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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May 31. 2021

무게/위엄 (Gravitas)

by Ethan Newton of Bryceland's

    

 

흔쾌히 번역, 포스팅을 허락해 준 Ethan Newton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Gravitas


by Ethan Newton of Bryceland's


link to the original text:

https://www.brycelandsco.com/blogs/news/gravitas


    내가 평균 남자의 사이즈보다 무거운 쪽에 속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내 몸무게는 분명 기성복 업계가 고려 대상으로 삼는 범주를 훌쩍 넘어서 있다. 내 키는 특별히 크다고 할 수 없는 181cm이고, 몸무게는 100-105킬로그램 사이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평소 가슴 사이즈는 46인치, 허리 사이즈는 39인치다. 난 테일러들에게 있어서 악몽과도 같은 존재다. 가슴은 넓고 팔은 굵지만 여전히 큰 드롭(재킷의 가슴과 허리둘레의 격차)을 필요로 한다. 내가 아는 테일러 중 내가 테일러링의 모델로서 훌륭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준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케이드 테일러(Caid Tailor)의 유헤이 야마모토 -. 난 내 두꺼운 몸이 그에게서 50년대 뉴요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이리라 짐작한다.  버거와 파이를 즐기는 식습관 덕분에 육중해져 버린 몸이야말로 아이비리그 스타일 맹신자인 일본인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미국스러운 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깨닫게 된 사실은 몸집이 큰 남자들이 입을 수 없는 옷들이 있는 반면 - 최근 20대 초반 남자들이 종종 빠지곤 하는 발목을 옭아매는 청바지, 버뮤다 반바지와 티 셔츠 등등 – 제대로 그 효과를 내기 위해선 보통 남자의 체형보다 더 확실한 무게감을 요구하는 옷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전통적인 쓰리 피스 수트다. 여유 있는 핏과 높은 밑위를 갖춘 하이-웨이스트 바지, 짧고 슬림한 웨이스트 코트, 드레이프가 가미된,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실루엣의 재킷이 바로 그것이다. 풍채가 남다른 신사들에게 있어서 몸에 잘 맞게 테일러 된 포멀한 원단의 (어두운 색) 쓰리 피스 수트는 그들 특유의 위엄을 몇 배는 더 키워줄 수 있는 옷이 돼준다.


    여기에 있어서 비밀은 – 말년의 재키 글리슨, 또는 제임스 로버슨 저스티스(James Robertson Justice)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본 이들에겐 비밀일 수 없는 것이지만 – 몸집이 큰 남성에게 있어서 드레이프와 깊이(Depth)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이다. 또한 대부분의 남성들이 재킷에 대부분의 관심을 쏟고, 초보 비스포크 고객 역시 재킷에 시선을 집중시키지만, 몸집이 큰 남성들에게 있어선 잘 재단된 바지가 훌륭한 옷차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 커다란 몸을 위한 옷의 선택에 있어서 도움이 돼준 몇 가지 팁을 적어보았다.


    밑위의 깊이 (The Depth of rise) - 밑위가 너무 짧은 나머지 엉덩이 위에 가까스로 겨우 걸쳐진 골반-바지는 여성이 아닌 남자로 보이고 싶은 모든 남성들에게 있어서는 기피해야 할 혐오스러운 존재다. 특히 둔부 쪽에 볼륨감이 상당한 남자가 이러한 바지를 피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자명하다. 엉덩이 사이즈가 늘어나면서, 힙은 위쪽으로도 그 영역을 넓히게 되기 마련이다. 마른 남성들의 힙은 골반 뼈에서부터 시작되지만, 덩치가 큰 남성들의 힙은 허리선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힙이 차지하는 공간이 커지는 만큼 허리는 짧아지게 되기 마련이다.


