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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Apr 12. 2021

복식과 패션

by Michael Anton

How Much Fashion Can Do in Sartorial Affairs and in What Mode It May Be Opposed


The Suit (by Nicholas Antongiavanni/Michael Anton)에서 발췌.  



     많은 이들이 옷의 세계는 패션과 패션계의 현자들에 의해 지배되며, 남성들은 이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없다고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 같은 이들은 옷에 있어서는 쓸데없는 고민을   없이, 그때그때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이러한 주장은 너무나 많은 종류의 유행이 이미 모습을 드러냈고, 또한 추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오늘날 더더욱  힘을 발휘한다.


    가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  가끔 그들의 의견에 동의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의지는 말소돼서는  되는 것이다. 나는 패션이 우리의 선택  절반을 결정하는 대신, 나머지 절반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었다고 판단한다.


    나는 그녀(패션) 재킷의 라펠을 펄럭이게 하고, 오버코트를 부풀어오르게 만들며, 타이를 이리저리 요동치게 만드는 동시에, 머리에서 모자를 벗겨서  위에 떨어뜨리는 변덕스러운 바람에 비교한다. 모두가 그것을 향해 욕을 해대지만,  누구도  바람이 가는 길을 막아서지 못하며, 결국 한결 같이  변덕에 굴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의 변덕이 잠잠할 남성들은 코트의 버튼을 잠그고, 타이 클립을 끼워 넣음으로써 바람이 불어올  지나치게 당황하거나 낭패스러운 꼴을 미리 방지할  있다. 패션이 발휘하는 영향력 역시 이와 같다. 패션은 그녀의 영향력을 물리칠  있을 만큼 취향이 확립되지 않은 곳에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그녀는 그녀로부터 저항하기 위해 코트의 버튼이 잠가지지 않은 곳에서 그녀의 위세를 과시하는 것이다.


The only 'F'ashion designer whose style  still rouses  some grudging respect


 패션의 변덕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왔고, 소비자들의 변덕이 이러한 패션의 횡포를 더더욱 부추기는 미국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버튼과 타이 클립이 소멸된 국가를 발견하게 된다. 만약 영국과 이탈리아처럼 미국에도 합당한 취향이 확립됐더라면, 패션의 바람은 그처럼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고, 혹은 이곳까지 도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패션은 모든 시대에 있어서 무엇을 입는 것이 허용되고 무엇을 입는 것이 금지되는지를  결정한다. 우리가 더 이상 토가를 걸치지 않고, 파우더를 입힌 가발을 쓰지 않으며, 니-브리치스를 입지 않는 이유 역시 자연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한 세기 전 즈음 오늘날 우리가 입는 수트는 처음으로 패션의 총애를 입었고, 같은 시기 그녀는 프록코트에 등을 돌리고, 스트라이프 바지의 착용을 포멀웨어의 영역에 국한시켰다. 새로운 의복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날, 라운지 수트 역시 이와 같은 운명에 직면하게 될 테다. 그러나 우리는 라운지 수트를 스타일리시하게 입으며, 그녀(패션)의 지나친 변덕에 저항함으로써 그러한 날의 도래를 더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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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 fault falling for this. Even today.


 [패션의 과도한 시도들은] 색상, 패턴, 원단에 있어서도 경멸을 사 마땅하고, 단호하게 거부돼야 한다. 왜냐면 이러한 시도들은 당신을 더 멋져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 옷장의 옷이 이미 시대에 뒤쳐져 있다고 믿게 함으로써, 당신으로 하여금 새 옷을 사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게 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의류업자들에 의해 소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여성들이 이러한 속임수에 더 취약하지만, 남성들 역시 이러한 속임수로부터 안전한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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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복의 양식은 보편적인 형태를 가진다. 그러나 그 양식 안에서 가장 멋진 착장을 구현하는 일은 일반적일 수 없다. 모든 미적 시도에 있어서 인간의 눈은 해당 양식에 있어서 훌륭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양 옆으로 서 있는 두 채의 네오-클래시컬 집 중에서 한쪽은 조화롭고 아름다운 반면, 나머지 한쪽은 천박하고 괴상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는 이유다. 옷에 있어서도 같은 룰이 적용된다. 유행하는 패션을 따르기 위해 확립된 양식의 형태를 무너뜨리는 일은 파르테논의 앤태블러처를 두 겹으로 만들거나, 합판으로 몬티셀로를 재건축, 또는 스트로치 팔라초를 핫핑크색으로 페인트칠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이하 내용이 패션에 대한 비판으로 충분하길 바란다. 반면 개개의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두고 보았을 때, 때때로 난 특정 테일러, 또는 제작자가 지루해진 채로 골동품이 돼버린 양식에 미세한 실루엣의 변화, 눈에 띄는 색상과 패턴의 활용, 또는 새로운, 혹은 오랫동안 외면된 나머지 새로운 것으로 보이는 원단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을 발견했다.


Very 2005-2008 ish.

 


   이것이 바로 이탈리안들이 백 년 넘게 우리를 위해 해준 일이다. 영국 귀족들이 부유했고,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시절, 그들이 종종 떠나던 “그랜드 투어”의 목적지 중 한 곳은 나폴리였다. 나폴리가 폼페이 유적과 매우 근접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인들은 남부 이탈리아의 더운 기후 속에서 그들이 영국에서 가져온 옷을 입는 일을 견디기 어려워했고, 나폴레탄 테일러들에게서 가벼운 원단으로 새 옷을 주문했다. 당시의 나폴레탄 테일러들은 지방의 귀족들을 위해 수십 년째 옷을 제작해오고 있었으나, 이러한 옷들은 오늘의 수트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지방의 전통의상에 가까웠다. 그들이 원하는 수트의 실루엣을 이해시키기 위해 영국인들은 나폴레탄 테일러들에게 그들의 수트들을 맡겨서 그것을 카피하게끔 했고, 나폴레탄 테일러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수트들을 마지막 솔개까지 철저히 해부하여 새빌로 테일러링의 모든 비밀들을 습득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그들 고유의 기술들을 모두 잊지 않고 보존하고 있었다.  


