근심을 사그라들게 하지 못할 것이며, '멋내기'를 포기한 채, 오로지 복식의 룰만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안전'을 추구하는 전략 역시 그를 겨냥한 비웃음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 줄 수는 없다.


공부에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옷에 대한 공부의 여정에도 종착지는 없다.


확신은 옷과 내가 이루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조화를 위해 복식의 룰을 정확하게 답습하고 녹여낸 남자에게 주어지는 노력의 대가로서의 특권이다. 그 특권을 계속해서 향유하기 위해서 그는 매너리즘과 나태함과의 싸움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미적지근한 이들이 좋아하는 "자기가 좋으면 됐지" "옷은 즐겨야지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돼" 따위의 말에는 관성에 굴복하고픈 게으름으로 향하는 저열한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로 유명한 스콧 핏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 프린스턴 시절부터 풍류에 일가견이 있었던 그는 옷차림에 있어서도 나름의 두각을 드러냈던 남자다


이제 이번 포스트의 주제, 수트의 스타일, 그중에서도 수트 재킷의 어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어깨는 수트의 품질과 핏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깨가 잘 맞지 않거나, 어깨에서 문제가 발견된 수트는 소매를 새로 달거나, 수트를 분해하는 '대공사'를 배제하고선 구제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수다.



품질에 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공유하자면, 우선 손으로 바느질된 어깨 솔개와, 손으로 달린 소매가 기계로 재봉된 것보다 더 높은 품질을 반영한다는 점이 언급돼야 할 테다. 손으로 바느질된 재킷 어깨는 기계 봉제된 재킷의 어깨보다 한 결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숙련된 눈에는 더 부드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러한 보편적 견해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Jeffrey Diduch의 Fatto a Mano 블로그 참고)




셔츠 핏에 관한 브로슈어지만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하견, 혹은 상견의 체형인 남성이 기성 재킷을 입었을 경우, 그림에서와 같은 주름이 발견될 수 있다.


재킷의 어깨 선이 내 어깨와 잘 맞는지의 여부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비스포크 혹은 MTM 수트를 주문할 경우, (혹은 기성복을 수선할 경우), 테일러는 재킷의 어깨가 착용자의 어깨 형태와 잘 맞는지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상견, 중견, 하견, 전견 후견 등, 각각의 어깨 형태가 존재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재단되지 않은 수트는 잘못된 곳에서 주름이 지고, 당겨지게 된다. 눈여겨봐야 할 곳은 뒷면의 칼라 아래와, 날개뼈 주위, 그리고 어깨선이 소매와 만나는 지점에 부자연스러운 주름이 지지 않는가의 여부다. 비스포크 테일러라면 고객의 어깨 형태에 맞는 재킷을 재단해줄 수 있어야 하며, 진정한 비스포크 수트라면, 응당 손으로 제봉 돼야 한다. 언급될 필요조차 없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인 사항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기에, 품질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검증을 가능한 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네이비보다는 미드나잇에 가까운 색상의 플라넬 블레이저. 그의 테일러 앵글로필로 (Anglofilo)의 작품이다.

1) 높이/패딩


수트 재킷 어깨에는 지역과 취향에 따라 그 방향성을 달리하는 양식들이 존재한다. 이번 포스트에선 수트 어깨의 높이와 너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다음 포스트에서 어깨의 재봉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수트 재킷의 어깨 선을 높이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숄더 패드'라 불리는 부조물을 재킷의 어깨선과 착용자의 어깨 사이에 쌓아 올려, 물리적으로 재킷의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소프트-수트의 유행 덕분에(?) 지난 10년간 애호가들 사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전통적 영국식 수트는 어깨 패딩을 통해 수트 재킷의 어깨선을 들어 올려 착용자의 체형을 보정하는 제작 방식을 택한다.  