    올바른 착장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본 우리는 남성이 우아하지 않고서 멋져 보일 수 없으며, 편안함을 포기하고선 우아해 보일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다.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설 때마다 매번 골반에 걸친 바지를 추켜올리며 구겨진 셔츠의 뒷꼬리가 튀어나오는 일을 걱정하는 일은 남성이 우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한하게 된다. 바지의 밑위는 앉았다가 일어설 때마다 바지를 고쳐 입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충분히 깊어야 한다. 만약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섰을 때 당신의 셔츠가 웨이스트 코트/베스트 아래로 빠져나오고 있다면, 그것은 후면의 밑위가 더 높은 바지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웨이스트 코트 아래 피시-테일 바지를 매치시키는 조합이 살짝 고풍스럽지만 매우 우아하다고 생각한다. 쓰리 피스를 입을 경우 웨이스트 코트를 항상 착용하고 있기에 서스펜더/브레이스와 피시-테일 모양의 바지 뒷면이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브레이스/서스펜더: 그런 의미에서 바지는 어깨에 걸려 있도록 디자인된 의복인 것이다. 난 내 허리 사이즈가 허벅지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았을 때와 일어섰을 때 각각 다른 치수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조금 여유가 있는 허리 사이즈 – 서 있을 때의 사이즈보다 2/3 인치 정도가 추가된 –가 비교적 안전한 선택을 의미한다. 이러한 바지의 경우 브레이스-서스펜더로 바지를 올바른 위치에 고정시켜야 하고, 그것은 바지의 착용감을 훨씬 더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벨트와 브레이스/서스펜더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 역시 바지 뒷면-밑위의 문제와 연관성을 가진다. 밑위가 높은/깊은 바지 뒷면은 보통 벨트로 고정될 수 있는 바지의 밑위보다 더 깊은/높은 경우가 많다. 반면, 어깨에 걸리는 바지는 웨이스트 밴드에서부터 엉덩이와 허벅지 위로 (걸리는 곳 없이) 여유 있게 걸려있을 수 있다. 다리의 긴 수직선을 방해하는 보기 싫은 굴곡(역주:바지가 벨트에 의해 꼭 묶인 모양새) 역시 피할 수 있다.



보폭 – 대부분의 기성복 제작자들에 의해 오해되고 있는 것이 바로 보폭의 원리다- 다리를 곧게 편 채로 서 있을 때와 다리가 굽어져 있을 때 나타나는 허벅지 부피의 차이를 가리킨다 -. 남성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때,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 다리에 부하된 무게의 분배가 변화하게 된다. 다리가 굽혀지면서 바지 뒤쪽 밑위에서부터 무릎까지의 옷감이 당겨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허벅지는 바지 뒷면의 밑위에 추가된 여분의 ‘높이/깊이’를 모두 차지하게 되고, 동시에 바지 안에서 다리는 앞, 그리고 아래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만약 허벅지에 여분의 부피가 추가되지 않았다면 허벅지는 바지 다리의 앞쪽을 잡아당기게 될 것이고, 뒷면의 밑위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며, 허벅지 안쪽에서부터 선명한 주름들이 바지 앞쪽 방향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바지에 있어서 테이퍼(끝으로 갈수록 좁아드는 구성)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몸집이 큰 남성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옥스퍼드 백(1930년대에 유행하던 밑단과 바지의 전체의 통이 극단적으로 넓은 바지)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 따라서 우리는 테이퍼 된 바지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바지가 밑단으로 내려갈수록 좁아들기 위해 허벅지 쪽에는 충분한 여유가 제공돼야만 한다.


    플릿츠 – 위에서 언급된 요소들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플릿츠의 문제다. 플릿이 들어간 바지는 우리 세대 남자들의 절대적 다수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선택지다. 핀 턱처럼 생긴 플릿들이 골반에 걸쳐진 로우-라이즈 바지의 허리에서부터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80년대의 치노 팬츠들의 이미지는 많은 남성들의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플릿은 미디엄, 또는 하이 웨이스트 바지에만 추가돼야 한다. 로우 웨이스트 (밑위가 짧은) 바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플릿은 충분하게 깊어야 하고(충분한 부피를 가져야 하고), 웨이스트 밴드는 지나치게 꽉 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플릿들은 필요할 때에만 열리고, 착용자가 똑바로 서 있을 때에는 닫혀(접혀) 있을 수 있다.  


    우리와 같이 덩치가 큰 남성들에게 있어서 플릿이 꼭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넓은 힙이 만들어내는 넓은 앞섶의 공간을 나누어 주는 플릿이 제공하는 시각적 효과다. 하나 혹은 두 개의 플릿에 의해 고르게 나뉜 바지 앞면의 볼륨은 시각적으로 그 부피가 분산되어 감소된 느낌을 준다. 반대로 그 어떤 시각적 분산 효과도 배제된 매끈한 플랫-프런트의 바지가 입혀진, 본연의 볼륨을 모두 드러낸 둥근 하복부와 힙은 원형의 지구본을 연상시키게 될 테다.  


