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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May 24. 2021

바지의 디테일

By Derek Guy of Die Workwear



Thinking Through Trouser Details

by Derek Guy of Die Workwear


POSTED ON MARCH 10, 2017


원문 주소:


https://dieworkwear.com/2017/03/10/thinking-through-trouser-details/

    

    

    남성 복식에 관한 훌륭한 영상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만약 그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내게 있어서 린든 존슨이 여름용 바지 여섯 벌을 주문하는 이 동영상보다 더 훌륭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1964년에 녹음된 이 녹음 파일은 당시 전부 녹음되고 있던 백악관 전화 통화 기록 중 하나다. 우리는 영상 속에서 대통령이 그의 테일러, 조 해가드에게 매우 세밀하게, 해부학적 디테일까지 동원해 가며 바지들을 주문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R_myjOr0OU

LBJ ordering Pants


“또 한 가지, 가랑이 말인데. 고환이 있는 거기 아래쪽 말이야. 거기가 늘 지나치게 꽉 껴. 그러니까 바지를 만들 때, 1인치 정도만 여유를 줘. 좀 공간이 마련되도록 – 지금은 매번 까져. 마치 철사 담장을 넘는 것 같다니까. 이 바지는 내가 미국 어디에서 본 바지보다도 훌륭해. 그렇지만 조금만 살이 찌면 거기 아래에 상처를 내. 늘 여유가 없어. 그러니까 지퍼가 끝나는 데서부터(트림) 한 바퀴 돌아서 bunghole(뒷구멍)이 있는 곳 사이 공간에 1인치 정도 여유를 더해줘.”    

  


내 bunghole 치수를 테일러에게 알려준 적은 없지만, 비스포크 오더를 거듭하며 난 바지 주문 있어서 꽤나 까다로워졌다. 맞춤-의복의 장점 중 하나는 제작 과정이 백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성복에 있어서는 고려해 본 적이 없었던 작은 요소들에 있어서도 ‘유별을 떠는’ 것이 가능해진다. 플랫-프런트 사양으로 주문할 것인가? 플릿이 잡힌 것을 주문할 것인가? 벨트 고리를 달 것인가? 사이드 탭을 쓸 것인가? Daks는 어떤가? 커프(턴업)는 언제 선택돼야 하는 것인가? 많은 것이 개인적 취향에 달려있지만, 누군가에게 유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난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 나만의 논리를 적어내어 보기로 했다.


A&S 콜린 헤이우드의 바지. 바지 옆 솔개와 주머니 입구가 동일선상에 있지만, 그 각도는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내겐 바지 주문 시 매번 주문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난 버튼 플라이를 지퍼 플라이보다 선호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바지 텐트” - 자리에 앉았을 때 바지 앞섶에 옷감이 뭉치면서 생기는 현상 –를 예방하는 데 버튼 플라이 쪽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바지는 잠그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에 만약 당신이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이상적인 선택이 아닐 테다. 그러나 만약 화장실에 자주 가야만 하는 쪽에 속한다면, 당신은 어쩌면 “바지 텐트”가 더 이상 기피하고픈 현상이 아닌 나잇대의 남성일지도 모르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63CBo7Z83-Q

바지 텐트 효과


    다음으론 주머니가 있다. 나는 뒷주머니가 하나만 달린 편을 좋아한다. 기성복을 입으면서 이러한 형태의 바지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비스포크 테일러의 고객들 중 다수는 뒷주머니가 없는 쪽을 선호한다. 그쪽이 더 깔끔해 보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바지가 위-아래로 이어지는 바지의 실루엣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머니 입구가 늘어나는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추후에 바지를 수선하기에도 더 편리하다. 뒷주머니가 재단된 후에는 엉덩이 부분의 수선에 있어서 수선이 가능한 양에는 제한이 생길 수밖에는 없다.

 

 거의 모든 바지 주머니(hip pocket)는 솔개선 위에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재단되거나, 약간 앞쪽으로 기운 형태(바지 옆 솔개에 비해)로 재단된다. 솔개에 맞춰진 주머니는 바지 옆 솔개를 따라 수직 (위-아래 직선) 형태로 달린다. 이러한 주머니는 더 깔끔한 외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이렇게 재단된 주머니에 손을 넣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것이 많은 이들이 앞쪽으로 조금 경사진(slanted) 형태의 주머니를 선호하는 이유다. 요즘 내가 선호하는 주머니 사양은 기울어진 동시에 바지 옆 솔개가 주머니의 입구와 동일선상에 있는 구성의 것이다 (위 사진의 앤더슨 앤 쉐퍼드의 메니징 디렉터 콜린 헤이우드의 바지를 보라) 이것은 앤더슨 앤 쉐퍼드 수트의 기본 사양이다. 두 가지 형태의 장점을 합쳐놓은 기발한 해결책이다.




