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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능의 욕망 Jun 15. 2021

핏, 시각적 무게, 격식 2/2

By Ethan Newton of Bryceland's


Photo by Ethan M. Wong

Fit, Visual Weight and Occasion  2/2


by Ethan Newton of Bryceland's


Link to the Original Text:

https://www.brycelandsco.com/blogs/news/classic-menswear-fit-visual-weight-and-ocassion



격식 (Occasion)



 자신의 워드로브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늘 올바른 옷차림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지나치게 차려입는(over-dressing) 일의 위험은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기 마련이다. 관객을 아는 것 – 착장은 우리의 자기 표현인 동시에 타인을 위한 존중의 표시이기도 하기에 – 은 착장에 있어서 볼륨을 낮춰야 할 때와 볼륨을 11까지 올려버리는 일이 허락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각 의복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 역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의 질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 보드룸 회의 자리를 위해 디자인된 원단을 토요일 오후의 칵테일파티에 등장시키는 일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게임 키퍼 원단(고중량 트위드 원단 종류 중 하나)으로 제작된 옷을 입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일 역시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만다.


    따라서 각각의 옷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를 인지하는 일은 특정 장소가 요구하는 포멀함에 어떻게 부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 있어서 첫 단계를 차지한다. 나는 일반적으로 테일러 된 의복(클래식 남성복)을 네 종류로 분류한다. 특별 행사(Occasion), 비즈니스, 레저, 스포츠가 그것이다. 이들 사이의 경계는 종종 흐릿하고, 각각의 범주에 속하는 섭-그룹이 범주의 경계를 넘어버리는 경우도 나타나며, 명확하게 구분될 수 없는 미묘한 뉘앙스들이 무수히 등장하지만, 보편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기본 구조 안에서 테일러 된 옷을 선택할 수 있다.



새틴 라펠과 보타이 차림의 캐리 그랜트

(Cary Grant in satin lapels and bow.)



(역주: 원문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진이 생략돼 있다. 임의로 캐리 그랜트의 사진을 선택하여, 추가했다)

(trans.: The original photo seems to have been ommitted from the article. I took the liberty of selecting  a couple screen shots of Cary Grant in bow tie)


특별한 행사에서의 착장, 또는 포멀 착장(Occasion Dressing)은 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져오는 기준을 따른다. 색상과 패턴의 제한(극소수의 색상과 패턴만이 허용된다), 심플한 디테일, 매우 엄격한 룰을 특징으로 한다. 정석적인 블랙 타이와 화이트 타이 착장에 관한 룰들은 클래식 남성복에 관련된 규범 중 가장 엄격한 것이지만, 포멀웨어의 기본적인 계율을 이해하고 있다면, 룰을 어겼을 경우에도, 포멀웨어의 정신을 따라준다면, 이러한 위반 행위 역시 묵인될 수 있다.


    포멀웨어는 말 그대로 가장 포멀한 착장에 속한다. 원단이 가장 많은 광을 보여주고, 실크와 모헤어(원단에 포함된)가 색상과 패턴으로 대체될 수 없는 시각적인 흥미와 무게감을 옷에 더해주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 것이 바로 포멀웨어의 특징이다.


    실용성과 내구성을 위한 디테일들의 생략 역시 포멀웨어의 또 다른 특징이다. 재킷은 보통 벤트리스(ventless) 구조로 제작된다. 디너 수트 바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는 일이 애초부터 권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잔디로 뒤덮인 습지를 헤맬 가능성 역시 희박하기에 바지의 밑단에도 커프가 생략된다. 재킷 주머니는 Flawless Besom pocket(Jetted 포켓)이다. 디너 수트의 주머니에 그날 필요한 휴대용품들을 가득 채울 가능성 역시 희박하기에,  늘어지기 시작하는 주머니 입구를 감춰주는 플랩 역시 여기에서는 불필요한 것이 된다.


    따라서 포멀웨어의 룰이 심플한 형태의 가장 광택이 높은 원단을 요구하며, 가장 제한적인 색상과 질감의 선택만을 허락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포멀한 자리에 맞는 디너 수트가 없는 경우에도 이러한 자리가 요구하는 격식을 갖추는 일은 쉬워진다.


