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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Aug 26. 2020

사르토리아 나폴레타나

Sartoria Napoletana 1

남성 복식에 관한 포스트를 준비하면서 느끼고 있는 가장 큰 아쉬움은 이탈리안 테일러링에 관한 자료의 절대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안타까움이다. 비교적 큰 애착이 없는 영국식 테일러링과 아이비스타일을 위시한 아메리칸 스타일에 관한 텍스트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준비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영국인들은 정말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자료로 남겨놓는다 - 앞으로도 새빌로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남성 수트의 전통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의 사르토들 역시 영국 원단, 영국 테일러링 하우스들을 향해 경의를 표함으로써 수트의 본고장에 대한 예우를 다하려(그들 답지 않게) 노력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이 이탈리아 내 타 지역 사르토들, 또는 프랑스의 테일러들에 대해서는 이처럼 관대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 개인적 편견을 제쳐두고서라도 2000년대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탈리안 수미주라/비스포크 테일러링의 역사에 관한 권위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출판된 Hugo Jacomet의 Italian Gentleman, Yoshimi Hasegawa의 Sartoria Italiana 역시 그 깊이에 있어서 카탈로그/포토북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목마다 저명한 사르토리아가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타 공인 세계 테일러링의 수도 나폴레턴 테일러링에 관한 정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새빌로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포스트를 준비하며, 나폴레탄 테일러링에 관한 비슷한 포스트를 계획했지만, ‘사르토리아 나폴레타나’의 역사를 제대로 다룬 책을 찾을 수는 없었다. O'mast의 감독 Gianluca Migilarotti는 이와 같은 상황이 자신들의 공예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을 즐기지 않는 나폴레탄 사르토들의 겸손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사르토리아 포르모사의 사르토 안토니오 레오넬리와 안토니오 펄시코. (뱀(snake)이라 불렸던 뉴욕 마피아 콜롬보 패밀리의 전 보스 주니어 펄시코와 성이 같다)



궁여지책으로 Blogosphere를 뒤지던 중, 불행 중 다행으로 Styleforum, Die Workwear 등의 사이트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폴레탄 사르토리아를 다룬 시리즈물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발견한 글은 Filnagierani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던 남성복 애호가가 10여 년 전 포스팅한 그의 사르토리아 경험담이다. 2000년대 초반, 해쉬태그 멘즈웨어 운동이 불러온 클래식 남성복 유행 이전의 나폴리 사르토리아의 이야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담아낸 이 글은 자료에 굶주려 있던 내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 경험담을 적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에는 나폴리에서 내가 보낸 시간은 지나치게 짧고, 만나 본 사르토들의 샘플 사이즈 역시 지나치게 협소하다. 결국 이 팬데믹이 종식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밖에.)   


클래식 남성복 유행의 열풍이 나폴리를 왕좌 위에 올려놓기 전, 그들의 공예를 묵묵히 지켜가고 있던 사르토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포스트는 Gianluca Migliarotti의 다큐멘터리 영화 O'mast를 떠오르게 한다.


(이번에도 번역에 있어서 가독성을 위해 직역보다는 의역의 접근을 택했다)



80대의 나이에도 트렁크 쇼를 위해 직접 도쿄를 방문한 눈지오 피로찌와 그의 아들 도메니코 피로찌. 일본의 애호가들 사이에서 피로찌 수트의 인기는 굉장하다고 한다.


The Neapoletan Sartoria Experience

by Filangieri


(Source: Die Workwear)


1 - 첫 방문


나폴레탄 수트의 비밀이 살아 숨 쉬는 곳: 사르토리아.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손님이 새로운 옷을 꿈꾸고, 마에스트로의 숙련된 손이 그것을 구현하는 곳.


새빌로의 동업자들과 달리 나폴리의 테일러들은 대중에게 그들의 옷을 선보이기 위해 수트와 재킷을 거리의 쇼윈도에 전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만으로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기에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수트 제작 공정의 일부를 아웃-소싱하거나, 테일러링의 공예에 숙련되기에는 너무 어린 도제를 고용하는 일 등을 통해서 수트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 이들이 사업의 확장을 꾀하지 않는 이유다.


