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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Dec 23. 2020

비스포크 수트를 알아볼 수 있을까?

By Derek Guy of Die Workwear



이번 포스트는 Derek Guy의 글, "Can You Spot Bespoke?"의 번역본이다. 


https://dieworkwear.com/2020/02/20/can-you-spot-bespoke/


남성복식 블로그/사이트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비스포크 수트, MTM 수트, 기성(RTW) 수트의 제작 방식에 관한 인포머셜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비스포크 수트와 기성복 수트 사이의 차이를 눈으로 알아보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글이다. 


본래는 서문 정도를 더하려 했으나,  비스포크에 대한 내 단상은 별도의 포스트에 담아내기로 결정했다. 그와 나 사이엔 약간의 의견 차이가 존재하기에, 그의 글 위에 내 해석을 얹는 일이 원작자의 입장에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정했다. 


번역-포스팅을 흔쾌히 허락해준 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CAN YOU SPOT BESPOKE?


by Derek Guy 





    얼마 전 친구 Voxsartoria와 비스포크와 하이-엔드 기성복 사이에 실용적인(practical) 차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둘 사이의 차이가 절대적이며,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비스포크 수트를 입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성복을 입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비스포크 테일러링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들은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은 새빌로의 피팅룸들에 대해서,  테일러가 자신의 어깨 위에 채촌 테이프를 얹는 경험에 대해서 황홀함을 감추지 못한 채 열변을 토하곤 한다. Vanity Fair에서 출판된 앤더슨 앤 셰퍼드(Anderson & Sheppard)의 A Style is Born의 서문을 쓴 Graydon Carter는 손님의 비스포크 패턴은 그의 자서전보다 정직하다고 말한다. (Carter의 서문은 아름답지만, 비평적이거나 기술적인 지식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반면, 내가 읽어 본 글 중, '비스포크 수트가 어떠한 이점을 가지는가'의 주제에 관해서 가장 논리적인 것 중 하나는 몇 년 전 No Man Walks Alone에 올라온,  David Isle의 포스트였다. 



    데이비드가 지적하듯, 비스포크와 기성 테일러링을 비교하는 일은 (비스포크 수트와 기성 수트가 보통) “다른 테일러(에 의해서 재단-재봉되고), 다른 원단(으로 제작되며), 다른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그 외의 변수(variable)들에 의해 매우 어려워지고 만다. 


    반면, 그의 포스트에서 데이비드는 포르모사(Sartoria Formosa) 기성 재킷과 비스포크 재킷을 비교한다. 같은 공방에서, 같은 (만듦새의) 기준에 입각해서, 같은 원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비교한 것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첫 번째 재킷은 기본 패턴으로 만들어진 재킷이고, 비스포크 재킷은 데이비드만을 위한 패턴으로 재단된, 두 번의 피팅을 통해 정교하게 수정된 재킷이라는 것뿐이다. 


    아래의 두 사진을 비교했을 때, 우리는 기성 재킷이 어깨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깨가 기운 각도에 있어서 좌우 대칭이 정확하지 않다. 한쪽이 반대쪽보다 더 '쳐지기' 마련인 것이다. 비스포크의 경우 테일러가 패턴을 수정함으로써 이러한 차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기성복은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스탠더드/블록 패턴을 사용하고, 따라서 (착용했을 때) 재킷의 한쪽이 반대쪽보다 더 아래로 쳐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버튼을 잠그지 않았을 때에는 왼쪽과 오른쪽 중 한쪽의 밑단이 반대쪽의 밑단보다 더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에 의해 드러나고- 마치 저울처럼 한쪽으로 기운 모습을 보인다-  버튼을 잠갔을 땐, 버튼 근처에 나타나는 주름을 통해 발견된다. 사실 이러한 차이는 매우 미세한 것이고,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을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맞춤-제작의 이점을 보여준다.  



    

    희소식은 기성복을 수선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함의 수정을 위해서 수선-테일러 (alteration tailor)는 어깨 솔개에서부터 재킷을 “들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와 같은 작업은 어깨 선에서 작은 쐐기를 오려내어, 암홀과 소매를 조절함으로써 완성된다. 만약 포르모사의 기성복 재킷을 이런 식으로 수선한다면, 밑단의 길이는 동일하게 맞춰질 것이고, 버튼 주위 주름 역시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비스포크 재킷과 수정된 기성복 재킷 사이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비스포크 재킷 사진 쪽에 셔츠 커프가 지나치게 많이 보이는 것은 재킷이 데이비드의 시계를 고려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다 (그는 이 날 시계를 차고 있지 않았다)) 