    테이퍼 – 바지 테이퍼(밑단으로 내려갈수록 바지의 통이 좁아드는 효과)의 양은 두 가지 치수에 의해 결정된다. 힙과 신발 사이즈가 그것이다. 그 누구도 배(pear)의 모양처럼 짧아진 채로 커다란 허리 아래 쬐그마한 신발들을 달고 있는 비대하게 커져버린 움파-룸파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적어도 난 내 독자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희망한다. 반대로 우리는 봉처럼 얇은 발목에 오리발같이 커다란 발을 달고 있는 Daffy Duck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구두 라스트(구둣골)의 형태, 구두 사이즈, 마지막으로 바지 테이퍼의 형태는 착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나 역시 큰 발을 가지고 있다. 유럽 사이즈로 44 정도에 해당된다. 따라서 나는 비교적 짧고 둥근 앞코, 좁은 허리, 살짝 높은 굽, 두꺼운 창(sole)의 구두를 선호한다. 이러한 형태의 구두는 이미 큰 내 발을 지나치게 길어 보이게 만들지 않는 동시에 내 큰 몸을 지탱해줄 단단한 밑창을 가지고 있고, 좁은 허리가 내 발을 우아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준다. 반대로 키에 비해서 작은 발을 가지고 있는 남성은 길고 뾰족한 라스트를 선택함으로써 바지 밑단 아래 위치하는 신발에 길이를 더해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또는 육중한 건-보트 스타일의 신발을 선택함으로써 시각적 무게를 발에 더해주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바지의 테이퍼 역시 같은 룰을 따라야 한다 – 지나치게 심한 테이퍼로 인해 전체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길고 넓은 펄럭거리는 바지 속에 신발이 실종돼버리는 현상 역시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덩치 큰 남자들에게 있어서 올바른 기준은 바지가 앞쪽에만 아주 최소한의 브레이크(접힘)를 보여주면서 바지 위에 안착해야 하고, 구두의 위쪽 두세 개의 아이렛(구두끈을 꿰는 구멍)을 덮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커프가 추가된다면 그것은 바지가 구두 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고, 우리의 (에헴) 넉넉한 허리와 균형을 맞춰줄 수 있도록 시각적 볼륨을 더해줄 수 있을 테다.


    패턴과 컬러, 그리고 그들의 시각적 무게감(visual weight)이 큰 체형의 남자의 외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에 있어서는 하나의 룰을 확립할 때마다 그것을 그들만의 스타일과 관록으로 완벽하게 부정해버리는 남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난 옷의 선택에 있어서 가능한 한 세로선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고, 특히 하체에 있어서 더더욱 그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우아함’을 착장에 있어서 성공의 척도로 삼는다.


    왜소한 남성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옷을 우리와 같은 큰 남자들이 소화해내는 다른 예시들 역시 존재한다. - 덩치 큰 남성의 몸 위에서는 넉넉해 보이는 넓은 라펠은 작은 남성에겐 지나치게 커 보이고, 오버랩이 큰(겹치는 면적이 큰) 고전적 형태의 더블브레스트 수트 역시 슬림한 남성에게는 마치 구속복을 입혀 놓은 것 같지만, 풍채가 좋은 남자에게는 잘 어울린다. 또한 북부의 테일러들(이탈리아 북부를 가리키는 듯하다)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동시에 넓게 재단된 익스텐디드 숄더 역시 큰 사이즈의 허리와 균형을 맞춰주고, 동시에 가슴에서부터 허리까지 좁아드는 ‘드롭’(가슴에서부터 허리까지 좁아드는 부피)을 연출해 준다. 반면 이러한 핏의 재킷은 왜소한 남성이 입었을 경우 그를 허수아비처럼 보이게 만들기 십상이다.


    숄테(드레이프 컷의 창시자 Fredreick Scholte) 컷의 시그네쳐와도 같은 가슴의 부드러운 드레이프는 큰 몸집의 남성들에게 여유가 넘치는, 몸을 슬쩍 기울인 듯한 모습의 우아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컷의 재킷은 우아함이 요구하는 넉넉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글의 본래 주제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 무게감(Gravitas) 말이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으로 그의 쓰리 피스 수트를 입고 있는 베이브 루스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 수트 아래서 그의 커다란 몸은 그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는 무자비한 것(그의 커다란 몸)을 길들여서 겸손하게 만들 수 있는 위엄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보통 체형의 댄디(clotheshorse)들을 자괴감에 빠뜨릴 정도로 멋진 착장을 보여주는 큰 몸집의 남성의 가장 좋은 예시는 재키 글리슨(Jackie Gleason)이다. 1961년 클래식 영화 “허슬러(The Hustler)”에서 미네소타 팻츠(Minnesota Fats)로 등장한 그의 모습은, 안절부절못하며 쩔쩔매고 있는 헝클어진 옷차림의 폴 뉴먼 옆에서, 우아함과 진중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 밖에서도 댄디(clotheshorse)로 유명했던 글리슨은 영화 내내 카네이션을 버튼홀에 꽂은 쓰리 피스 수트 차림을 고수한다. 영화 속 그가 큐대로 당구공을 칠 때마다 270파운드에 육박하는 그의 커다란 몸은 더없이 우아한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때때로 이와 같은 기품은 오직 큰 남자들에게만 허락되는 우아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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