나폴리 인들에게 있어서 비스포크/수미주라는 그 무엇보다 가족의 전통이다. 많은 젊은 남성들은 그들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수미주라 수트의 우아함과 그것이 제공하는 즐거움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많은 사르토들은 한 가문의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을 모두 자신의 고객으로 두고 있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외 새로운 고객이 그들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경우는 그들의 친구, 직장 동료, 혹은 나폴리의 장인들(비스포크 셔츠-메이커, 타이-메이커, 구두 장인 등)의 추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사르토리아 피로찌가 위치한 Via Antonio Gramsci,   막시스트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온 거리 중 하나다.


나폴리 최고의 사르토들은 치아이아(Chiaia)와 톨레도(Toledo) 구의 유서 깊은 팔라초들에 위치한 미디엄 사이즈 아파트에서 그들의 작은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빌딩의 안뜰을 거쳐, 낡은 화강암 계단을 오르면 (모든 나폴레탄 팔라초들은 어두운 색상의 커다란 화강암 계단을 가지고 있다) 당신을 몸소 반겨주는 나이 지긋한 마에스트로를 만나게 된다.  


그는 살로또(salotto - 사르토가 고객을 맞이하는 작은 방)의 안락의자를 당신에게 권하고선, 잊지 않고 물을 것이다

 

“Ve site già pigliato o’ cafè?” (이미 커피를 드시고 오셨나요?)


이 질문은 당신이 ‘사르토리아’로 오는 길에 커피를 이미 마시고 왔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마에스트로와 함께  “tazzulella”를 한 잔 더 마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에스트로와 함께 당신은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주로 방문의 목적과는 상관없는, 음식, 스포츠, 정치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관례가 끝나고 나서야 당신은 새로운 수트를 주문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마에스트로에게 마음을 열어야만 한다. 그는 당신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세부사항 (옷감, 색상, 모든 세부사항)과 당신의 스타일과 취향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한다.


당신이 그의 기준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만약 그렇다면 그는 공손히 당신의 주문을 거절할 것이다) 마에스트로는 예의 바르게 그의 의견을 제안할 것이다. 당신은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의 충고는 언제나 직설적이고, 문제의 본질을 겨냥하고 있으며, 당신의 새로운 프로젝트의 결함을 정확히 지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당신에게 원단을 보여줄 테다. 이제까지 당신이 세계 각국 도시의 테일러 샵에서 접했던 작은 샘플들이 아니다. 마에스트로는 당신을 그의 아파트 발코니로 안내하여, 영국과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원단들을 나폴리의 태양 아래에서 필째로 펼쳐줄 것이다.


피로찌 사르토리아의 발코니. 작년 가을, 피로찌를 방문했을 때, 눈지오 피로찌는 그가 선택한 원단을 겨드랑이에 끼고서는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다.


원단의 선택이 끝났다면, 이제 그는 당신의 사이즈를 체촌하고, 그 치수를 당신의 체형과 결점들(자명하게 보이는,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들 모두)에 대한 기록과 함께 적어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나폴레탄 사르토리아의 첫 방문도 사르토가 직접 안내하는 공방-투어 없이는 완전한 것일 수 없다.   


당신은 마에스트로를 따라 아파트의 또 다른 방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은 바로 마에스트로와 그의 장인들이 평범한 옷감을 아름다운 나폴레탄 비스포크 수트와 재킷으로 변모시키는 예술을 구현하는 작업장이다.


공방 안에는 그 어떤 근대식 기계도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참을성 있게 손으로 완성된다- 완성된 수트의 전체적 맵시를 결정하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수트 내부의 디테일 역시 모두 손으로 완성된다.


사르토리아의 공방에 처음 들어선 당신은 가장 먼저 그곳에 여성을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으며,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테다. 여성들은 보통 사르토리아에서는 찾기 어려운데, 그것은 여성들의 대부분이 셔츠-공방에 의해 고용되기 때문이다. 공방 안의 정적을 깨는 것은 옷을 꿰매는 팔들이 움직이는 소리, 무거운 다리미가 보드 위의 옷감을 밀어대는 소리, 부드럽게 속삭이는 사르토들의 목소리뿐이다.