    비스포크의 다른 이점들은 어떨까? 종종 언급되는 장점들로는 손바느질로 제작된 재킷의 가슴이 더 부드럽다는 것, 수작업된 라펠이 재킷 위로 부풀어 오른다는 것, 손으로 바느질된 암홀이 기계로 재봉된 옷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 등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것을 비스포크만의 장점이라 주장하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비스포크 테일러들은 많은 경우 공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그들의 기성복 생산 과정에 대한 지식은 대체로 제한적이다. 반면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그들이 맡고 있는 몇 단계의 제한적인 작업 외에는 테일러링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몇 주 전, 난 I Sarti Italiani의 살바토레 로코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비스포크 테일러인 동시에 공장을 운영하는 테일러로서, 그의 경험은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라펠의 ‘팔자 뜨기’를 손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기계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 그는 9온스 이하의 굉장히 가벼운 원단의 경우가 아니라면 둘 사이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벼운 원단의 경우에도 기계로 작업한 라펠이 더 품질이 좋다고 주장한다. 


“비스포크 손님들의 경우, 우리는 라펠의 패딩(팔자 뜨기) 작업을 손으로 합니다. 손님들이 그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에는 원단을 원통 위에서 돌리면서 바느질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서, 그 ‘shaping’의 효과는 같습니다.” 



    Salvo는 Strobel KA-ED single-thread roll-padding machine에 대해서 말하는 것일 테다. 독일 공학 기술의 쾌거인 이 기계는 마치 타자기처럼 라펠 바느질을 해낸다. 라펠 롤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라펠의 최상단까지 바느질을 이어가고, 멈춰 서서 그 아래 라인으로 내려가 다시 바느질을 계속한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하루 근무 시간을 8시간으로 상정했을 때, 숙련된 작업자는 이 기계를 사용하여 900벌의 재킷의 라펠 작업을 끝낼 수 있다. 손으로 작업하는 테일러는 같은 시간에 열 벌의 재킷의 작업을 해낼 수 있을 뿐이다. 기계로 라펠을 뜨는 과정에선 그 어떤 낭만도 찾아볼 수 없다. 


https://vimeo.com/73232124

https://vimeo.com/73232124

(마치 서류를 팩스로 보내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같은 기계 한 쌍을 들여놓는 비용이 십만 달러에 이르기에, 대규모의 공장에서만 실용성을 가진다. 이는 대부분의 작은 공방들이 이러한 테크놀로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따라서 비스포크 테일러는 이러한 기술에 대해 무지할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제프리 디덕 역시 Salvo와 마찬가지로  비스포크 테일러인 동시에 공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테일러 중 하나다. 그는 Hickey Freeman의 테크니컬 디자인 Vice President직을 맡고 있으며, Samuelsohn에서 파트타임 패턴-메이커로 근무하고 있고, 신생 made-to-measure 회사의 공동-오너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스포크 테일러링에 관한 고정관념들이 많은 경우 낡은 공학 기술에 대한 지식에서 기원하며, 그들이 전제하는 기술의 한계는 아주 오래전에 '옛날이야기'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늘날에는 숙련된 테일러만큼이나 훌륭하게 재킷 가슴 패딩(padding) 작업을 해낼 수 있는 기계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작은 테일러 샵은 두세 가지의 선택지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손으로 가슴 심지를 재봉하던가 - 이 방법은 부드러움을 가미하면서도, 재킷의 형태를 잡기 쉽죠- 혹은 lockstitch 또는 zigzag 기계로 작업하는 거죠, 이 방법은 납작하고 딱딱한 옷을 만들기 마련입니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작은 공장들에는 없지만, 큰 공장들이 갖춰야 하는 기계가 바로 둥글게 볼록 솟아오른 형태의 ‘double-needle jump stitch machine’입니다. 이 기계는 작업자로 하여금 손으로 작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옷에 형태를 입히게 됩니다. 바느질의 밀도 역시 조절 가능하기에, 손으로 패딩 한 것처럼 부드러운 재킷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저 완성된 옷을 입어보는 일, 혹은 눈으로 보는 일 만으로 (이와 같은 기계로 만든 옷과 손으로 만든 옷 사이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자주 언급되는 차이점은 손으로 부착된 소매가 더 편하다는 주장이다. 체인-스티치와 핸드-스티치는 루프 감치기 바느질이 가능하기에, (can loop back on itself) 이와 같이 손으로 재봉된 솔개는 기계로 Lock-stitch 된 소매보다 더 좋은 지지력과 ‘탄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팔을 뻗을 때면, 마치 견갑골의 힘줄처럼 암홀 역시 필요한 곳에서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08년에 Diduch이 이 이론을 그가 직접 만든 핸드 메이드 비스포크 수트에 적용했을 때, 그는 암홀의 뒤쪽에서는 그 어떤 ‘늘어남’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암홀의 뒤쪽은 몸과 아예 접촉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의 블로 Tutto Fatto a Mano에서 적고 있다). 