Edward Sexton, Michael Browne, Chittleborough & Morgan, Huntsman, Richard Anderson, Kent, Lachter& Haste, Henry Poole, Gieves and Hawkes, Kathryn Sargent, Dege & Skinner 모두 강한 어깨를 앞세운 Structured English Suit를 제작하는 하우스들이다. 새빌로의 카디건이라 불리는 Anderson and Sheppard를 제외한다면, 새빌로의 대표적 하우스들은 모두 패딩이 충분히 가미된 강한 어깨를 앞세운 전통적 실루엣을 추구하는 셈이다.


파리의 테일러 Kenjiro Suzuki가 사용하는 어깨 패드들. 두께 별로 나열돼 있다. (출처: Permanent Style)


그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이 역시 전통적 테일러링의 양식 중 하나다. 이러한 수트 제작 방식에는 보형물을 통한 체형의 교정을 통해 남성이 가장 멋져 보이는 실루엣을 '지어 올리는' 수트에 대한 새빌로 대표 하우스들의 영국적 접근이 반영되고 있다. 많은 경우,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이미지를 줄 수 있기에, 기성복에서는 기피되는 스타일이지만, 유능한 테일러가 착용자의 몸에 잘 맞게 제작한 스트럭쳐드(Structured) 영국식 비스포크 수트의 단단한 어깨는 남성의 키를 크게 보이게 해 주고, 그의 체격을 한층 더 남자답게 보이도록 만들어준다. (물론 내가 보기엔, 이러한 효과들은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모조리 상쇄된다. 그러나 난 원체 스트럭쳐드 영국식 수트에 도무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쪽에 속한다)


전 헌츠맨 헤드 커터이자 새빌로 13가의 Richard Anderson 하우스의 수장 리처드 앤더슨이다. 강한 어깨의 스트럭쳐드-영국식 수트를 만든다.



반대로 나폴리와 피렌체의 대부분의 사르토리아를 위시한, 이탈리안 스타일의 수트를 표방하는 하우스들(한국의 대표적 비스포크 하우스들 역시 대부분 이탈리안식 소프트-수트를 지향한다)은 대부분 최소한의 어깨 패딩만을 사용하거나, 패딩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제작 방식을 채택한다. (재킷의 어깨선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Wadding이 들어갈 뿐이다) 이는 재킷의 어깨선이 착용자의 어깨의 실루엣을 그대로 따르는 형태의 어깨선을 연출한다.



나폴리의 Sartoria Panico의 수트를 착용 중인 Ethan. 패딩이 최소화된 둥근 어깨선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Permanent Style)


영국식 수트가 ‘남성이 최고로 돋보이는 실루엣'을 지어 올린다면, 이탈리아 수트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그들의 미학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그들의 재단 기술로 체형 보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알란 플루서는 그의 저서 Style and the Man에서 모든 스타일리시한 남성들은 자연스러운 어깨선을 가진 수트를 고집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영국의 스타일 아이콘 윈저 공작 역시 소프트 드레이프 컷을 고안한 숄티의 재킷을 40년간 찾았다는 데에서 힘을 얻는다. 다만 소프트한 수트만이 우아하다고 단정 짓는 일은 섣부른 일일 것이다. 좋은 예로 헌츠맨의 전설적인 재단사 Colin Hammick은 정말 우아한 남성이었다.


(La Cigarette이라 불리는 시가렛 숄더로 유명한 프랑스식 어깨 구조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어느새 낡은 예시가 돼버렸지만, 우린 영화 킹스맨과 그레이트 뷰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수트에서 영국 수트와 나폴리 수트 어깨 구조의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다. 킹스맨 요원 콜린 퍼스의 헌츠맨 수트가 어깨를 뒤로 젖히고 꼿꼿이 차렷 자세를 하고 있을 때,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레이트 뷰티(The Great Beauty/ La Grande Bellezza)의 토니 세르빌로 체사레 아톨리니 수트는 해먹에 드러누워 있던 그가 술잔을 들고 천천히 일어나 어슬렁거리기 시작할 때, 주름 투성이인 그 영광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다.



이 영화는 나폴리 출신 소렌티노 감독과 남부 출신 배우 토니 세르빌로, 나폴리의 사르토리아 체사레 아톨리니의 합작품이다.