나폴레탄 테일러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O'mast의 한 장면. (故)레날토 차르디와 현재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로베르토와 빈첸조(엔조) 차르디.


이들의 집중력과 기술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곳의 사르토들은 모두 그들의 노동과 생활을 통해서 고전적인 ‘최고 품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전 세계의 존경을 받는, 자부심 강하고, 까다로운, 장인의 피를 공유하는 마에스트로들이다.


이제 사르토리아를 떠나온 당신은 마에스트로가 첫 번째 가봉을 위해 당신을 부르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게 될 테다.



손님을 거울 앞에 세워둔 채 가봉에 집중하고 있는 나폴레탄 테일러링의 대부 안토니오 파니코


2 – 가봉


나폴레탄 사르토리아의 마에스트로들은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들이다. 고객의 스케줄을 위해 그들 수트 품질의 명성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용납되지 않는 나폴리에서 (새로 비스포크에 입문한 손님에게 있어) 가봉이란 천국이 될 수도, 또는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과정이다.


고객은 어서 빨리 완성된 첫 비스포크 수트를 손에 넣게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릴 테지만, 그는 가봉이 수트의 완성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마치 10대 학생이 거쳐야 하는 수업들처럼, 최고의 남성적 우아함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봉 과정이 수반하는 기다림의 시간은 비스포크에 도전하기 전까지 기성복만을 입어온 새 손님들의 불만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돈을 지불하는 순간 곧장 새로운 옷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길들여져 버린 것이다.


한 나이 든 나폴레탄 마에스트로는 많은 손님들이 기다림에 지쳐 너무 성급히 비스포크의 세계로부터 영원히 등을 돌려버린다고 말해주었다. 이와 같은 고객은 당장 아름다운 새 수트를 원하고, 가봉 과정을 견뎌 낼 만한 참을성이 스스로에게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기성복으로 회귀해 버린다.  


따라서 지혜로운 테일러들은 기성복에서 비스포크로의 이전 과정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새로운 손님의 대기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한다.


그들이 첫 수트를 수령하기 전까지, 새로운 고객을 사르토리아에 종종 –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그를 수트 제작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그것에 참여시키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들이 수트를 수령하고 난 후, 그들이 기존의 기성복 수트와  –글러브처럼 잘 맞는 – 비스포크 수트의 차이를 알아볼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전적으로 그들의 안목에 달려있다.


첫 수트 수령 이후, 절반의 확률로 그 고객은 열렬한 비스포크 수트의 애호가로 거듭나게 된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비스포크의 ‘의식’에 익숙해진 후로 그들은 가봉 과정이 더 이상 ‘거쳐야만 하는 성가신 과정’이 아닌, 사르토리아가 제공하는 숨겨진 즐거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수트 제작 과정에 있어서 그가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고, 많은 경우 그것을 인지하게 되는 일은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는 마에스트로와 함께 그의 공예의 미세한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수트가 제작되는 기간 내내 마에스트로에게 스스로의 취향을 고백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게다가 그는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받게 된다.


대부분의 나폴레탄 사르토들은 가봉을 위해 당신에게 그의 사르토리아를 두 번 정도 방문할 것을 요구한다. 이미 몇 벌의 수트를 수령한 경험이 있는 단골이라면, 그는 한 번의 가봉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몇몇 고객들은 마에스트로에게 두 번보다 더 많은 가봉을 요구한다. 그들은 수트 제작 과정을 하나하나 전부 관찰하고 싶어 하고,  마에스트로와 함께 사르토리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사르토리아 파니코 내부. 왼쪽에는 가을 겨울용 수트 원단이, 오른쪽에는 봄 여름용 수트 원단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트 제작의 모든 과정이 끝나고, 고객이 그의 새 수트와 함께 사르토리아를 걸어 나오는 순간,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얻은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수트-가방에 걸려 있는 새 옷이 아닌 그가 마에스트로와 쌓게 된 관계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그간의 만남들을 통해서 테일러의 공예에 대한 수천 가지 작은 배움을 얻었고, 그의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얻게 된 것이다.