여기서 논하는 대부분의 주제가 그러하지만, 커프/턴업 역시 개인의 취향에 달린 문제다. 물론 기본적인 룰이 있지만 말이다(참고: https://putthison.com/should-i-cuff-my-trousers-cuffs-called-turnups/). 턴업이 없는 밑단은 더 매끈하고 더 모던한 인상을 주는 반면 커프가 있는 바지는 더 전통적이고 고풍적으로 보인다. 플릿이 있는 바지는 커프를 달아달라고 고함을 질러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플랫-프런트 바지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무관하다. 만약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나는 커프를 추가하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당신이 턱시도 바지와 같은 매우 포멀한 바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커프를 제거하는 일은 쉽지만 추가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난 모든 바지에 위 사진에 보이는 버튼 디테일이 추가된 2인치 커프를 단다. 이것은 작지만 유용한 디테일이다. 그것은 필요할 때 커프 버튼을 열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커프 안에 먼지를 청소하는 일을 용이하게 만들어 준다. 위의 바지는 살바토레 암브로시가 제작한 바지다, 그는 이 디테일을 그의 바지의 표식과도 같이 만들었다. 하지만 수선-테일러를 활용하여 기성복에 이러한 버튼을 추가하는 것 역시 가능할 테다.  



 밑단에 관한 또 다른 선택지로는 경사진 밑단이 있다. - 밀리터리 또는 가즈맨 헴/밑단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바지 뒷면 다리 라인을 깔끔해 보이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구성의 바지는 당신 구두의 뒷면을 덮게 된다. 나는 그것이 조금 더 우아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방식의 밑단을 매번 추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것이 가능한가의 여부는 바지의 구조에 달려있다. 기성 바지에 있어서는 만약 커프를 원한다면 경사진 밑단을 추가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커프가 없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반면 비스포크의 경우에는 어느 쪽이건 밀리터리 밑단을 추가할 수 있다.





이상이 내가 바지 주문 시 항상 선택하는 기본적인 디테일들이다. 나머지 – 플릿, 벨트 고리, 서스펜더 버튼 등등, - 는 조금 더 까다롭다.  


내게 있어서 모든 선택은 바지를 테일러 된 재킷과 입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 수트 혹은 스포츠 코트+바지의 조합에 있어선 전통적으로 밑위가 높은 하이-라이즈 쪽이 더 좋은 비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지는 재킷 없이 따로 착용할 시에 살짝 고루해 보일 수 있다. 사진의 캐리 그랜트를 보자. 사진 속의 것과 같은 바지는 바지 앞섶에 (허리 주위) 조금 지나치게 많은 옷감을 남기고 만다. 이것이 치노처럼 약간 더 낮은 밑위의, 웨이스트 밴드, 즉 허리에 조금 더 가깝게 내려오는 바지가 때때로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는 이유다.


(역주: 원문에서는 캐리 그랜트의 사진이 생략됐다. 임의로  블랙 타이 착장에서 재킷만을 벗은 차림을 하고 있는 캐리 그랜트의 사진을 추가했다.)

    밑위는 다른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중심적인 요소다. 만약 높은 쪽(하이 라이즈)이라면 난 플랫-프런트보다는 플릿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바지 앞쪽(lap)의 풍부한 볼륨을 시각적으로 분산시켜주기 때문이다 (재킷을 입고 있더라도 이러한 효과는 멋져 보인다) 포워드 플릿(플릿이 앞쪽으로 접히는 구성)은 비교적 영국적이고, 깔끔한 직선 주름이 다리를 따라 내려오는 형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리버스 플릿 (플릿이 주머니 쪽/바깥쪽으로 접힌)은 조금 더 이탈리안스럽고 캐주얼해 보인다. 만약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리버스 플릿은 너무 얕게 제작되는 경우 플랫-프런트 바지처럼 보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가장 포멀한 비즈니스 수트에만 포워드 플릿을 선택하고, 가장 캐주얼한 바지를 제외하고선 거의 모든 바지에 리버스 플릿을 추가한다.




