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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Aug 01. 2020

재킷의 어깨 2

수트 해부 2


George Wang: 나폴레탄 하우스들은 소매를 크게 재단하기 때문에 [큰 소매가 작은 암홀에 부착됐을 때 생긴] 여분의 옷감이 어딘가로는 가야 하는 거야. 그래서 때때로 윗부분에 주름이 생기는 거지.
Jeremy Kirkland:  스팔라 카미치아 얘기하는 거지?
George Wang:  그렇지. 스팔라 카미치아. 이젠 아무도 안 좋아하는.

                                                                                                                         (Blamo! Podcast Episode 7)


                                                                                                   


몇 년 전까지 클래식 남성복 세계에선 스팔라 카미치아 = 나폴레탄 수트 = 핸드 메이드 = 고품질이라는 공식이 통용됐다. 커다란 어깨 패드, 커다란 암홀, 지나치게 큰 품에서 수십 년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기성세대의 수트 문화가 낳은 반감은 근 십여 년간 지나치게 짧은 기장과 지나치게 타이트한 바지를 앞세운 모던(?) 수트의 유행에 결정적인 호재로 작용했고, 이는 세계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벼운 수트를 표방하는 나폴레탄 수트와, 그 표식과도 같은 스팔라 카미치아를 향한 과열된 관심을 낳았다.


베이징의 남성복 스토어 브리오(Brio)의 수장 조지 왕(George Wang)의 비아냥은 어제까지 최고급 수트의 시그내쳐와도 같았던 주름 잡힌 슬리브 헤드(소매와-어깨가 만나는 소매의 제일 윗 부분)를 제대로 된 취향을 갖춘 남자라면 기피해야 할 ‘요란스러운 사족’으로 폄하하는 남성복 애호가들의 변덕스러움과 가벼움을 겨냥한다. 유행에 휘둘리는 패션에 대한 반감을 고백하는 그들 역시 결국 클래식 남성복 세계를 주도하는 또 다른 유행(이 경우, 눈에 도드라지는 어깨 주름에 대한 싫증)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어깨는 재킷의 품질과 스타일을 나타내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영국 수트, 이탈리아 수트, 프랑스 수트 등, 각 지역의 수트 스타일의 구분 역시 어깨 구성의 차이에 대한 논의 없이 설명될 수 없다. 이 포스트에서 다루게 될 오픈 심, 로핑, 마니카 카미치아 등 어깨 봉제 처리 방식에 대한 애호가들의 지대한 관심 역시 그들이 어깨가 수트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증언한다.


각각의 어깨 형태들을 설명하는 일에 있어서 나라, 지역별 스타일의 구분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일은 섣부를 테다. 그러나 난 어느 정도의 비약을 감수하고서라도, 각 지역 수트의 스타일의 구분에 입각해서 어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재킷 어깨 형식의 선택은  테일러가 구현하고자 하는 특정한 스타일의 수트의 일환으로서만 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1. 어깨선


A. Straight Shoulder 직선 어깨


새빌로 리처드 앤더슨의 재킷 (헌츠맨 실루엣과 매우 유사하다)


전통 영국식 수트를 대표하는 어깨선이다. 지난 포스트에서 앤더슨 앤 쉐퍼드(Anderson and Sheppard)를 제외한 새빌로의 대부분의 하우스들이 비교적 두꺼운 패드가 부착된 강한 어깨선을 선호함을 언급한 바 있다. ‘체형의 보정’을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패드의 추가는 울퉁불퉁한 곡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착용자의 어깨를 직선의 샤프한 남성적인 선으로 변모시켜 준다. 어깨 패드는 남성의 원더 브라와 같다는 비유가 그럴듯한 이유다.



경우에 따라서 패드가 추가된 직선 어깨의 재킷은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 심한 상견 체형의 남성은 숄더 패드를 되도록 기피해야 하지만, 키가 작고, 왜소한, 거기다 심한 하견 체형의 남성에겐  약간의 패드가 가미된 재킷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이런 체형의 남성이 캔버스 외 패드가 완전히 생략된 기성복의 소프트 수트를 입는 일은 그의 단점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착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재킷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패딩이 생략된 좁은 어깨의 수트가 하견 체형 남성의 단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출처: Put This On)


수트를 통해 강한 인상을 주고 싶은 남성들에게 약간의 패드가 가미된 직선 어깨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Continental Shoulder/대륙 어깨라고 불리는 (로만 숄더- 브리오니 숄더 – 밀라노 숄더라고도 불린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 수트의 어깨 역시, 패드를 활용한 직각의 형태를 보여준다.


Tod's 그룹의 회장 Diego Della Valle, 밀라노의 사르토리아 Ferdinando Caraceni의 블루 블레이저를 입고 있다.