마에스트로의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그가 마에스트로의 스타일과 그의 예술적 감각을 존중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객은 숙련된 사르토를 지나치게 압박해서는 안 된다. 가봉 과정 중, 당신은 그가 고집하는 사르토리아만의 스타일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당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오프-화이트 리넨 수트 차림으로 피티를 찾은 안토니오 파니코



이것이 수많은 (유별난) 남성복 애호가들이 둘 이상의 테일러를 두고 있는 이유다. 그들의 ‘일부다처’ 방침은 그들이 비스포크 테일러링에 있어서 ‘플레이보이’와 같은 접근(많을수록 좋다)을 꾀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완벽한 플라넬 초크스트라이프 수트를 능숙하게 만들어내는 마에스트로가 그가 원하는 트위드 스포츠 코트를 그만큼 멋지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나폴레탄 테일러들의 시그네쳐인 셔링이 가미된 어깨와 커다란 라펠이 그들이 원하는 니트웨어와 같이 딱 들어맞는 캐시미어 재킷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탄 테일러링 특유의  스티칭을 잘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어깨 주변과 라펠의 모서리를 잘 살펴보자.



그들이 원하는 것이 패치 포켓에 더블 스티치가 가미된 “깃털처럼 가벼운” 여름용 리넨 수트라면 그들은 이와 같은 옷을 손에 넣기 위해서 어느 마에스트로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단 하나의 규격화된 ‘나폴레탄 스타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마에스트로 아래에서 도제 기간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사르토들은 그만의 방식으로 나폴레탄 스타일을 해석하고 있고, 스스로 고안한 고유의 스타일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나폴리 역사에 관한 작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이 든 마에스트로 중 한 명은 내게 수십 년 전, 그가 어린 도제였던 시절, 나폴리 내 사르토리아의 최고 손님들은 대부분 옛 부르봉가의 귀족들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들은 사르토리아에서 하염없이 머무를 만큼 무한정의 여가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그 어떤 직업도 가져서는 안 되는 계급에 속한 남성들이었기 때문이었다(노동은 부르주아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 이러한 나폴레탄 사회의 부유한 상류층 신사들은 그들의 워드로브를 미세한 디테일에서까지 최대한 완벽하게 세공하는 일에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고, 그들의 고객들의 손에서 몇 세대를 거친 훈련 과정을 겪은 나폴리의 사르토들은 철저한 세심함과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장인들로 거듭나게 됐다. 사르토들은 그들의 귀족 고객들의 ‘완벽’을 요구하는 취향에 부합하기 위해 그들이 제작하는 비스포크 수트에 귀족적 우아함을 불어넣는 일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나폴레탄 상류층 신사들이 그들의 사르토에게 품고 있던 애정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들은 (나폴레탄 방언으로)


“E’ mane ’n cuollo m’e ponno mettere sulamente mugliereme e o’ sarto”

“나는 내 아내와 나의 사르토에게만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을 허락한다”


라고 말하곤 했다. - ‘나폴레탄 컷’이라는 귀족적 스타일의 탄생의 이면에는 수십 년간 지속된 완벽주의자 고객들과의 교류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3 – 나폴레탄 수트 분석



가봉 과정이 끝남과 동시에 마에스트로는 수트의 마무리 공정에 착수한다.


테일러링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나폴레탄 수트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재료’들이 추가된다.