2) 너비 - Extended Shoulder


두꺼운 어깨 패딩을 이용하여 어깨를 높이는 일이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님을 이미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깨를 높이는 일을 피한다고 해서, 재킷이 토니 세르빌로의 그것처럼 어깨선을 백 퍼센트 정직하게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패딩을 통해 어깨를 높인 수트가 추천되지 않는다면, ‘어깨가 넓은 수트’는 어떨까.




어깨선을 넓히는 일 역시  두꺼운 패딩을 요구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Extended Shoulder라고 불리는, 착용자의 어깨보다 조금 더 넓게 재단되는 어깨 형태는 유럽 전역의 수많은 하우스들이 패딩의 두께를 불문하고 애용하는 테일러링의 기술이다. 윈저공작에 관한 포스트에서 언급한 드레이프가 가슴에 입체감을 더해준다면, 익스텐디드-숄더는 어깨에 볼륨감을 더해준다. 지나치게 넓은 익스텐디드-숄더는 80년대 아르마니를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러운 재킷을 만들 테지만, 익스텐디드-숄더로 유명한 리베라노와 앤더슨 앤 쉐퍼드의 재킷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남성스러운 역삼각형(V) 형태를 연출한다.

 

좁은 어깨의 Shibumi Firenze 재킷. 피렌체 특유의 라펠과 칼라에 나폴레탄 소프트 숄더를 접목시킨 실루엣이다.  피렌체식 실루엣에서 어깨만 좁혀졌다(출처:PS)



재킷 어깨를 칙용자의 어깨보다 살짝 크게 재단하기로 유명한 리베라노의 재킷. 위의 사진과 비교했을 때 Extended Shoulder의 효과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리베라노와 앤더슨 앤 쉐퍼드의 예시가 보여주듯, 소프트-테일러링 구조의 재킷에서도 익스텐디드-숄더의 효과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어깨선을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깨를 옆으로 확장시키는 일 역시 재킷을 더 포멀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 예시로, 두꺼운 어깨 패딩이 추가된 재킷, 혹은 익스텐디드-숄더 형태로 재단된 재킷은 치노, 혹은 청바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Permanent Style의 사이먼 크롬턴은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재킷은 캐주얼한 나폴레탄 재킷뿐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나폴레탄 재킷이 어깨에 패딩이 적고, 어깨가 지나치게 넓지 않으며, 마치 니트웨어와도 같은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나폴레탄 재킷의 둥근 어깨 라인, 오픈 쿼터도 캐주얼함에 일조한다)


따라서 부자재가 적게 들어가는 나폴레탄 재킷 중에서도 재킷 어깨가 넓거나, 혹은 기장이 조금 긴 편에 속하는, 전통적 실루엣을 추구하는 하우스들의 수트들은 (파니코, 차르디, 파스까리엘로, 치로 팔레르모 등) 되려 청바지/치노와 잘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넓지 않은  어깨와 짧은 기장의 재킷이 이 남성의 블루 블레이저를 청바지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준다. (출처: sabagon.tumblr.com)


클래식 남성복에서 가장 먼저 답습해야 할 것은 수트 재킷이 바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트 차림일 것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다크 수트, 화이트 셔츠, 다크 타이, 다크 브라운, 혹은 블랙 슈즈 착장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남성 복식의 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은 끝이 난다.


그러나 수트가 아무래도 꺼려진다면, 그리고 편의를 위해 테일러된 바지가 아닌, 편안한 바지를 테일러링과 매치시키고 싶다면, 어깨 패딩이 최소화된, 그리고 Extended Shoulder가 생략된, 자연스러운 어깨 선의 재킷을 선택하도록 하자. 선택지가 이미 많이 존재한다. 국내 편집샵들인 안드레아Andrea, 라마르쉐Lamrche, 테스토리아Testoria, 캐비넷 스토어Kabinet Store, San Francisco Market 등의 스토어들 역시 소프트 테일러링을 주요 상품으로 취급한다. 기성복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이곳들을 방문해보는 일이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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