    비즈니스용 착장에 있어서는 조금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비즈니스란 단어에는 금융, 법, 거래, 창작 등의 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이고, 비즈니스 자리라는 무한한 경우의 수에는 모두 제각각의 포멀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워드로브의 기본을 간추려본다면, 그것은 엄격한 포멀함보다는 각각의 자리가 요구하는 격식을 차리는 접근을 가리킨다. 그러나 비즈니스 워드로브는 레저, 혹은 스포츠 의복보다는 한 단계 더 세련되고, 보수적인 차림을 요구한다. 원단에 있어서 포멀웨어와 같은 수준의 광택을 자랑해서는 안 되지만, 질감에 있어서는 플란넬의 섬세한 부드러움부터 우스티드 원단의 은은한 윤기까지 허용되는 종류는 다양하다. 이 범위를 넘어서서 전원적인 트위드 혹은 지나치게 세련된 모헤어 등의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면, 우리는 확립된 가이드라인의 경계를 넘어서고 만다. 가이드라인은 기쁜 마음으로 넘어서버리는 일은 가이드라인의 존재와 그 경계선을 인지한 후에야 행해질 수 있다.


    비즈니스 복장에 있어서 우리는 포멀웨어의 섬세함을 피해야 하는 동시에 복장의 포멀함이 일정한 선 아래를 밑도는 일을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패치 포켓, 오픈 레이스 슈(더비(derby) 형태) 등의 디테일을 과시하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 캐주얼함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만다. 주의가 요구되는 선택인 것이다.


    색상에 있어서 우리는 포멀웨어의 엄격함에서부터 비즈니스 자리를 상징하는 색상들로 넘어오게 된다. 차가운 색상(cold colours)이 기본의 역할을 한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를 반영하는 블루와 그레이 계열의 색상이 일반적이다. 비교적 Earthy 한 톤의 색상들은 일반적으로 스포츠 혹은 교외/지방에서의 착장을 위한 것이다. “노 브라운 인 타운(시내에서는 브라운 색상을 입는 것이 아니다)”과 같은 룰의 내용은 룰을 표현하는 문장의 형식처럼 고루한 것이지만, 같은 복식의 정신을 고백하고 있다. 포멀웨어의 경계를 넘어서면서도 여전히 점잖은 색상, 도시에서의 생활을 위한 실용성을 제공하는 디테일들, 새틴처럼 지나치게 우아하지도, 도네갈 트위드 혹은 생 실크처럼 거칠지도 않은 기본 질감이 그 특징인 것이 바로 비즈니스용 착장이다.  


    레저용 의류는 다수의 남성들이 가장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품목이다. 기능성 스포츠웨어에 큰돈을 쓰는 남성들도 있겠으나, 난 그러한 종류의 레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레저웨어는 사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입게 되는 옷을 가리킨다. 동시에 복식의 규율이 가장 느슨해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자기표현이라는 것은 원래 그러한 것이기에, 장소와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실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클래식 워드로브에 있어서 레저웨어는 프라이데이 캐주얼에 비교될 수 있다 – 지저분한 스웻셔츠에 트레이너를 신고 나타나서도 안 되지만, 당신의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들 만큼 포멀한 차림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원단의 선택 역시 그 폭이 가장 넓을 수 있다. raw 실크와 리넨 못지않게 doeskin 플란넬과 캐시미어 역시 알맞은 선택일 수 있다. 로퍼와 더비 형태의 구두들 역시 훨씬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각자 다른 원단의 재킷-바지 착장(세퍼레이트 착장) 또는 니트 셔츠, 카디건, 스웨터 등의 제품 역시 활용이 가능하다.


    레저웨어에 있어서는 자기표현이 가장 중요하다. 지켜져야 하는 최소한의 에티켓은 일요일 펍에서 허락되는 옷과 토요일 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에 어울리는 차림을 인지하는 일이다.


    스포츠웨어는 우리 중 절대다수에게 있어서 캐주얼 의복에 흡수돼 버린, 소멸해 버린 품목이지만, 포멀함의 스펙트럼의 반대편 (포멀웨어)과 훌륭한 대칭을 이루어주고 있기에 언급할 가치가 있다.


    포멀 웨어 착장의 특징이 원단의 광택과 윤기라면, 스포츠웨어는 패턴과 질감을 강조하고 있다. 실용적 디테일이 엄격하게 생략된 디너 수트는 실용성을 앞세우는 트위드, 몰스킨, 코듀로이, 카발리 트윌과 완벽하게 상반된다.


    비교적 캐주얼한 의복에서 자주 발견되는 다수의 디테일들은 사냥이 요구하는 실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Bellows 혹은 패치 포켓, 목 아래 래치가 부착된 칼라(throat latch collar) 등은 모두 시골에서 그 실용성을 과시하도록 고안된 요소들이다. 레저용 착장에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을 활용하는 것은 단정함을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포멀하지 않은 착장을 연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클래식 의복의 룰들은 당신의 개성을 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될 수도, 그것을 길들일 감옥이 될 수도 있는 존재다. 언급한 룰을 습득한다면 당신은 그 어떤 자리에서도, 어떤 옷에 있어서도, 숙달된 남성으로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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