우선 얇은 실크 실로 버튼홀들이 침착하게 손으로 꿰매진다.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된 나폴레탄 수트의 모든 버튼들은 손으로 완성된다 – 심지어 쉽사리 잊혀지는 바지의 버튼들 역시 손으로 완성된다. 재킷 소매 끝단 네 개의 작은 버튼들은 매우 낮게-위치하고(손에 매우 가까운 위치에 부착된다), 서로 미세하게 겹쳐져 있다. 네 개의 버튼이 모두 손으로 완성되지만, 많은 나폴레탄 사르토들은 오직 손에 가까운 두 버튼만을 풀어둔다(물론 몇 개의 버튼을 풀어둘 것인지의 선택은 신사 각자의 우아함에 대한 해석에 달린 것이다). 매우 캐주얼한 구성의 나폴레탄 재킷의 경우 (패치 포켓과 더블 스티치가 가미된 재킷) 많은 마에스트로들은 소매에 단 하나의 버튼만을 다는 것을 선호한다.


출처: No Man Walks Alone: 조바심에 디스클레이머를 걸어두자면, 모든 나폴레탄 수트가 이와 같은 공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제 충분한 손 다림질을 통해서(몇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수트에 형태를 입힐 차례다. 재킷의 인상을 결정하는 칼라와 라펠에 입체적 형태를 영원히 각인시키기 위해선 그것을 다리는 데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칼라는 높이 위치하고, 목에 매우 밀착돼 있어야 한다 – 옛 테일러들은, 칼라의 핏을 두고


“adda stà azzeccat ’o cuollo”

(목에 접착된 것처럼 느껴져야 한다), 또는

“o’ culletto da’ giacca napulitana è comme l’abbraccio ’e n’amico”

(나폴레탄 재킷의 칼라는 내 목에 두른 친구의 팔과 같이 느껴진다)


라고 말하곤 했다.  


싱글브레스트 재킷의 라펠은 (심지를 손바느질하는 일과, 완성된 재킷의 다림질을 통해) 가운데 버튼까지 말려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나폴레탄 사르토리아의 세계에서 “due bottoni stirato – o strappato – a due”  (쓰리 버튼 재킷이지만 라펠의 롤이 두 번째 버튼인 중간 버튼까지 말려내려 오는 구조)라고 불리는 방식의 구성이다.




3 roll 2 구성의 싱글브레스트 수트 차림의 벱 모데네세


나폴레탄 비스포크/수미주라 재킷의 라펠을 뒤집어서 살펴본다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손바느질이 라펠에 그 특유의 부드러운 형태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발견하고선, 감탄하게 될 테다.


나폴레탄 수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는 바로 어깨다. 내추럴한 언스트럭쳐드 어깨에는 최소한의 주름이 가미돼 있고, 그것은 재킷을 어느 정도 착용한 후, 원단에 힘이 조금 빠졌을 때(길이 들었을 때/broken in) 눈에 띄기 시작한다. 많은 마에스트로들은 굉장히 부드러워 보이는 “달걀 모양의 어깨”  (“spalla cadente”)를 선호하지만, 상당 수의 또 다른 사르토들은 조금 더 과감한 내추럴하고 주름이 잡힌 어깨(“spalla insellata”)를 선호한다. 나폴레탄 재킷의 또 하나의 클래식한 특징은 바로 뒤쪽으로 기운 어깨의 중간 솔개다. - 이것은 패딩이 생략된 재킷의 어깨가 남성의 신체 형태를 자연스럽게 감싸고, 그의 목 아래쪽과 어깨 사이에 위치하는 아치에 밀착시키는 데 일조한다.


낚시 보트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바르케따라고 불리는 가슴 포켓.


가슴 포켓은 언제나 나폴레탄 특유의 “낚시 보트” 스타일 (“taschino a barchettella”)로 재단된다. 사르토들 사이에는 (미세하지만, 알아보는 것이 가능한) 스타일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른 지역의 수트들에 비해서 그것은 넓고 열려있는 편이다.


재킷의 프런트 쿼터는 길게 이어져 내려오는 연속적인 솔개에 의해 반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솔개는 일반적인 것보다 높은 허리 라인, 그리고 바느질에 의해서 이미 구현되고 있는 ‘길어 보이는 효과’를 더욱 강조한다.


소매는 팔 바로 아래 매우 높게 부착되고, 손 쪽으로 내려올수록 좁아진다. 그것은 앞으로 기운 팔의 각도를 정확하게 따를 수 있도록 맞춤-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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