“ 팔이 앞으로 움직이는 일은 암홀의 앞쪽에 압력을 주게 됩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당기는 거죠. 옷은 어깨 견갑골 (blades) 쪽에서 당김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은 광배근 쪽에 집중된 현상으로 보입니다. 옷감의 결(grain)이 사선(bias)인 부분은 그 어떤 압력도 받지 않습니다. 당겨지는 쪽은 오히려 결이 직선(straight grain)인 부분이죠. 따라서 탄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암홀의 앞쪽과 겨드랑이 쪽 대부분의 면적은 캔버스에 고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그 어떤 탄성도 발견될 수 없죠.” 


    내게 있어 비스포크 재킷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알아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종지부를 찍어준 것은 디덕이 그 차이를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자선 행사에서 디덕은 한 사진가가 굉장히 특별한 재킷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우 고급스러운 두피오니 실크 소재로, 최고급 품질의 핸드메이드 버튼홀과 손으로 완성된 픽 스티칭,  그리고 기계가 아닌 손으로 그 형태를 잡은 주머니가 있는 재킷이었다.  


“훌륭한 비스포크 재킷임이 확실해 보였죠. 하지만 브리오니나 아톨리니에서 만들어진 옷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그는 그 재킷을 빈티지 샵에서 6달러에 구입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에게 정말 잘 산 재킷이다라고 말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재킷 안쪽의 라벨을 보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요.” 


만약 비스포크 테일러조차 최고급 비스포크와 고급 기성복 사이의 차이를 알아볼 수 없다면, 일반 고객이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재킷이 비스포크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는가를 묻는 일 자체만으로 우리는 재킷의 제작 방식들 사이에 존재하는 명확한 구분을 전제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확한 구분’은 사실 실제로는 그처럼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테일러링의 '전설' 속에서 이러한 제작 시스템의 구분은 아래와 같이 단순화된다: 


    기성복은 완성된 채로 옷 가게에 걸려 있는 옷을 의미한다. Made-to-measure/MTM은 CAD를 통해 수정된 스탠더드/블록 패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한 번의 피팅 과정을 거친다. 비스포크는 이 공예의 최고 단계를 의미한다, 고객만을 위한 단 하나의 패턴이 백지에서부터 재단되며, 세 번의 피팅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basted, forward, and final)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제작 방식 사이의 구분은 갈수록 불투명해져 가고 있다. 특정 기성복에는 비스포크만큼이나 많은 핸드 워크가 가미되고, 소수 MTM 회사들은 첫 단계에서 고객에게 샘플 수트를 입혀봄으로써 통합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피팅 과정을 제공한다. 비스포크 테일러 중에서는, 새빌로 테일러들을 포함해서, 스탠더드 패턴/블록 패턴을 사용하여 그것을 손으로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몇몇은 Basted 피팅을 거치지 않고 바로 포워드 피팅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피팅의 횟수가 고급 MTM 서비스와 동일해지는 셈이다. 


    나폴리의 비스포크 테일러들 사이에서는 세미-비스포크라 불리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테일러가 고객의 치수에 따라 블록/스탠더드 패턴을 손으로 수정한다. 수정 후 옷이 재단되고, 재봉되어, 곧장 완성까지 직행한다. 이러한 수트는 전통적 MTM과 비스포크 사이에 위치하는 시스템을 대표하는 셈이다. 

 

    이러한 제작 방식 사이의 차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옷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공장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따라서 그들은 생산 과정에 사람의 손의 개입을 최소화하길 원한다. 마찬가지로, 2000달러의 MTM 수트를 판매하는 가게는 5000달러의 비스포크 수트를 판매하는 가게만큼 많은 시간과 수고를 한 명의 손님에게 쏟을 수 없다. 따라서 결과물의 만족도는 고객이 스탠더드/블록 패턴에 얼마나 가까운 체형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몇 주 전, 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점심 모임을 가졌다. 친구들 중에는 Steed의 창업자이자 재단사인 Edwin Deboise도 있었다. 에드윈은 내게 한 MTM 회사의 창업을 도와주기 위해 한 일본 공장과 협업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해당 일본 공장은 새로운 블록 패턴을 구입하는 일을 거부했다. 따라서 그들은 생산할 수 있는 옷의 종류에 있어서 제한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손님의 체형이 패턴이 허용하는 수정의 범위를 넘어선다면, 회사의 입장에선 주문을 받지 않거나, 손으로 패턴을 수정하는 수밖에는 없었다(이러한 작업은 숙련된 비스포크 테일러의 손을 요구하고, 비스포크 테일러만이 수행할 수 있는 더 중요한 작업들이 존재하기에, 테일러의 시간을 이와 같은 수정 작업에 허비하는 일은 효율적일 수 없었다)