Making buttoned-up black shirt look sexy


    따라서 그들은 영국 손님들을 위해 영국식 실루엣에 나폴레탄 특유의 화려함이 더해진, 게다가 훨씬 더  밝은 색상의 가벼운 원단으로 제작된 옷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나폴레탄 수트들은 대영제국 곳곳에서 최고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고, 모든 저명한 인사는 더운 날씨에는 나폴레탄 수트를 입게 됐다.


    마찬가지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브리오니(브랜드)는 혼자만의 힘으로 콘티넨탈 실루엣을 고안했고,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밝은 색상과 특이한 원단을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전통을 부활시켰으며, 토미 너터는 - Swinging 60년대 런던의 스타들의 테일러-  침체돼 있던 영국식 복식을 화려한 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새빌로를 멸종으로부터 구해냈다(몇몇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 시대에는 나폴레탄 테일러들이 세계 최고의 테일러로서의 명성을 과시하며 특유의 실루엣과 원단과 패턴에 대한 이해로써 전 세계 하이패션에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


    그러나 혁신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직 양식으로 하여금 그 뿌리로 돌아가도록 이끄는 혁신만이 복식의 양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양식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명성과 추종자들을 얻게 해 준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과 함께 이러한 장점들은 퇴색되고, 누군가가 나타나서 다시 본연의 멋을 재부각 시켜주지 않는다면, 그 양식은 진부한 것이 돼버리고 만다.


Takes me back...


  우리의 남성 복식의 시작은 1930년대에서 발견된다. 약 10-20년의 시행착오 끝에 상류층 남성들과 그들의 테일러들은 그 양식을 완성시켰고, 오늘날까지 우리는 당시의 스타일의 영광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따라서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이는 두 세계 대전 사이의 두 번째 10년을 눈앞에 두어야 한다. 그는 세련된 실루엣, 깔끔한 구두, 완벽한 핏의 셔츠를 발견할 것이다. 그는 우아한 목장식과 절제된 액세서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는 가장 세련되고, 미묘하며, 훌륭한 상상력을 반영하는 색상, 원단, 패턴의 활용을 찾게 될 것이다. 그는 각각의 남성들이 - 상류층 혈통의 부유한 남자에서부터 평범한 사무실 사원까지- 스타일리시하게 옷을 갖춰 입은 황금기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당시에는 좋은 품질의 옷을 구할 수 있었고, 가격 역시 지나치게 비싸지 않았으며, 품질의 기준이 높았고, 사람들이 옷차림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었다.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들은 모두 영감을 얻기 위해 이 시대를 찾는다. 알란 플러서 뿐만 아니라 랄프 로렌, 루치아노 바르베라, 개릭 앤더슨, 그 외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그러하다.



    그러나 당신의 목표는 스스로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전쟁에서 타인의 무기에 의존하는 일이 경멸을 살만한 행동인 것처럼, 복장에 있어서 타인의 판단과 취향에 의지하는 일 역시 경멸스러운 행동이다. 추구해야 할 것은 자신의 판단력을 기르고 스스로의 취향을 갈고닦는 일이다. 여성들은 이 사실을 이해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그들의 아내, 여자친구, 어머니에게 그들의 옷을 고르고 사는 일을 맡기고서는 만족한다.


    그러나 여성이 골라준 옷을 입는 스타일리시한 남성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녀들의 취향과 우리의 그것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이 멋진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가게에서 알아볼 수는 없다. 그녀들은 본연적으로 최신 유행에 끌리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패션의 특성은 이미 전술한 바 있다. 따라서 그녀들이 당신이 그들을 위해 사준 옷을 입지 않는 것처럼, 당신 역시 그녀들이 당신을 위해 골라준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알 고어는 그에게 얼스-톤을 입으라고 조언한 워드로브-컨설턴트의 손에 그의 옷차림을 맡기는 순간 몰락했다. 마찬가지로, 당신 역시 판매 직원을 상대함에 있어서 조심해야만 한다. 그들이 커미션을 위해 일하고, 그들 가게의 제품이 늘 변화하는 한도 내에서 그의 목표는 당신의 그것과 어긋나게 돼 있다. 모르는 판매 직원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또한 만약 당신이, 스스로 원하는 옷,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남자라면, 당신은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절대 틀리지 않는 불변의 법칙은 홀로서 지혜롭지 못한 남성에게 올바른 조언을 제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신, 당신은 1930년대의 스타일리시한 남성들을 모방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 그들은 그들의 테일러, 슈메이커, 셔츠 메이커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들 자신을 위한 그들만의 워드로브를 완성해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언제나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면서도 그 누구와도 달라 보일 수 있었다.

...


    우리는 알란 플러서를 통해 스타일리시한 남성들은 어떤 것이 유행하건 간에 늘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의 스타일이 변화한다면 - 때론 튀는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때론 괴상한 실루엣을 활용함으로써 등등 - 그들은 스스로의 복식에 대한 습관을 지켜냄으로써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행하는 패션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채게 한다. 그들은 패션과 댄디함을 착각하지 않고, 후자를 위해 전자를 포용하고, 때론 전자를 경계하기 위해 후자를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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