B. 파고다 숄더/ Concave Shoulder


젊은 시절, F1 레이서를 꿈꿨다고 하는 Cifonelli 하우스의 마시모 치포넬리 Massimo Cifonelli-  (출처: The Rake)


오목한 어깨선이 사찰의 기와지붕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 프랑스 하우스들의 시그내쳐와도 같은 어깨선이다.


나폴리와 런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트 쿠튀르의 도시 파리 역시 그 나름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수의 저명한 하우스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하우스는 치포넬리 (Cifonelli)와 캄스 드 루카 (Camps de Luca)다.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치포넬리와,  캄스 드 루카는 모두 이탈리아와 스페인 출신 테일러에 의해 시작된 하우스들이다-  더 이상 패밀리 하우스가 아닌 프란체스코 스말토(Francesco Smalto)와 벨루티(LVMH)에 매각된 아니스(Arny’s)는 현재로선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캄스 드 루카 하우스의 Marc de Luca (출처: The Parisian Gentleman)


치포넬리와 캄스 드 루카 두 하우스 모두 파고다 어깨의 수트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의 스타일 작가 유키오 아카미네는 오늘의 파리지엔 하우스들이 지나치게 여성적인 수트를 만들고 있다고 평한 바 있는데(그는 과거의 파리지엔 수트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오목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끝부분에서 다시 솟아오르는 화려한 어깨와 슬림한 소매-밀착된 가슴라인의 조합을 통해 '관능미'를 강조하는 그들의 수트가 ‘절제된 멋’을 추구해야 하는 남성복의 전통 이념과 불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파고다 숄더는 ‘파워 수트’, 즉, 부자재의 사용을 통해 연출된 '인위적인' 수트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사실은 남성의 어깨가 본래 오목한 Concave Shoulder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Made by Hand


인체의 모형을 두고 봤을 때 이러한 사실은 더 확연해진다. 이것이 최소한의 어깨 패드만을 사용하는 나폴레탄 수트의 재킷이 미묘하게 오목한 실루엣을 그리는 이유다. 소프트한 나폴레탄 어깨에 커다란 로핑을 가미시킨 샤맛 수트의 어깨 형태를 살펴보면, 그 사실은 더 명확해진다.


한 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 남성복 애호가들에게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는 샤맛의 주름 잡힌 로프드 숄더.


Fatto a Mano의 Jeffrey Diduch의 주장에 따르면 30년대까지 '내추럴 숄더'는 Concave 형태의 어깨를 가리키는 용어로 통용됐다.  Apparel Arts 잡지 (1930년대 미국 스타일과 에스콰이어 포스트 참고) 역시 30년대까지 파고다 숄더를 '내추럴 숄더'라 호명했다. 그러나 아이비 스타일을 대표하던 브룩스 브라더스 색 수트의 인기와 함께 '내추럴 수트'는 둥근 라운드 숄더의 수트를 가리키게 됐다.


(Jeffrey Diduch은 파고다 숄더를 찾아보기 힘들게 된 이유가 그것이 제작하기에 가장 어려운 형태의 어깨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테일러가 아닌 나로선 이 주장을 직접 검증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물론 엄격함 의미에서 파고다 어깨는 목에서부터 어깨의 중간 포인트까지 하강한 어깨선이 다시 상승하여 솟아오른 슬리브 헤드에 안착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진정한 파고다 숄더는 오직 파리지엔 하우스들과 강한 로핑을 사용하는 영국 하우스들(Edward Sexton, Michael Browne, Chittleborough and Morgan)에서만 발견되는 스타일의 어깨다.  


전 Chittleborough & Morgan의 재단사 Michael Browne.



C. 라운드 숄더



피렌체의 대표적 사르토리아 리베라노(Liverano & Liverano)의 라운드 숄더 실루엣



영국식 수트가 패드를 통해 직선을 연출한다면, 북부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이탈리아의 하우스들은 인체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내추럴 숄더’를 선호한다.


언급한 바처럼, 많은 나폴리 하우스들의 소프트한 수트는 미세하게 오목한 선을 그리는 Concave 숄더 형태를 보이는 반면, 피렌체의 수트는 ‘볼록한’ 곡선을 그리는 것이 그 특징이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선 숄더 패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 두 지역 수트의 특성상, 이와 같은 어깨 실루엣의 차이는 재단과 다림질, 그리고 착용자의 체형의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부자가 모두 루비나치 수트를 착용하고 있지만, 하견 체형의 마리아노와 상견/중견 체형의 루카의 재킷 어깨의 실루엣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아이비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룩스 브라더스의 Sack Suit의 인기 덕분에 내추럴 숄더 = 라운드 숄더라는 인식이 굳어졌지만, 둥근 어깨선은 꼭 패드가 생략된 내추럴 숄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식 수트의 경우, 둥근 선을 그리는 어깨를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패딩이 가미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또한 패드가 생략된 수트 재킷을 착용한 남성의 어깨선이 직각이라면, 피렌체, 나폴레탄 수트의 어깨의 곡선은 최소화될 수밖에는 없다. (사르토리아 살라비앙카 최호준 사르토는 이것이 이탈리안 수트 모델들이 모두 하견 체형의 남성들인 이유라고 말한다)