밑위의 높이는 허리에 추가되는 요소 역시 결정한다. 난 로우-라이즈 바지에는 벨트-룹을 다는 것을 선호한다 – 벨트가 액세서리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라이즈 바지는 서스펜더, 사이드 탭, 또는 Daks 허리 밴드 구성- 바지 뒷면의 고무줄 내부 벨트가 옆면의 버튼들에 연결된 구조- 인 편이 더 깔끔해 보이고 더 멋져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벨트 없이 입을 수 있도록 제작된 바지의 이점은 그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벨트는 허리 사이즈를 한 가지로 제한하는 반면, 사이드 탭과 버튼은 바지를 조금 더 느슨하게 착용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저녁 식사 중 허리에 공간이 더 필요해질 때 이러한 디테일은 유용해진다.


만약 서스펜더와 함께 바지를 입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부드러운 웨이스트 밴드를 주문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서스펜더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웨이스트 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내부 라이닝이 부드러운 편이 앉을 시에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비슷한 이유로 사이드 탭은 허리 솔개와 동일 선상에 위치할 때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구성은 사이드 탭을 골반뼈 쪽에 위치하게 하고, 더 중요한 점은 이것이 밑위에 1인치 정도의 높이를 더 추가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난 바지를 두 범주로 나눈다. 포멀한 바지는 하이-라이즈에 얕은 플릿과 깔끔한 허리 (벨트 룹이 생략된). 캐주얼한 바지는 허리의 비교적 낮은 부분에 안착하는, 플랫 프런트 구성에, 벨트 룹이 달린 바지를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바지의 원단을 감안해서 그 바지를 테일러 된 재킷과 함께 입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올바르게 제작될 경우 스포츠 코트와 입는 것도 가능하지만 더 캐주얼하고 모던한 아우터와도 잘 어울리는 바지가 구현될 수도 있다.  





만약 조금 더 특별한 스타일의 바지를 찾는다면,  다른 디테일들 역시 존재한다. 위 사진 중 하나에 나오는 익스텐디드 웨이스트 탭 역시 남부 이탈리아 스타일에는 멋지게 어울릴 수 있다. 높은 웨이스트 밴드 역시 현재 이탈리안 테일러링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난 이러한 스타일의 팬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르카 바지는 멋지다.


프로그-마우스와 웰트 포켓 역시 멋진 선택일 수 있다. 이러한 요소의 경우 원단의 영향을 받는다. 전자는 리넨 혹은 코튼 바지를 더 캐주얼해 보이게 만들어준다. 후자(웰트 포켓)의 경우는 플릿이 가미된 바지와 특히 좋은 조화를 이룬다. 위 사진의 바지들은 내 친구 (샌프란시스코의) 피트의 것이다. 대각선의 웰트 포켓은 여기서 플릿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 외의 디테일들로는 피시-테일 백, Continuous waistband(할리우드 웨이스트라고도 불린다 20세기 중반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것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등이 있다. 두 요소 모두 서스펜더-바지를 위한 것이다. Stoffa(브랜드)에서도 "half cuff"라 부르는 버전을 판매하고 있다 - 커프가 밑단의 앞쪽에만 위치하고 뒤쪽에는 생략된 구성-. 회사의 오너이자 디자이너인 Agyesh는 그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친구 옷장에서 발견한 학생용 바지에서 얻었다고 고백한다. 캐주얼한 바지에서는 예상외로 자연스러워 보이는 멋진 디테일이다.



마지막으로 테일러들은 당신을 위해 히든-포켓을 재단해줄 수 있다. 그것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은 웨이스트 밴드 속에 감춰진 현금 주머니다(아래 마지막 사진). 만약 서스펜더용 버튼이 달린 바지를 주문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조심해야 할 문제다. 조심해서 추가되지 않는다면 때때로 테일러는 이 숨겨진 주머니를 관통하여 버튼을 재봉해버릴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즐거움의 절반 이상은 스스로가 선호하는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일에 있다. 바지 디테일에 관한 룰들은 재킷에 관한 것처럼 엄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추가될 요소들의 선택에 있어서 훨씬 더 많은 자유가 허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이러한 요소들이 그의 bunghole에 어떻게 연관되는지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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