    예를 들어보자: 배가 많이 나온 고객을 상정해보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테일러는 재킷의 앞면이 짧아 보이지 않을 수 있도록, 재킷의 앞쪽에 균형을 더 실어줘야 한다. 그러나 기본 패턴을 CAD로 수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그 한계치를 넘어서게 된다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턴을 알맞게 수정하려면, 새로운 패턴, 혹은 숙련된 비스포크 테일러의 손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방법은 물론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고, 고객이 수트에 2000달러밖에 지불하지 않은 경우, 이러한 수단을 활용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기성복과 MTM의 한계는 고객이 얼마나 기본 패턴에 잘 맞는 체형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디덕은 처음부터 고객을 위한 패턴을 그려내는 MTM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론상으론 이러한 MTM 시스템은 기존 생산 방식들 사이에 존재했던 장벽을 파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스포크의 이점은 무엇일까? 

난 다섯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징적 가치: 만약 테일러링이라는 공예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비스포크는 매우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것은 인류가 (한 공예에서) 이룩할 수 있는 성취의 수준을 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전통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비스포크는 옛 시대의 제작 방식을 상징한다. 


하우스 스타일: 특정 테일러의 하우스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우, 때때로 그러한 스타일의 수트를 손에 넣기 위해선 비스포크 외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리베라노 수트처럼 쿼터의 곡선을 멋지게 그려내는 수트를 발견하지 못했다. 무엇이 그것을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클래식 스타일: 비스포크를 선택하는 일은 당신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행하는 요소를 당신이 직접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당신은 너무 넓거나 너무 좁지 않은 중간 너비 라펠을 가진 수트, Zoot-suit처럼 너무 길거나 뭉뚝하게 잘려나간 짧은 수트가 아닌, 재킷 칼라와 바닥의 중간 지점까지 내려오는 (알맞은) 기장의 수트를 손에 넣게 될 테다. 


테일러의 조언:  테일러는 당신에게 맞춤-제작된 옷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당신에게 믿을만한 조언을 제공하는 존재다. 그/그녀는 원단을 추천해 주고, 스타일적 요소들에 관해 충고하며, 무엇보다 옷이 당신에게 잘 맞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알려줄 테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테일러링에 있어 경험이 부족하기에, 옷의 발란스와 같은 문제에 있어서 알맞은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테일러와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특이 체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잘 맞는 옷을 찾기 어려운 체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 당신은 기성복보다는 맞춤-제작의 도움을 필요로 할 테다. 


만약 기본/블록/일반 패턴에 잘 맞는 체형을 가지고 있다면, 실용적인 관점에서는 기성복과 비스포크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서술할 수는 없지만난 내 워드로브에 있어서 비스포크를 선호한다. 비스포크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그 모든 고뇌, 실망, 짜증, 숨겨진 함정들에도 불구하고, 비스포크의 과정은 진정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나는 이것을 비합리적인 즐거움으로 규정한다.  


    18세기 중반, 기계들이 인간의 손을 대체하기 시작할 무렵, 데니스 디드로는 무려 35권으로 기획된 대사전(The Encyclopedia (or Dictionary of Arts and Crafts))편집에 착수하고 있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은 기계의 기능이 점점 더 정교해져 가는 시대에 손으로 만든 전통적 공예의 가치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기계로 만든 제품들은 정확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졌고, 각각의 제품들을 서로 구분하는 일 역시 불가능했다. 반면, 손으로 만든 제품은 대사전의 작가들이 말하는 “캐릭터/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떠한 ‘이상’을 추구하는 모조품으로서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각각의 제품에는 언제나 약간의 부족함, 또는 ‘불일치’(inconsistency)가 존재했다. ‘이상’에서 아주 미세하게 벗어남으로써 각각의 제품들은 그들의 단독성을 전 세계를 상대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볼테르와 같은 철학자들은 이와 같은 수공예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그 완벽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의 인간성을 노정한다는 것이었다. 볼테르는 절대적 완벽의 추구는 인간을 슬프게 만들고, ‘놀라움’의 가능성을 거세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으로 만든 제품들의 불규칙성이 시사하는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인류는 삶에 대해서 조금 더 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디덕에게, 머신-메이드-생산 시스템의 발전을 고려했을 때, 팩토리-메이드 수트가 벤치-메이드/비스포크 테일러링을 대체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곧장 “전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전 비스포크가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기계로 만들어진 완벽한 모나리자 레플리카와 손으로 그린 모나리자 레플리카 중에 어느 쪽을 가지고 싶으세요? 전 고급 기성복과 비스포크 사이의 차이를 누군가 알아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는 비스포크의 가치가 그러한 실용적 이점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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