나폴리의 대표 기성복 하우스 체사레 아톨리니의 카탈로그. 매번 등장하는 이 중년 남성의 어깨 역시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2. 어깨 솔개 재봉 방식



A. Closed Seam Shoulder


소매와 암홀 사이의 시접을 소매 쪽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재봉되는 어깨를 가리킨다. 영국식 수트의 기본 구성이다. 많은 경우 클로즈드 심 숄더에는 소매의 머릿 부분(sleeve head)에 패드가 들어간 ‘로핑’이 추가되는데, 이것은 수트를 더 포멀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크게 a) 클로즈드 심, b) 마니카 카미치아, c) 오픈 심으로 나뉘는 어깨 처리 중 클로즈드 심은 가장 포멀한 옵션이다. 몸통과 소매의 분명한 구분이 수트에 격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좌측에서부터 A. 클로즈드 심, C. 오픈 심, B 마니카 카미치아의 예시

두꺼운 패딩을 사용하여 완벽한 직선을 그리는 어깨에 매우 높이 솟은 로핑까지 가미된 Edward Sexton, Chittleborough and Morgan, Michael Browne 등의 수트(모두 Tommy Nutter 하우스의 전통을 잇는 하우스들이다)의 강한 어깨는 남성적인 실루엣을 연출하지만, 내가 보기에 일상용 수트로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에드워드 섹스턴 Edward Sexton 수트의 뒷모습
전 헌츠맨의 헤드 커터, 새빌로 리처드 앤더슨의 리처드 앤더슨. 영국식 직선 어깨의 수트를 만든다. 가슴 드레이프는 거의 찾을 수 없다. 헌츠맨 수트와 유사한 실루엣이다.


'영국 신사'에 관한 포스트에서 서술했듯이 영국식 수트의 이면에 자리하는 미학은 그 무엇보다 그들의 ‘절제된 멋’의 이념이다. 영국 수트의 직선 어깨와 로프드 숄더는 그들의 보수성, 신중함, 매너의 표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수트가 ‘남성’의 유니폼의 위상을 상실한 오늘,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된 영국식 수트는 등장과 함께 착용자를 나머지 남성들에 비해 지나치게 ‘튀는 차림을 한’ 남성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튀고 싶지 않은’ 영국 남성의 이념에 입각해 탄생한 영국식 수트가 그 이념과 불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 셈이다. (비교적 캐주얼한 나폴레탄 수트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포넬리 (Cifonelli) 쓰리 피스 수트 (출처: Parisian Gentleman)


치포넬리 하우스 수트의 어깨선을 마무리하는 특유의 시거렛 숄더(La Cigarette) 역시 로핑 효과를 극대화시킨 어깨 형태의 하나다. '시거렛 숄더'는 둥글게 솟아오른 어깨의 모양새에서 기원한 별명이다. 오목한 어깨선의 끝에서 봉긋하게 솟아오른 소매의 머릿 부분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어깨의 양 끝으로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효과가 착용자의 어깨를 넓어 보이게 해 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이들은 어깨를 두 슬리브 헤드 사이에 가둠으로써, 오히려 착용자의 어깨를 좁아 보이게 만든다고 말한다.


오목한 파고다 어깨선을 솟아오른 La Cigarette 어깨로 마무리하는 치포넬리 수트의 어깨는 다른 하우스들의 수트와 혼동될 수 없는 독특한 실루엣을 구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치포넬리 하우스의 시거렛 숄더는 패드의 효과가 아닌, 슬리브 헤드에 와딩과 옷감을 밀어 넣어 그것을 솟아오르게 하는 기법을 통해 연출된다는 점이다)





B. 마니카 카미치아


사실 브리오의 조지 왕은 용어 선택에 있어서 약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나폴레탄 어깨 양식으로 통용되는 스팔라(어깨) 카미치아(셔츠), 혹은 마니카(소매) 카미치아(셔츠 소매)는 지나간 유행으로 전락해버린 소매 윗부분의 주름과는 무관한 용어다.


마니카 카미치아는 말 그대로 암홀-슬리브 헤드의 시접이 몸통 쪽으로 접히는, 일반 셔츠 또는 니트웨어의 소매 구성을 그대로 따르는 어깨-구조를 가리킨다. 옷장 속 셔츠들을 펼쳐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소매가 어깨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듯한 구조의 마니카 카미치아 어깨가 모두 윗부분에 주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나폴레탄 수트는 높은 암홀과 부피가 큰 소매 (소매는 조금 더 앞쪽으로 달린 포워드-피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높은 암홀로 인해 상하의 공간이 작은 대신, 움직임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앞뒤 부피가 크다.)를 요구하고, 테일러들은 보통 부피가 큰 소매가 작은 암홀에 부착될 때 생기는 여분의 옷감을 아래쪽 겨드랑이 부분에 집중시켜 눈에 드러나는 어깨 부위를 ‘깔끔하게’ 유지시킨다.



반면 이와 같이 여분의 옷감이 발생시키는 주름을 눈에 띄는 어깨의 윗 쪽에다 집중시킨 형태의 수트가 마치 나폴레탄 수트의 대표적 양식으로 인식된 것은 지나치게 과열된 나폴레탄 수트의 유행이 가져온 오해들 중 하나다. 작은 주름들을 어깨 위로 집중-분산시키는  ‘마니카 마피나’(Manica a Mappina)를 연출하는 기술은 분명 손바느질을 요구하기에, 몇몇의 테일러들은 이것을 핸드-메이드 테일러링의 시그내쳐와도 같이 과시하기 시작했고, 이 역설적 테크닉이 하나의 스타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폐쇄형 솔개- (클로즈드 심Closed Seam)와 마찬가지로 마니카 카미치아 역시 여러 형태의 어깨-실루엣을 포용한다. 시접이 몸통 쪽으로 접힌다고 해서, 패드를 사용한 로핑의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마니카 카미치아 식의 어깨 구조에서도 확연한 로핑이 사용된 재킷은 손쉽게 발견된다. 로핑이 가미된 마니카 카미치아 어깨는 좀 더 포멀한 인상을 주게 되고, 만약 청바지, 혹은 치노와 함께 입을 나폴레탄 재킷을 원한다면, 테일러에게, 혹은 판매 직원에게 로핑이 생략된 어깨 구조와- 길지 않은 기장의 나폴레탄 재킷(오픈 쿼터면 더욱 좋다)을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테다.



로핑이 완전히 생략된 마니카 카미치아 방식의 나폴레탄 재킷의 어깨 -Sartoria Ciardi의 재킷이다.(출처: Permanent Style)



마니카 카미치아=핸드 메이드=고품질의 공식은 다분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여기에도 어느 정도의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시접을 몸통 쪽으로 밀어 넣는 마니카 카미치아 어깨 솔개는 네 겹의 옷감을 한쪽으로 접어 넣는 작업을 필요로 하고, 이와 같은 시접의 집중은, 착용 중 시접들이 '따로 노는' 현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 따라서 네 겹의 옷감을 고정시키는 '탑 스티칭'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최호준 사르토). 만약 이와 같이 네 겹의 옷감을 전부 집어주는 바느질을 재봉틀을 사용해서 진행한다면, 재킷의 어깨는 지나치게 딱딱한 착용감을 주기 쉽다. 고품질 마니카-카미치아 수트에 언제나 미세한 손바느질이 암홀 옆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유다.




C. Open Seam/ 개방 솔개



세 가지 옵션 중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폐쇄 솔개의 딱딱함과, 마니카 카미치아의 캐주얼함의 중간에 위치한 이 옵션은 가장 ‘심심한’ 옵션이기도 하다.


피렌체와 나폴리의 하우스들(마니카 카미치아와 병행하는 옵션으로서)에서 주로 발견되는 오픈 심 재킷은, '특이하지 않으면서 무난한’ 옵션을 대표한다.


리베라노의 안토니오 리베라노.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색상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The Armoury)



오픈심이 ‘심심해’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폐쇄 솔개에서 발견되는 로핑, 마니카 카미치아에서 발견되는 탑-스티칭(네 겹의 시접을 고정시켜주기 위해 몸통 쪽에 추가되는 스티치)과 같은 눈에 띄는 디테일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오픈심 어깨 솔개는 어깨의 양 끝으로 시선을 유도하는 특이점을 생략시킨 매우 '일반적인' 구조를 표방한다.


지난 포스트에서 다룬 Extended Shoulder-착용자의 어깨보다 살짝 확장된 어깨선-을 선호하는 난, 넓어진 어깨선의 마무리를 로핑, 혹은 탑-스티칭으로 강조하여, 슬리브 헤드 쪽으로 시선을 유도하기보다는, 심심한 선택인 오픈심을 통해, 재킷의 전체적인 실루엣으로부터 시선을 크게 분산시키지 않는 피렌체식 오픈심 어깨 처리를 좋아한다. (어쩌면 피렌체식 테일러링이 날 설득시켰다고 말하는 쪽이 더 올바른 표현일 테다)



이로써 수트 어깨에 대한 포스트들을 마무리 하게 됐다. '수트 해부'의 포스트들은 추후에 수트의 다른 디테일을 주제로 하여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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